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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민 Nov 03. 2022

고객이 의존하게 만드는 슈퍼을의 영업

B2B 영업/세일즈 컬럼 기업영업교육전문가 박주민 대표

슈퍼을이라는 말을 처음 본 건 저자 이동영 씨가 쓴 책 ‘처음에 반하게 하라’에서 였다. 그는 현직 언론사 기자로서 수많은 취재원을 지켜본 결과 갑과 을이 존재하는 비즈니스 세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권력자의 위치에 서 있는 갑과의 갈등 관계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을들에게 주목하게 되었는데 과거에는 갑에게 치이고 부대끼면서도 생존을 위해 굴욕을 감수하는 것이 전형적인 을의 모습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그 흐름이 바뀌기 시작해 자신만의 무기와 매력으로 사실상 갑을 끌고가는 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들을 일컬어 그는 ‘슈퍼을’이라 칭했다. 참으로 공감이 가고 적절한 용어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집자마자 끝까지 읽어 내려간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슈퍼을의 의미가 전문가 영업이 추구하는 것과 매우 비슷함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슈퍼을이 갑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갑은 슈퍼을을 더욱 찾게 되고 그들이 없으면 업무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불편해하더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평소 갑이 필요로 하는 것을 그들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항상 그것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특징적인 것으로 이들은 관계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갑이 성공하는데 필요한 솔루션에 더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굳이 갑과 친해지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갑과 친분을 유지해가며 대체불가 슈퍼을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일에 매진한다.  

그렇다면 전문가 영업에 있어 이렇게 멋진 슈퍼을이 되려면 어떠한 자질이 필요할까? 첫째는 고객의 구매 과정을 지도하는 역량이다. 이 말의 의미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고객이 처한 현재의 문제뿐만이 아닌 고객의 숨겨진 열망까지 찾아 가이드 할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 특히, 중대형 규모의 비즈니스의 경우 거래 규모가 크고 거래기간 또한 길기 때문에 고객은 구매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판단이 회사의 앞날에 또 자신들의 안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업대표는 고객이 솔루션을 구매함으로써 얻게 될 이익뿐만이 아닌 구매 이후 생겨날 수 있는 여러 불안 요소까지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지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역량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구매 결정을 과거처럼 특정 부서나 키맨의 단독적인 의사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최대한 위험을 회피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업대표는 각각의 이해관계자 특성에 맞는 제안을 맞춤식으로 준비하여 단위 부서들을 대상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것이 바로 커스터마이징 역량이다. 셋째는, 고객을 압박할 수 있는 역량이다. 여기서 말하는 압박의 의미는 고객을 무조건 밀어붙이는 개념이 아니다.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잘못된 판단이나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게 가격 협상이다. 가령 고객이 무리한 가격 할인을 요청해 올 경우 영업대표는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에 따라 협상의 폭을 조율할 줄 알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갈등을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지도하는 역량, 커스터마이징하는 역량, 압박하는 역량은 관계를 매개로 한 판매 지향 영업방식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솔루션을 매개로 한 가치 지향 영업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역설적인 것은 오히려 후자의 영업방식에서 더 건강하고 탄탄한 고객과의 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단순하지만 아래의 고객 접근방식에서부터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모두가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고객사 B가 있다. 고객사 B에게 어떻게든 잘 보여 수주에 성공하려는 경쟁사 영업대표들의 온갖 영업활동이 난무한다. “김 부장님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저희가 오늘 유명한 일식집 예약을 해두었거든요. 오늘 모시고 싶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파격적인 제안을 드리려고 합니다. 분명 만족하실겁니다” “이번에 저희가 개발한 신제품을 보신다면 정말 마음에 드실 겁니다”그런데, 유독 한 명의 영업대표만이 다른 스타일의 제안을 해온다. “최근 귀사가 참가한 컨퍼런스 주제에 깊은 인상을 받아 관련 자료를 모아 분석하고 요약해 보았습니다. 저희들의 아이디어와 의견도 포함되어 있는데 한번 검토해 보시겠습니까?”여러분이라면 이들 중 어느 영업대표의 제안에 더 흥미가 느껴지는가? 아마도 정상적인 경우라면 맨 나중에 제안한 영업대표의 의견에 관심이 갈 것이다. 

