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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민 Jul 31. 2021

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2.커피Talk(8화)

8. 커피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오답은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커피공화국의 수준을 넘어 커피 왕정국가가 된 분위기다. 커피 한톨 경작 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커피가 재배되는 웬만한 국가들보다 더 많은 커피를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실제, 전세계 도시중 스타벅스가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지역은 바로 서 울에 강남이다. 이제 좀 사그러질만도 한데, 시장은 마치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양분 된 듯 서비스를 중시하는 커피회사와 가성비를 주무기로 하는 저가커피 회사의 치열한 접전 이 벌어지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는 또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때 원두커피 회사가  너무 많이 생겨나 인스턴트 커피회사가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비중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시장사이즈는 예전보다 더 커져서 실제 이마트, 홈플 러스 등 대형마트 전체 매출기여 1,2위를 다투는 품목이 바로 인스턴트 커피인걸 보면 알  수 있다. 거기다가 요즘은 편의점에서 더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파는 것 같다. 가령, 일반  원두 커피전문점에서 헤이즐넛 커피를 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천연 헤이즐넛은 열매로 씹 어먹기도 하는데, 보통은 제조사에서 인공적으로 헤이즐넛 액상이나 향을 입혀 만든 인스턴 트 커피를 말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장기적으로 경기불황이 예상되다보니, 아메리카노 기준 1,000원짜리 편 의점 커피부터 1,500원에서 5,000원 전후 가격대의 커피까지 라인업이 다양화 됐는데, 그  기준점은 3,500원정도가 되는 것 같다. 그 이상의 가격대는 서비스로, 그 이하는 저가커피  개념으로 접근한다고 보면 될 듯 싶다. 그리고, 요즘은 전문 커피업체는 아니지만 커피를  서브로 해도 결코 서브같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는 곳들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은 맥도 널드 커피다. 다국적 기업으로서 지닌 구매력은 질좋고 낮은단가의 원두를 제공받을 수 있 다. 최근 다시 유럽을 대표하는 라바짜 커피를 쓰는데 1,000원짜리 커피중에 가성비는 최고 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가격대가 천차만별인 커피들의 맛은 그 가격차이 만큼이나  맛도 비례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커피맛과 가격차이는 합리적이지 않다. 심하게 말하면 1,000원짜리 맥커피가 4-5,000원 커피보다 더 나은 경우도 많다. 보통 우리가 어떤 음식을 사먹을 때 100%는 아니지만 가격과 질은 어느정도는 비례한다. 그런데, 왜 커피에선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시발점은 아무래 도 거대자본을 무기로 목 좋은곳에 입점전략을 시행해 온 직영 체인사업자 혹은 프렌차이즈  사업자들이 그 중심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부동산부터 마케팅 비용에 이르는 총비용  구조를 감당해내려면 아무래도 가격책정이 높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수준이 상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선 공정상에 드는 추가비용이 필수이기에 브랜드값 만큼 커피수 준이 못 따라갈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경쟁은 치열해져만 가고 소위 스페셜티라고 불리우 는 커피가 대세인데 비싸서 전량은 쓰지 못하고, 그래서 아주 소량의 질좋은 커피와 다소  떨어지는 등급의 커피를 섞어 팔면서도 광고는 콜롬비아 00 수프리모 스페셜티 커피 하면 서 고객을 잡으려 애를 쓰게 된다.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이 메커닉을 따르다보니, 커피맛 이 되려 하향평준화가 된 느낌마저 든다. 결국은, 블랜딩 싸움이 된 셈인데, 이 블랜딩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올라서는 게 아니다. 앞 전에 언급된 라바짜 커피외에 일리커피등은 유럽에서 이미 수십년동안 커피를 맛있게 만드 는 일만 연구해 온 기업들이다. 그들의 영역은 이제 홈까페 영역에서까지 입지를 구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커피업체들의 경우는 그들과 비교하면 경험과 노하우에서 일천하다. 나는 그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음용 수준과 비례한다고 본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커피 를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요, 사람들이기에 커피맛보다는 다른 편익을 즐기기 위해 까페를  가는 경향이 더 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엔 달달한 다 방커피 아니면 소위 블랙이라 불리우는 쓴 커피를 선호해왔다. 