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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민 Aug 14. 2021

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3.까페Talk(9화)

9. 사장이 을이다.

내가 까페를 운영하는동안 신문에 난 기사들 중 가장 많이 눈이 간 키워드를 꼽으라면 열정 페이와 시급, 시급알바등이다. 부연하면 제때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여 하루아침에 악덕업주 로 전락한 사장님들에 관한 기사이기도 하였다. 난 어쩌면 이상주의자에 가까운 면을 지닌  사람인가보다. 왜냐하면 이런 기사들을 접할 때 마다 얼마나 업주들이 못났으면 왜 자기 매 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 설사 계약직이든, 시급 알바직원이든 - 의 급료를 가지고 장난을  치나, 얼마 안되는 시급마저 안 지켜주고 도대체 무슨 일을 시킨다는 말인가 생각하며 연신  비판을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엔 -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 업주들이 왜  그런 취급을 당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말 이다. 아울러, 까페투어등을 할때면 난 으레 바리스타들과 담소를 나누곤 하였는데, 그 때  우리나라 바리스타들의 애환과 고민거리를 꽤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강남의 유명한 커피업 체가 있었는데 인테리어나 규모 또 매장안의 인력운용의 면면을 봐서 개인사업자가 운영하 기엔 다소 럭셔리 해 보였던 매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모 대기 업에서 운영하는 까페였다. 바리스타는 물론이고 로스터까지도 젊은 직원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당시만해도 젊은 로스터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호기심에 그에게 다가가 이런저 런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이야기중에 의외의 말을 듣게 되었다. 자신은 지금 이 일을 그만둘까를 심각하게  고민중이라는 이야기였다. 이유인즉, 처음 20대 초반엔 바리스타의 꿈을 가지고 열심히 지 방에서 자격증도 따고 실무도 경험했다. 급기야 서울에 올라와 어엿한 커피 바리스타로서  7-8년을 고생한 끝에 평소에 해보고 싶던 로스터까지 되었다. 그런데, 나이는 곧30이 되어 오고 여자친구와 결혼을 해야 할 처지가 되었는데 지금 받는 급여로는 집세를 포함 생활자 체가 너무 빠듯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다보니, 서울의 물가나 생활을 감당할 길이 없어 지 방으로 다시 내려가든 어떻든 돈 되는 다른일을 알아보아야 할 처지라는 것이였다. 문제는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였다. 이런식으로 갔을 때 자기 가 꿈꾸는 까페사장의 길은 현실적으로 너무나 험난해 보였기 때문이다. 듣는내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벌써 이 업계에서 8,9년의 경력을 쌓아 온 나름 전문가라면 전문가 인데 그런 그가 한 소리치곤 너무나 우울했기 때문이다. 넌지시 물어 본 그의 월급여는  150만원대였다. 물론, 4대보험에 상여가 따로 있다고는 하지만 대충 계산해봐도 연봉으로  치면 2천만원이 약간 안되는 것으로 보여졌다.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그에겐 사실상 힘빠지 게 하는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그의 급여수준이 업계에선 비교적 높은 편에 속 한다는 것이였다. 업무의 강도는 또 어떠한가. 하루에 10시간에서 12시간 근무를 밥먹듯이  하는 바리스타들이 수두룩했다. 쥐꼬리만한 급여에, 10시간이 넘는 업무에 보기에는 한없이 세련되 보이고 멋져 보이는 바리스타. 커피를 한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바리스타 바로 그들이지만 월급날만 되면 한숨이 나오는데는 어쩔 도리가 없다. 나는 그러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렇게 돈이 있는 커피회사에 서도 저 정도의 대우밖에 못해주는 데 (근무강도를 고려했을 경우 우리까페에서 지급하는  수준과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과연 나는 어떻게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면서 그들 이 불안해 하지 않고 온전히 일에만 전념하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적어도  직원들한테 갑이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들의 머릿속에 소위 사장님이라는 직 함이 주는 무게감 혹은 부담감이 뿌리깊게 박혀있는 듯이 보였다. 그래서 일을 하는 공간속 에서만큼은 사장님이라는 호칭 대신 (수석)매니저로 대하게 하였고, 커피를 뽑고 손님을 맞 이하는 일에는 철저하게 수평적인 문화로 만들어 나아가고자 노력하였다. 이 업계는 이직률 이 비교적 빈번한 편이다. 