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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민 Nov 04. 2022

삼성전자는 왜 B2B에 칼을 빼들어야만 했나?

B2B 영업/세일즈 컬럼 기업영업교육전문가 박주민 대표

전지현. 그녀는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하나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녀에게 더 어울리는 수식어는 CF 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월을 거슬러 90년대 중반부터 2천 년대 초까지 삼성전자는 전지현이라는 모델을 앞세워 프린터 제품의 브랜딩 강화에 열을 올렸다. HP, 신도리코, 엡손, 캐논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선점한 국내 프린터 시장에 일종의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90년대 중반 국내 광고비만 4천4백억/년 규모를 집행하던 삼성전자는 거칠 것이 없었다. 삼성의 광고 집행력은 실로 대단했다. TV를 포함한 신문, 잡지, 옥외광고, PPL 등 전 매체에 걸쳐 엄청난 비용의 광고를 집중 투하했다.

TV만 틀면 전지현의 현란한 춤사위가 어우러진 삼성의 프린터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당시 필자는 삼성전자 광고기획팀에서 근무했는데 가끔 선배들을 따라 광고 촬영장에서 전지현을 쿨한척하며 지켜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의 판도는 서서히 삼성 프린터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레이저 및 잉크젯 부문 시장 MS 1,2위를 빠른 시간에 탈환한 것이다. 놀라웠다. 그때부터 나돌았던 시장 내 소문이 '역시 삼성이 하면 다르다'였다. 막강한 자금력과 강력한 유통망을 지닌 삼성이라면 어떠한 제품, 어떠한 사업을 펼치더라도 1등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시장 내 경쟁사들은 삼성을 두려워했고 내부 직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그것이 초점의 오류였음을 -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에 국한해 왜곡된 판단을 하는 것 - 깨닫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바로 B2B라고 하는 거대한 메이저리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전지현을 앞세워 위용을 뽐내던 B2C에서와는 달리 B2B에서는 삼성의 프린터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2천년대 중반 삼성전자는 방향타를 B2B로 틀기 시작했다. 제품력을 바탕으로 유통망과 마케팅의 힘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B2C보다 제품에 솔루션을 입혀 기업고객에게 직접 찾아가는 B2B가 훨씬 시장이 크고 부가가치가 높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유를 들자면 삼성은 B2C라는 마이너리그에서 주름 잡는 골목대장쯤으로 볼 수 있었다. 단순히 IT 시장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30을 B2C로 70을 B2B로 보는 것이 맞았다. 결국 30에서 제아무리 1등을 해봐야 전체 IT 시장으로 확대해 보면 최대 30을 넘길 수 없다는 자체 결론이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는 70이라는 메이저리그를 평정하기 원했다. 2천 년대 중반 삼성전자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윤종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미래 중 하나는 B2B다. 시작은 한국에서 하지만 우리는 세계로 간다"라고 천명을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후 최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역시 그룹의 4대 변화 키워드 중에 하나를 B2B로 잡았다. 물론,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들이 오래전부터 B2B 사업을 안 해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B2B 영업에 대한 본원적인 역량에 있어서 삼성은 해외의 유수 B2B 전문 기업들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룹 내 선봉장으로서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을 테스트 베드 시장으로 삼아 성공의 발판을 마련코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B2B영업은 녹록지 않았다. 많은 학습을 요구했고 체질적 개선을 필요로 했다. 무엇보다 고객에 대한 접근 방식과 태도부터 달라야 했다.

2020년 삼성전자의 B2B영업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과거에 비해 제품과 시장, 고객의 포트폴리오도 많이 바뀌었다. 또한 여전히 B2B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투자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B2B 전시회인 독일 세빗(CEBIT)에서 기업 대상 사물인터넷 솔루션과 B2B 브랜드인 '삼성 비즈니스(SAMSUNG BUSINESS)' 공개 등이 그 예이다. 또한 필자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국내 B2B 사업 규모는 과거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질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B2B 사업에서 필요로 하는 고객중심적 접근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가령, 기존 및 신규 고객사들과의 다이렉트 협업에 의한 다양한 영업기회의 창출보다는 여전히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한 삼성 특유의 정책과 관리로 이끌어가는 면들을 들 수 있겠다. 필자가 방금 전 삼성의 B2B영업이 '진화 중(?)'이라며 단어 뒤에 물음표를 붙인 이유다. 혹자는 이를 '삼성식의 새로운 B2B 사업 스타일'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시장을 제로섬이 아닌 파이 자체를 키웠다며 관점 자체를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이 부분에 관해선 관련 전문가들과 더불어 별도로 논의 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확실한 건 B2B와 B2C는 많은 면에서 그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고객에게 편익이나 가치를 제공하는 영업의 본질 자체가 다르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고객과의 소통과 관계 관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B2B와 B2C는 서로 간의 장점들을 더 많이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B2B영업은 보다 입체적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중심의 환경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나의 기업이라도 해당 기업 내에 소통해야 할 대상이 많기 때문이다.

고객 만족을 위한 고객의 필요와 열망, 경쟁사의 동향까지 섬세하게 챙겨야 할 부분도 많다. 그렇기에 이는 전지현을 투입해 시장의 판도를 단시간에 바꾸어 버리는 B2C 사업 스타일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오히려 B2B 영업은 각각의 개별 고객들을 화려한 전지현으로 만들어주는 것에 가깝다. 이를 위해 공급사의 B2B 영업대표는 오랜 시간 고객에게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해야 함은 물론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 전문가 영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삼성전자도 예외일 수 없다.

#고객이의존하게만드는슈퍼을의영업

I pray for peace in Ukraine!!!

#기업영업교육전문가

#국내1호콜드콜링전문가

#대한민국명강사제229호선정

#삼성전자100인의영업인상수상

#26년차전문가영업전략적판매의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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