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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웠던 두 수녀의 구마 의식

영화 <검은 수녀들>(2025) 리뷰: 검은 사제들과의 비교를 바탕으로

by 파도
영화 줄거리(스포 x)

구마 경험이 있는 사제가 한국에 없었고, 그들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했기에 수녀의 신분으로 구마 의식을 진행하려는 ’ 유니아 수녀‘(송혜교). 그녀와 ’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은 많은 이들의 만류에도 그저 소년 한 명을 구하기 위해 구마 의식을 시작합니다.


유니아는 부마자인 ‘희준’(문우진)의 몸에 12 형상 중 하나인 악령이 들어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빠르게 희준을 구해야 했습니다. 어려운 싸움을 시작하는 두 수녀는 소년을 구할 수 있을까요?

영화 리뷰

전작이었던 검은 사제들을 재밌게 봤었기에 더욱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 검은 사제들이 가지고 있는 신성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특히 검은 사제들의 ost였던 victimae paschali laudes을 들으면 더욱 그랬죠. 영화의 대사와 장면들로 검은 사제들의 후속작임을 강조하지만, 그 느낌은 전혀 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개연성과 스토리 등 많은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검은 사제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점이 오히려 영화의 매력을 떨어뜨렸습니다. 악몽을 꾼 미카엘라에게 전화하는 장면을 포함해 많은 장면과 대사, 그리고 김범신 신부를 언급하는 장면들은 끊임없이 검은 사제들과의 연결성을 강화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엔 최준호 신부역을 맡았던 배우 강동원 씨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전작의 그늘에 영화를 가둬버린 모습이었습니다.

검은 사제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종교의 결합을 보여줍니다. 무교와 가톨릭의 조합을 보여주며 점술로 분류되는 타로까지 등장했죠. 무당이 굿을 하고, 식을 거행하며 순차적으로 종교식이 거행됐던 전작과 달리, 굿과 기도를 동시에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전작에서는 굿을 하며 형상을 알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신부들이 식을 시작하는 종교 간 협력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검은 수녀들에선 식을 동시에 진행하며 종교 간의 연결성이 오히려 약화된 듯했습니다. 심지어 여기에 점술까지 더해지며 영화에서 각 종교의 색채가 희미해진 듯합니다.

수녀가 등장하는 점은 전작과의 차별점이었지만, 이마저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신부는 성직자로 분류되는 반면, 수녀는 수도자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성직의 수여 여부입니다. 성직을 수여받는 경우, 성직자는 사제품과 부제품을 수여받습니다. 평신도로 분류되는 수녀들은 성직을 수여받지 못하죠. 그렇기에 영화에서 유니아 수녀가 구마를 위해 안드레아 신부의 물건을 빌리러 가는 장면도 등장하죠. 하지만, 악마를 뱃속에 품은 수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종교적 차이점보단, 그저 성별의 차이에 집중한 듯했습니다.

영화의 좋았던 점을 꼽자면, 문우진 배우의 연기는 대단했습니다. 섬뜩하게 느껴지는 악마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성수를 맞으며 괴로워하는 모습도 실감 났습니다. 걸출한 두 배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영화 안에서 가장 빛나지 않았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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