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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민 Aug 16. 2021

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마라 3.까페Talk(10화)

10. 1인 경영자가 되다.

까페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중앙복도를 따라 걸어가면 중앙엔 홀을 1/3쯤 메운 두꺼운 유리 캡슐룸이 있다. 캡슐륨안에는 어른 10여명은 족히 둘러앉을 수 있는 유선형의 원형탁자가  놓여있고, 탁자옆엔 샘플로스팅룸이 별로도 마련되어 로스터가 열심히 커피콩을 볶고 있다. 손님들은 캡슐밖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캡슐룸안을 신기한 듯이 바라본다. 그 안에서는  커피를 시음하는 전문 컵테이스터들이 방금 볶아 낸 여러 품종의 커피를 함께 음미하며(커 핑 또는 슬러핑) 손님들에게 제공할 최상의 커피를 만들어내기 위한 진지한 작업이 진행된 다. 캡슐룸을 끼고 둥글게 돌아 들어가면 커피를 주문하는 곳이 나오는데 줄을 서는데서부 터 에스프레소를 중심으로 한 커피류를 공급하는 Fast 커피존과 핸드드립을 중심으로 한  커피류를 공급하는 Slow 커피존으로 나뉘게 된다. 손님들이 앉을 테이블은 마치 남산타워  전망대의 모습처럼 원형에 가깝게 캡슐륨을 중심으로 360도로 잘 배치되어 있으며, 그 뒤 로는 벽면을 통해 마치 커피박물관처럼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화보와 정보들이 예쁘게 디자 인되어 보는이들로 하여금 마치 커피도시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바로 이 모습이 내가 구현하고픈 까페의 모델이였다. 이 모델은 사실, 커피를 처음 공부하 면서부터 구상했던 것이였는데, 투자를 받아 창업후 3년안에 실현하고자 했던 플레그쉽 스 토어의 단면이였다. 이를통해, 하드웨어적으로는 커피전문성에 대한 직관적 강렬함을 제공 하고, 소프트웨어적으로는 바리스타들의 커피마스터화를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바램은 결국,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제는 직원들을 다 정리하고  나 혼자서 까페를 운영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내 나름대로는 중대한 결단이였다. 아울러, 까 페를 매매하기 위한 모드로 본격 돌입했다. 더 이상 이곳에서 까페를 운영한다는 것이 나에 겐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였다. 마케팅적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웬만한 것들은 다 실험해보 고 운영해봤기에 미련은 없었다. 남은과제는 제대로 된 적임자를 찾아 적절한 권리금을 수 취하고 인수인계하는 것이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부터 나는 커피하는 일이 싫어졌다. 믿 고 아꼈던 직원들과의 결별, 이후 채용된 직원들의 말썽, 그리고 갈등들로 인해 정이 확 달 아난 것이다. 더 이상 직원들을 채용하기도 싫었고 일을 많이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까페안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더 이상 커피에 대 해 공부하지도 않았고 무엇을 더 연구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업시간도 대폭 줄여  6시에 영업종료를 하는 것을 단행하였다. 6시에 문을 닫는 커피숍. 가장 미안했던 건 손님 들의 불편이였다. 6시 이후 찾아오는 고객들 특히, 퇴근이후 들러 원두를 구입하시려 했던  고객들의 불만은 생각했던 것 보다 컸다. 어디 그뿐인가. 토요일은 달랑 6시간만 영업을 하 고 일요일은 아예 문을 닫았으니 우리 커피에 입맛이 맞추어진 고객들 입장에선 여간 불편 한게 아니였다. 그러나, 나의 입장은 확고했다. 더 이상 이곳에 메여 내 비전을 썩히기 싫었 고, 함께 꿈꾸지 못할 피곤한 직원들과 일할바엔 차라리 나혼자 해낼 수 있는 적정 영업시 간안에 평화롭게 일하다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 뿐이였다. 물론, 수익저하에 따른 경제적 어 려움은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였다. 1인 경영자가 된다는 것. 여러분은 어떻게 들리는가? 심플하고 자유롭게 들리는가? 아니면  뭔가 허술하고 부족해 보이는가? 요즘은 1인 스타트업 컴퍼니라해서 젊은이들 사이에선 제 법 멋져 보이는 신생 벤처기업으로 통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자영업 시장에선 힘들고 고된 자영업의 현실을 대변하는 이 시대의 안타까운 용어이기도 하다. 1인 경영의 경우 크게 세 가지의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2명 이상의 복수조직으로 시작해서 1인 경영으로 바뀐경우와  1인 경영으로 시작해서 향후 복수조직을 꿈꾸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1인 경영만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이중에서 가장 비참한 경우는 바로 첫 번째인 복수조직에 서 부득이하게 1인 경영제체로 전환하는 경우이다. 