넘어져야 보이는 길

by yuri

엄마의 편지, 세번 째 장


사랑하는 딸아.


엄마가 문제를 하나 내볼게.
3, 6, 9. 이 숫자들의 뒤를 잇는 세 숫자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12, 15, 18을 말하겠지. ‘3씩 더해지는 규칙’이라고 말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엄마의 마음속 답은 조금 달라. 엄마가 본 것은 단순히 수의 배수가 아니라, 자라나는 ‘증가’의 흐름이었단다. 이 답에 닿으려면, 정답 같지 않은 길을 기꺼이 더듬어 가야 해.


우리는 익숙한 것을 먼저 떠올리곤 하지. 3의 배수, 12·15·18. 그런데 그 길만 바라보면 진짜 본질에는 다가갈 수 없어. 때로는 “1, 10, 4” 같은 엉뚱한 답을 내보는 용기가 필요해. 틀렸다는 대답을 들으며, “아, 10 이하의 수는 아니구나”라는 단서를 얻는 거야. 그렇게 조금씩 헤매다 보면, 마침내 “10, 30, 50은 어떨까?”라는 질문에 맞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비로소 우리는 ‘증가하는 흐름’이라는 규칙을 이해하게 되지.


엄마는 네가 남들이 ‘정답’이라 부르는 길만 따라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모두가 몰려드는 길은 명절 고속도로 같아서, 길 위에 차가 넘쳐나고 결국은 정체되고 말지. 서로 조금이라도 앞서 가려다 치열한 경쟁에 휘말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낙오하기도 한단다. 반대로 정답이 없는 길, 불확실하고 어두운 길은 두려워 쉽게 선택하기 어렵지만, 그 길에는 많은 이들이 미처 보지 못한 풍경과 보상이 숨어 있단다.


사랑하는 딸아, 실패란 결코 삶의 종착지가 아니야. 오히려 시야를 넓히고, 마음을 깊게 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지. 누군가 자기 말만 옳다 하고,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실패의 쓴맛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사람일 거야. 실패가 적으면 세상을 이해하는 폭도 좁아지거든. 반대로 수많은 실패를 맛본 사람은 두려움보다는 담대함을 배우고, 더 큰 기회 앞에 과감히 걸어 들어갈 수 있지.


세상에 실패만 하는 인생은 없어. 멈춘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을 정확히 가리키잖니. 혹시 “나는 늘 실패만 해”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어쩌면 실패가 성공이라는 열매로 익어갈 시간을 주지 못하고 너무 서둘러 포기했기 때문일지도 몰라.


엄마도 주식으로 큰돈을 잃었던 경험이 있어. 그때는 오르기만 하면 ‘지금이 기회다’ 싶어 무턱대고 돈을 넣고, 내리기 시작하면 겁이 나서 멈추곤 했지. 그러다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며 이 방법, 저 방법을 기웃거렸어. 단타도 해보고 차트도 보았지만 결과는 늘 같았단다. 그러다 결국 알게 되었지. 문제는 시장도, 방법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꾸준히 이어가야 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실패가 성공으로 익어갈 시간을 기다리지 못했던 게 진짜 문제였어. 그 사실을 깨달은 뒤로야 비로소 잃지 않는 법을 배웠고, 조금씩 얻기도 했단다.


그래서 엄마는 네가 실패 없는 삶이 아니라, 실패를 껴안고 자라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어. 마라톤에서도 완전히 멈춰 서면 다시 달리기 힘들지만, 잠시 속도를 늦추고 숨을 고르는 것은 다시 달리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야. 그러니 실패 앞에서 주저앉지 말고, 그것을 또 하나의 쉼표로 받아들이렴.

엄마는 언제나 네 옆에서, 네가 다시 달릴 용기를 찾을 때까지 함께 걸어가 줄 거야.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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