위의 상황 예제에서 본 바와 같이 전문가 영업은 모든 영업과정에서 고객의 이슈에 집중하는 솔루션을 매우 중시한다. 궁극적으로 솔루션이 고객을 만족시키고 결과를 만들어내며 고객을 의존하게 만드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솔루션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고객은 구매 품목에 따라 가격에만 치중해 제품을 구매할 때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 내에서 쓰는 객단가가 낮은 비품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객단가가 낮은 구매조차도 구매 주기가 빈번해지고 누적 금액이 커지다 보면 개선점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고객은 어느 순간 슬슬 다른 업체들과 비교 견적을 내기 시작한다. 만일 여러분이 이러한 제품들을 납품하는 회사의 영업대표라면 어떻게 지속적인 매출을 이어나갈 것인가? 이때 필요한 것이 고객을 의존하게 만드는 솔루션이다. 솔루션은 고객이 처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상황을 살펴 앞으로의 문제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때 그 의미가 더욱 커진다. 이런 경우라면 비용 절감에 관한 솔루션을 기획해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가령 누적된 구매내역 중에서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구매 항목을 제거하고 대체제를 찾아 구매 효율성에 균형을 맞추어 주는 분석자료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의 실제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을 선제적으로 고민해주는 영업대표에게 신뢰가 쌓여 고객은 더욱 의지하게 된다.

다음은 강의 현장에서 솔루션의 개념을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필자가 자주 드는 사례다. 필자는 커피사업을 7년 가까이한 적이 있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해서 B2B로 납품도 하고 매장에서 고객응대도 병행했다. 거의 매일 찾아오는 단골 손님이 계셨는데 이분은 당시 필자의 히트 상품이었던 콜롬비아 타타마라는 품종을 핸드드립 커피로 즐겨 드셨다. 그런데 어느 날 필자에게 찾아와 이런 부탁을 했다. “사장님 이 커피를 저희 회사 워크숍 행사 때 직원들에게 마시게 해주고 싶어요. 현장에서 핸드드립으로 가능할까요? 인원은 총 300여 명 정도 됩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당혹스러운 요구였지만 잠깐의 고심 끝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B2C 고객이 B2B 고객으로 둔갑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내에 300여 명의 커피를 현장에서 추출하는 것과 매장과 같은 맛의 재현이 생각처럼 간단한 일만은 아니었다. 특별한 솔루션이 필요했고 궁리 끝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커피는 로스팅한 직후 밀봉상태로 냉동 보관을 하면 신선도가 오랫동안 유지되는데 1주일 정도면 맛있게 숙성이 된다. 행사 일주일전 필자는 300인분에 해당하는 커피를 미리 로스팅을 하고 행사 당일 직원들과 함께 2시간여에 걸쳐 핸드드립 원액을 추출했다. 그런 다음 황학동에서 사온 대형 스테인레스통에 원액을 담아 필자는 행사 장소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현장에 준비된 대형 테이블 옆에 미리 마련한 온수를 컵에 담아 일정 비율에 맞춰 원액을 섞어 서비스하면 끝. 결국 점심시간이 끝나고 올라오는 직원 300여 명에게 현장에서 드립 커피를 성공적으로 서비스한 것이다. 

고객의 표현에 의하면 매장에서 마신 것과 비교할 때 90% 이상 동일한 커피 맛이 재현되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부족한 10%는 매장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 하니 사실상 완벽한 현장 서비스를 한 셈이다. 당시로서는 필자가 세계 최초의 핸드드립 커피 케이터링 서비스를 실현한 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 이것이 바로 고객의 필요를 채우는 솔루션 영업이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솔루션 영업은 담당하는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존 상품이나 다른 자원들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역량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고객의 관점에서 커스터마이징된 솔루션이 제공되면 고객은 열광하고 해당 영업대표를 더욱 의존하게 된다. 한마디로 팬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굳이 고객과 친해지려고 관계영업에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 관계 영업이냐 솔루션 영업이냐에 대해선 이미 서양 영업권에서 어느정도 의미 있는 연구 결과들이 소개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SEC(Sales Executive Council)가 90여 개사 6,000여 개의 영업 샘플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여러 항목 중 관계를 중시하는 기업고객의 비중이 결코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관계가 좋다 할지라도 구매 결정 단계에 접어들면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한 측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는 의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오랜 세월 국내에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주제이기도 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전문가 영업은 관계 자체가 아닌 관계의 질에 집중한다. 솔루션을 통한 전문가 영업, 고객을 의존하게 만드는 슈퍼을들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관계영업이 필요하다.

#고객이의존하게만드는슈퍼을의영업

I pray for peace in Ukraine!!!

#기업영업교육전문가

#국내1호콜드콜링전문가

#대한민국명강사제229호선정

#삼성전자100인의영업인상수상

#26년차전문가영업전략적판매의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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