이 세상의 어떠한 사장도 성장을 싫어하 는 사람은 없다. 조직을 키우지는 못해도 적어도 조직을 축소하거나 없애는 데 즐거워하는  사람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위 인건비 따먹기라는 말이 있다. 성장을 위한 투자에  겁을 먹거나 여의치 않아 주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하는 방법중에 하나가 직원들을 정 리하고 본인 스스로 감내하는 경우이다. 나의 경우도 취지야 조금은 달랐을 수 있겠지만 그  구조에 있어서만은 같았다. 사실, 말이 쉽지 처음 1인 경영(운영)을 한다고 스스로 선언했을  땐 겁도 났다. 모든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좋게  말하면 일에 대한 숙련도가 높아져 직원 한둘 없어도 혼자서 운영이 가능해지니 오히려 수 익이 증가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운영하는 데 따른  운영상의 한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사 전에 충분히 예상한 시나리오이기는 했다. 충분한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였기에 막상 시작 했을 땐 처음에 먹었던 마음보단 훨씬 수월하게 운영을 해 나아갈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체력의 한계였다. 혼자서 까페를 운영한다는 것은 점심도 어디가서 자유롭 게 먹지 못하고 장시간 오롯이 매장을 지켜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에 먹는것에서부터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몸이 축나기가 쉽다. 두 번째는 아무래 도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메뉴라인을 보강하기보단 운영의 편의성 을 위해 축소하거나 없애기도 해야 해서 손님들의 요구에 일일이 부응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다. 그러다보니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 즉, 다른 것은 몰라도 신선 한 커피, 맛있는 커피에 관한 부문 만큼은 - 나의 자존심이였기에 -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 지 않을만큼의 노력과 관리가 따라야만 했다. 이것마저 놓쳐버린다면 우리 까페의 정체성은  존재하지 않는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6시에 문을  닫기로 결정한 이유들이다. 어차피 매장을 정리하려고 마음을 먹었기에 나는 짧은 영업시간 이나마 건강한 모습과 밝은 미소로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손님들에게 대접하다가 떠나고  싶었다. 결국, 주중 저녁시간대 및 주말 대부분의 매출을 포기한 결과는 당연히 크나 큰 수 익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고, 남은 건 부지런히 매매추진을 해서 하루라도 빨리 매장을  매각하는 게 이익이라는 결론이였다. 6시 이후의 삶은 철저하게 운동과 식이요법등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하는 데 주력했고, 틈나는대로 마음을 다스리는 책과 기도 다양한 수행법등 을 통해 몸과 마음을 균형적으로 다스리는 데 정성을 쏟았다. 왜냐하면 최종적으로는 1인 경영(운영)에서 오는 심리적 문제들 즉, 상의할 사람이 없는데 서 오는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만 한다는 책임감등이 언제 든지 수시로 밀려오기 때문이다. 특히, 월말에 이르러 월세를 포함한 관리비, 각종 공과금을  처리해야 할 때가 오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요즘과 같이 불경기에 메르스등이  겹쳐 업친데 덥친격이 되었을 때 난 그것도 모자라 영업시간까지 축소했으니 경제적 압박이  배가 되어 다가왔다. 다만 다른 사람들처럼 딸린 가족이 없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 야만한다는 웃픈 현실을 위안거리로 삼아야만 했다. 가끔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만일 가족이 있었다면 내가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온전히 가족전체를 부양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쉽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커피일을 좋아하는 부부나 가족 들이 함께 운영한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나에겐 결정적으로 함께 할 아내나 가족이 없었다. 난 이것이 1인 경영(운영)이 가져다 주는 가장 안좋은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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