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by sepr

소외라는 감정은 한순간에 찾아오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소외당했다 하고 느끼는 게 아니라 조금씩 스며들어와 마음을 잠식한다 사람들이 나누는 웃음소리 사이에서 대화의 흐름이 나를 지나쳐갈 때 나는 조용히 깨닫는다 ‘아 내가 지금 이 자리의 일부가 아니구나 ‘


소외는 마치 유리벽 같다 눈앞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고 나는 그것을 다 보고 있지만 그 속에 들어갈 수는 없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투명한 경계 겉으로 보기에는 함께 있는 것 같지만 실은 혼자 서 있는 것 그래서 더 외롭고 그래서 더 서글프다


그러나 소외가 단지 고통만은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본다 왜 나는 이 자리에 어울리지 못하는지 무엇이 나를 다르다고 느끼게 하는지 묻는다 대답을 찾지 못해도 그 질문 자체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또한 소외 속에서 비로소 작은 온기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누군가 나를 향해 이름을 불러줄 때 무심한 듯 건넨 시선이 내 자리를 확인해 줄 때 나는 잠시 벽이 아닌 사람이 된다 그 순간의 따뜻함은 짧지만 오래 남아 나를 버티게 한다


소외는 누구나 겪는 감정이다 때로는 나를 밀어내는 세상 때문이고 때로는 내가 스스로를 가둔 탓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배운 건 진정한 연결은 거창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거대한 말이나 화려한 행동이 아니라 조용히 다가와 ’ 너도 여기 있어 ‘라고 말해주는 마음 그것 하나로도 소외는 천천히 녹아내린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소외를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그 시간을 견뎌낼 나를 믿는다 언젠가는 벽 너머로 건너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그리고 혹시 다른 누군가가 벽 뒤에 홀로 서 있다면 내가 먼저 그에게 다가가 ’ 넌 혼자가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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