나는 우리 직원들이 우리 까페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싶은 환경으 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실수는 두 번째 까페를 열면서부터였다. 두 번째 까페 를 열고, 아끼던 직원들의 퇴사이후 솔직히 나는 멍해지기 시작했다. 좀처럼 마음에 드는  직원들을 채용하기도 어려웠지만, 동시에 직원을 뽑는 다해도 골치아픈 일들이 하나둘씩 늘 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직원은 거짓말을 교묘하게 하는 데 능숙했다. 특히, 주말엔 직원둘이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나는 종종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까페로  와보면 그 직원은 없었고, 어떤 경우는 아예 일찍 퇴근해버리다가 발각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였다. 오픈조의 경우엔 1시간 이상씩 지각을 하는 경우가 잦아 손님들의 전화를 받고  내가 가서 오픈을 한 적도 있었다. 거기다 처음엔 없던 기괴한 화장과 복장을 하고 나와  손님들을 놀라게도 하였다. 어쩔 수 없이 퇴사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개성이 아 니라 민폐였다. 이후, 나는 실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인성이 된 사람을 위주로 뽑으려고 하였다. 그러다보 니, 나이대가 올라가 결국엔 우리 까페 최초로 40대 아주머니가 채용되었다. 오히려, 처음 엔 긍정적인 면이 많이 있었다. 비록 순발력과 참신함에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비슷한 나이 대에서 오는 인간적 믿음이랄까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신뢰 가 갔다. 그런데, 이 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객을 대할 때 내가 매장에 있고 없고에 따 라 친절도의 편차가 크다는 점이였다. 모르는 것 같지만 단골고객의 경우는 나중에 그 직원 들의 평판에 대해 사장들에게 피드백을 해 준다. 설사, 단골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편한 대우 를 받게 되면 알려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순히 일을 통해 돈을 벌려는 목적이 더 컸던  이 아주머니 직원의 경우는 상당기간 적지 않은 고객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었 던 것이였 다. 그렇다. 장사란 어찌보면 보통수준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고도의 고객관계관리 영업이 기도 하다. 특히나, 단골을 그리고 지역주민을 상대하는 개인까페는 더더욱 그렇다. 이 아주 머니에게서 그러한 것을 기대하기란 솔직히 어려웠다. 그걸 감안하고 운영한 책임은 오롯이  사장인 나의 몴이다. 어쩌면 나에겐 편할 수 있었던 직원이였지는 모르지만 고객에게는 한 없이 불편한 직원이었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고객분들께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많 았다. 이 일을 해오면서 가장 회의적이였던 순간을 뽑으라면 직원들의 무례하고 무분별한 퇴사통 보였다. 보통 퇴사통보는 회사나 오너가 직원들한테 하기 마련인데, 우린 거꾸로였다. 우리  까페는 일반적인 까페와는 달리 커피에 대한 지식과 추가적인 서비스 방식을 더 요구한다. 그래서 내가 직접 바리스타들을 교육하는데 이 교육만 잘 소화해도 커피의 준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프렌차이즈에서 일을 많이 했던 바리스타들은 이런 우리와 비슷한 유형의 까페에 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들도 꽤 많았다. 배우고나면 뭐라도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용당시엔 서로들 이곳에서 일하고 싶어 꼭 뽑아달라며 구걸하다시피 하는 지원자도 적지  않았다. 대신 나는 그들에게 상당한 분량의 커피관련 지식과 실무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댓가 로 최소 6개월의 근무를 해 줄 것을 요구했다. 가르치는 일도 힘들뿐더러 새로운 직원이 들 어와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교육이 종료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말도 안되는 핑계를 데며 하나 둘 퇴사를 통보하고 나가버리는 것이였다. 가장 황당한  경우는 본인의 실수를 나무란데 따른 책임을 나에게 돌리고 나가는 경우였다. 정말이지 어 이가 없고 화가 났다. 마치, 그런 틈이 생기길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차라리 정중하게 나 가고 싶다고 말하면 더 좋으련만. 왜 잘해주려는 사람에게 그렇듯 무례하게 그리고 무책임 하게 말들을 하며 나가려 하는지 모르겠다. 상전이 따로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겐 상전 이 바로 직원들이였다. 무엇보다 속상한 건 이제는 사람이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였 다. 난 그래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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