선호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는 그런 커피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거기에 길들여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떠한가 부암동 클럽 에스프레소, 강릉 테라로사등과 같이 한국을 대표하 는 커피업체들이 하나 둘 주목을 받고, 각종 지자체에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커피관련 행 사를 자주 개최한다. 또, 매년 열리는 다양한 까페쇼등을 통해 선보이는 선진 커피국가들의  커피를 접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커피 음용수준이 올라온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에치오피아 계열의 커피들(시다모,예가체프,짐마)이나 중미 커피들(코스타리카,파나마,과테말 라)처럼 산미를 자극하는 커피들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예전보단 많아졌다는 것이 이를 방증 한다. 그리고, 이러한 커피들을 맛있게 내려마시는 추출법까지 알고 마시면 그 맛은 배가  된다. 이렇듯 커피에 정답은 없다. 커피를 만드는 방식도 다양하고, 기호도 다양하며, 종류 도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은 있다. 첫 번째로, 커피가 너무  상업적으로만 조명되어 왔다는 점이다. 커피맛이나 문화보다는 원가를 낮추어 일정 수준만  갖추려는 모습만 보인다는 것이다. 커피 퀄러티나 다양성보다는 서비스나 이미지로만 고객 을 확보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먼 나라 미국에서부터 이웃한 일본의 경우만 봐도 참으로 부러운 커피문화들이 많다. 미국 의 경우엔 지역을 중심으로 소위 컬트 커피 브랜드가 발달된 예가 많다. 스텀프 타운이나  인텔리젼시아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서 커피를 서비스  한다. 거래의 방식이든, 직원을 교육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든지 말이다. 무엇보다 천편일률적 이지 않아 좋다. 독자적인 이미지와 컨셉을 유지하되 커피에서만큼은 양보가 없다. 그것은  끊임없는 커피맛에 대한 연구와 열정에 기인하며 동시에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함께 성장한 다는데 의의가 있다. 일본의 경우는 아주 전통적인 도제식 커피문화를 자랑한다. 실제 일본 에 가보면 지역마다 많게는 100년 가까이 된 작고 낡은 커피숍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커피문화를 받아들인 일본은 세계 3대 커피수입국이다. 우리와 달리  일본 사람들은 집에서 커피를 내려마시는 비중이 크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커피원두를  구매하는 문화가 일찍이 자리잡았다. 그들은 어떤 커피가 오답인지 구분 해 낼 수 있다. 올해로 커피를 업으로 한지 만 7년차로 접어들었다. 서두에 말했듯이 난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내 스스로 내린 커피만 수만잔이 될 것이다. 그 얘기는 수만명의 손님을 맞이 하고 그 반응을 보아왔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창업 당시보다 손님들의 수준이 더 떨 어져 보일때가 많다. 그 때는 커피를 마시러 오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배우러 오시는 분들 도 꽤 많았다. 어쩌면 오너인 내가 적극적으로 다양한 커피의 세계를 알리려 노력한 결과일 지도 모르지만, 당시엔 스펀지처럼 커피에 대한 지적호기심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요즘까지 도 아메리카노와 핸드드립을 구분 못하시는 분들, 둘이오셔서 돈을 아끼기 위해 잔을 하나  더 달라시는 분들, 스타벅스 커피는 진한데 왜 여기 커피는 연하냐는 등, 오로지 아메리카 노에만 목을 메시는 분들등 전반적인 매너를 포함해서 커피맛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분들이 아직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긍정적인 면들이 더 크지만 말이다. 사실, 커피에 있 어서 정답과 오답을 구분해내 만족스러운 커피를 즐기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소박하다. 커피의 특성만 잘 이해하면 그만이다. 원두를 신선하게 보관하고 구매하는 요령, 단골 까페 를 지정하고 소량씩 구매하는 지혜, 가급적 추출직전에 원두를 분쇄하기 등. 그다지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바란다면 비용을 다소 지불하더라도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로 커피를 판매하 는 동네까페나 업체등을 찾아다니면서 진짜 맛있고 신선한 커피, 적어도 오답이 아닌 커피 들 위주로 즐기길 권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주변엔 좀 더 많은 정답에 가까운 커피, 오답 으로부터 멀어진 커피를 쉽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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