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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민 Jul 29. 2021

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1.창업Talk(8화)

8. 실패가 없는 창업,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창업

창업에 실패가 있을까? 말장난 같지만 창업에는 실패가 없다. 자기자본이 있고 계약에 의거  장소가 선정되면 그 다음은 인테리어 꾸미고 아이템 집어넣고 가격책정해서 장사하면 그만 이다. 의미인즉, 장사를 시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 역시 그랬다. 직장 생활만 평생 해오다가 처음으로 장사를 한다고 생각했을 때, 거침이 없어 보였다. 장사한다 고 무슨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관할구청에 신고만 하면 그냥 하는 게 장사니까 말이다. 유식한 말로 진입장벽이 낮다고 한다. 그런데, 둘러보면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 다. 미용실을 가려고 찾아보라. 온통 세상천지가 다 미용실이다. 치킨집을 찾아보라. 피자집 을 찾아보라. 마찬가지다. 약국이나 병원은 장사가 아닌가. 다 장사다. 한번은 치과에 가려 고 치과를 찾으러 집 앞을 나섰는데 세상에 까페보다 더 많아 보이는 거다. 내가 사는 안암 역 사거리 근처만 대충 둘러봐도 한눈에 4-5개가 보인다. 이말은 시사하는 바가 생각보다 크다. 우리나라 사회경제 구조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 렀다는 증거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니 당연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은 떨어지게 되어 있 다. 단순한 차별화를 넘어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딱 외면받기 좋은 세상이다. 어렸을 적 어른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직장생활보다야 벌이가 낫지, 안그 럼 무슨 재미로 장사를 해” 그렇다. 어쩌면 장사는 그래야 하는 게 맞는 말 같다. 해보니  그렇다. 구구절절이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노동력은 상상보다 크다. 그러니, 당연 직장생활보다야 뭐가 나아도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까페는 어떨까. 여기서는 커피를 위주로 하는 까페에 한정해서 말해본다. 까페창업을 위해 참 많은 까페를 돌아다녔다. 형태도 참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운영시간, 운 영방식등이 천차만별이여서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한달에 오너가 3 백만원을 벌어갈 수 있다면 그 까페는 아주 우수한 축에 속한다는 말을 무수히 들었다. 아 마도 요즘엔 더 떨어졌을 것이다. 어떠한가. 구미가 확 떨어지는가. 그러나 이게 현실이다. 까페는 장소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초기 창업비용이 다소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까페의 특성상 인테리어 비용에 많은 지출이 발생한다. 까페는 분위기 연출이 중요하기 때 문이다. 그 다음으로 커피장비들이 고가인 편이며, 종류도 다양해서 세팅하기에 따라서는  기계 및 집기류에만 몇 천만원이 들어가기도 한다. 거기다가 조금만 목이 좋은데서 할라치 면 천정부지처럼 치솟은 권리금과 보증금 때문에 소위 투자금 회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다. 다음편에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겠지만, 사실 커피는 교양상품이며 동시에 문화상품이다. 스타벅스가 주도한 커피의 대중화가 낳은 부산물은 오늘날 사람들의 창업아이템 1순위가  되어진 면도 있지만, 커피 고유의 가치 즉, 사유나 본질에 대한 것들을 잃게 한 측면도 크 다. 그런가운데, 커피를 생계수단으로만 보거나 자신의 이미지 제고차원에서 시작하는 분들 이 많은데 그러다보니, 잘 모르고 덤벼든 분들중엔 시작하자마자 후회를 하신분들도 있고, 특히, 생계형으로 시작하신 분들중에는 1년을 제대로 못 버티시고 그만두시는 분들도 꽤 보 았다. 그렇다면 내 경우는 어떤가보자. 창업 첫해, 기본 영업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총 12시간이였다. 나를 포함 매니저 1, 주말알바 1 총 3명이 기본멤버였다. 가끔 주말알바가 2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집의 순수 커피 객단가는 결코 싸지 않았다. 아메리카노를 기준 으로 HOT 3,900원, ICE 4,900원이였고, 핸드드립이 HOT 5,500원 ICE 6,500원이였다. 이  가격대를 우리의 경우는 거의 4년여를 유지했다. 가치가 없었다면 손님들은 더 이상 오지  않았을 것이다. 쉽게 계산해서 평균객단가를 6,000원(우리는 원두판매가 전체매출에 25%까 지 차지해서 객단가가 다소 높았다)으로 잡을 때 하루평균 40여명 정도가 찾아왔으니 일일  평균 24만원 정도를 친셈이라 볼 수 있다. 