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라는 재능

by yuri

엄마의 편지, 네번째 장


사랑하는 딸아.


엄마는 아직도 어린이집 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 "엄마!" 하고 외치며 달려오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단다. 작은 발걸음으로 힘껏 달려와 품에 안겼을 때의 따뜻함이 지금도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어. 아빠가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졸음을 참아가며 기다렸다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아빠를 꼭 끌어안던 너의 모습도. 사실 엄마 아빠는 네 웃음 덕분에 고단한 하루를 잊고 버텨낸 날들이 참 많았어. 그래서 엄마는 네가 시간이 흘러도, 어떤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


엄마는 나이를 먹는다는 게 단순히 얼굴에 주름이 늘어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진짜 나이를 먹는 건 삶의 무게에 눌려 점점 웃음을 잃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 흔히 젊음의 특권은 '도전'이라고들 하지만, 도전할 힘은 바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단다. 웃음을 잃어버리면 작은 실패에도 쉽게 주저앉고, 스스로를 탓하며 수많은 핑계를 만들어내기 마련이거든. 그래서 웃음은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마음의 근육 같은 거라고 생각한단다.


사람들은 종종 공부나 노래를 잘하는 것만 재능이라고 여기지만, 엄마는 잘 웃는 것도 그 어떤 재능 못지않게 소중한 힘이라고 생각해. 너의 웃음이 주변을 기분 좋게 만들고, 그 밝음에 끌려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니까. 마치 어두운 바다 위를 비추는 등대처럼 말이야. 네가 환하게 웃는 순간, 그 빛은 네 길을 밝혀줄 뿐 아니라 소중한 인연들을 네 삶 속으로 데려다줄 거야.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라면 혼자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큰일들도 이루어낼 수 있을 거란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누구에게나 부족한 면은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그 부족함을 서로 인정하고 채워줄 때, 우리는 더 단단하고 온전한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거야. 엄마는 네가 바로 그런 따뜻한 연결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힘, 그것이야말로 너의 가장 특별한 재능이야.


물론, 웃음을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어. 슬플 때는 충분히 슬퍼하는 게 맞아.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하고, 기대고 싶을 때는 기댈 줄도 알아야 해. 그렇게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닥을 딛고 일어서야, 비로소 다시 웃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거든. 감정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마주하는 용기, 그것 또한 네 삶을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야.


엄마도 살다 보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아. 그럴 땐 마음속으로 작은 감사의 목록을 떠올려 본단다. "오늘 아침 햇살이 따뜻해서 고마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루를 함께할 수 있어서 고마워"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 말이야. 그런데 그 작은 감사가 쌓이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가 퍼지고, 그 온기가 다시 웃음을 되찾게 해 주더라. 감사하는 마음은 슬픔을 이겨내게 해주는 또 하나의 씨앗이란다.


엄마가 질문 하나만 할게. 사람들은 행복해서 웃는 걸까, 웃으니까 행복해지는 걸까? 사실 둘 다 맞는 말이야. 우리 뇌는 생각보다 단순해서 진짜 웃음과 억지 웃음을 잘 구분하지 못한대. 네가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면, 뇌는 "아, 지금 행복한가 보다" 하고 착각하고, 실제 행복할 때와 똑같은 반응을 보여주거든. 그러니 사랑하는 딸아, 오늘 하루도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환하게 웃으며 보내기를 바래. 네 웃음은 네 자신을 지켜줄 뿐 아니라, 너의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빛내 줄 거니까.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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