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의 딜레마

by yuri

아이의 성장을 위한 자리: 부모님과 선생님이 함께 드는 훈육의 끈

학교에서 담임교사로 지내다 보면, 우리 아이들이 더 잘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자주 느낍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랑이 너무 커서, 아이와의 갈등 앞에서 주춤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플 때도 있습니다. 바로 '좋은 부모'로 남고 싶은 마음에, 훈육의 힘든 역할(악역)을 교사인 저에게 살짝 기대어 맡기시는 순간들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줍니다.


아이와 부모 사이, 교사가 서 있는 자리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은 알지만, 때로는 다음과 같은 대화 속에서 교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어머님, ㅇㅇ이가 아프다고 조퇴를 하겠다고 왔네요. ㅇㅇ이 말로는 어머님께서 조퇴하라고 했다는데요."

"애가 하도 아프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선생님께서 보시기엔 어때요?"

"음... 제가 보기엔 열도 없고, 방금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활짝 웃으며 재미있게 놀고 있는 걸 보고 온 찬이거든요"

"그럼 선생님께서, 저한테 물어본다고 하지 마시고 그냥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해 주세요."

"하지만 ㅇㅇ이는 엄마가 허락했는데 왜 선생님이 못 가게 하는데요라고 말하며 화를 내네요"

"선생님께서 괜찮다고 판단하시면, 아이에게 왜 학교에 있어야 하는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말해주세요. 아무래도 제 말보다는 선생님 말을 더 잘 들을 테니까요."


이 대화 속에서 부모님은 아이에게는 '관대한 엄마'로 남고, 힘든 훈육은 교사에게 부탁합니다. 사실 어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자신을 미워할까, 혹은 관계가 멀어질까 걱정하시는 것이겠지요. 댄스 대회를 나가고 싶은 아이에게 어머니는 "선생님께서 공부가 먼저니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씀해 주세요. 선생님 말을 더 잘 들을 거예요"라고 부탁하신 적도 있습니다.


믿음의 절반, 그리고 그 나머지 절반의 이야기

부모님들은 흔히 '내 말은 안 들어도 선생님 말은 듣겠지'라고 생각하시는데, 교사로서 아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본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말은 아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딱 절반의 진실입니다.

잘 맞는 절반의 아이들은, 평소 부모님과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가정교육을 받은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특히 진로 문제처럼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할 때 선생님의 말씀을 무척 잘 듣습니다. 오히려 부모님께서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제 생각대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조언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씀하실 때도 있습니다. 이 경우 부모님보다 선생님 말을 아이가 더 듣는 이유는 부모님보다 선생님이 더 전문가 같이 느껴져서일 수도 있고, 아이가 마음이 선생님의 마음과 더 맞아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집에서 부모님의 따뜻한 지도와 훈육의 끈이 약해진 경우입니다. 이 아이들은 부모님의 말씀도, 선생님의 말씀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부모님은 아이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싶어 하시죠. 혹시라도 아이가 엇나갈까 두려워, 어려운 훈육은 교사에게 맡긴 채 아이의 요구를 따라주는 모습을 보이시곤 합니다.


사랑은 때로는 '안 돼'라고 말할 용기

교사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저희에게는 '훈육할 권한'과 '교육의 최종 책임'이 부모님처럼 같지 않습니다.

만약 교사가 부모님을 대신하여 엄격하게 지도했는데,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잘못된 결과를 낳게 되면, 대부분의 부모님은 결국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되돌리며 내 아이의 편을 드십니다. 권한 없이 책임만 져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저희도 쉽사리 '내 아이처럼' 모든 것을 걸고 지도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더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잠깐 방황하더라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튼튼하게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님이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지도의 끈을 절대 놓지 않은 경우입니다. 관계가 잠시 서먹해질 것을 각오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되, 그 밑바탕에는 "나는 너를 가장 사랑하고, 네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흔들림 없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심어줍니다. 이럴 때, 교사는 기꺼이 따뜻한 조력자로서 부모님과 함께 손을 잡고 아이를 이끌어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서야 할 자리

"애가 집에 와서 잠만 자는데,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선생님이 더 잘 아시겠죠"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을 뵐 때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를 만나는 시간은 제한적이며, 저희는 여러 명의 아이에게 마음을 나눠주어야 합니다. 한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부모님만큼 깊고 길 수 없습니다.

내 아이를 가장 잘 알고, 가장 깊이 사랑하며, 그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님입니다.

아이의 교육과 성장의 최종 주체는 언제나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께서 아이의 성장에 대한 책임의 끈을 따뜻하게, 하지만 단단하게 쥐고 계실 때, 교사는 그 끈을 보조하며 아이를 더 밝은 곳으로 함께 이끌어줄 수 있습니다. 훈육의 용기를 내 주시는 부모님과,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교사가 함께 손을 잡을 때, 우리 아이들은 가장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습니다.

이전 07화감정이 만드는 관계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