손님수가 작게 느껴지지만 객단가가 작지 않기에  이 정도의 매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해에는 26만원/일평균 정도가 나오게 된다. 정리하면 한달기준 매출이 약 750만원 선이다. 월세와 관리비를 합하여 120만원 재료비  100만원 인건비 150만원을 평균으로 치면 대략 월고정비가 370만원이 나오고 세전기준시  약 380만원이 남는셈이 된다. 세후기준으로 하면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등을 제하면 대 략 300만원을 손에 쥔다는 계산이 나온다. 욕심없는 부부가 운영한다면 인건비를 아껴 450 만원정도가 남는 구조니 결코 나쁜 매출이라고 할 수 없다. 거기다, 동네상권에서 적은 손 님수(사실 적은것도 아니다)로 영업을 하게되니 기계노후화가 더디되어 여러면에서 이익이  된다. 우리 까페가 이정도 유지한데는 인근의 초등학교 특히, 까페뒤 사립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머 니들의 공이 크다. 동네상권 10평짜리 자그마한 까페에서 직원 2-3명을 고용하고 이 정도 의 매출을 올리며 까페를 운영한다는 건 어찌보면 행운이다. 물론, 사전 홍보활동과 다양한  전략들, 특히, 까페편에서 이야기 할 년중 커피교실의 힘이 컸지만 말이다. 자본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면 발품과 전략이 있어야함은 당연한 이치다. 물론, 근본적인 단점도 있다. 방학 에 의한 성수기 비수기의 차이가 커 이를 극복하기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등이 다. 이 글을 보시는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참 궁금하다. 이 정도면 성공한 창업 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님 한달에 5백만원도 못버는 가게가 무슨 성공이야 하시며 조롱 을 하실까. 까페창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곳저곳 동네상권에 위치한 까페들을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어떤 곳은 출근 전후로 들러 사장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상권, 아파트 상권, 지하철 상권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다들 나름대로의 힘 든 점들이 다 있었고, 그것을 극복하기위해 참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분들도 뵈었다. 반 면, 가장 안좋은 사례는 이러하다. 본인은 자본만 투자하고 남들보다 앞선다는 기획으로 좋 은 지역에, 좋은 장비, 좋은 시설을 만들어는 놓았는데 뽑아놓은 매니저와 직원들에게만 까 페운영을 거의 맡겨놓고 정작 본인은 시시때때로 나타나 커피맛이 이상하다며 소위 지적질 만 하는 경우였다. 그러다 결국 불만에 쌓인 직원들이 한꺼번에 나가게 되고 덜렁 사장 혼 자만 남았는데 정작 이분은 아메리카노 한잔도 제대로 뽑지 못하는 것 이였다. 설상가상 자 기구미에 맞는 직원도 못 뽑고, 본인은 하기싫고 결국, 수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폐업을  하셨다고 한다. 그 후 이분은 까페에 대한 한이 남아서 프랜차이즈 까페로 초점을 돌려 매 일같이 나를 찾아와 여긴 인수만하면 얼마를 번다, 이런데 2개만 계약하면 정말 좋겠다. 운 영하기 어렵지 않다 등 참 많이 나를 피곤하게 하셨던 기억이 난다. 또 한 사례는 내가 한때 살았던 구리의 아파트단지 중심상권내 상가까페였는데 여긴 여자사 장님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름 성실하게 운영을 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까페가 특별한 컨 셉과 주고객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시설이나 장비는 꽤 준수한 편 이였다. 아파트 상권이면 주고객이 학부모와 아주머니들인데 그들이 편하게 담소를 나눌만한 분위기가 전혀 아니였던 것이다. 마치 와인바 같은 분위기에 사장님의 스타일 역시 비슷 해서 선뜻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15평정도 였는데 월세가 무려 350만원이였으니  매출부담이 만만치가 않은 곳이였다. 안타깝게도 월세는 우리보다 4배나 높았는데 매출은  우리까페 수준에도 미치치 못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형 프랜차이즈가 창업 후 6개월여 만에 인근에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나중에는 업태를 바꾸어 저녁에 술을 팔다가 결국, 1년여 만에 폐업을 하셨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와 유사한 형태의 실패가 예상되는 창업은 무 수히 많다. 난 차라리 본인 스스로가 커피에 대한 최소한의 실무준비와 전략이 안된다면 차 라리 프랜차이즈를 권하고 싶다. 프랜차이즈도 결코 쉬운 사업이라고만 볼 수는 없지만, 위 의 사례처럼 뻔히 실패가 예정된 창업을 할 바엔 이 편이 훨씬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 론, 그들이 처음부터 이를 알았다면 그렇게 창업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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