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영업/세일즈 컬럼 국내1호 콜드콜링전문가 박주민 대표
방금 전 우리는 고객 관계관리 전략 중 시장관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장에서는 두 번째 스탭으로 고객관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중대형 규모의 기업영업 활동에서 고객관리는 관계영업에 더욱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다만 과거의 관계영업이 관계 맺음을 수단으로 한 단순 거래지향 활동에 목표를 두었다면 오늘날의 관계영업은 전문성을 수단으로 한 지속적인 관계강화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물론, 목적은 기업 고객간 상호 이익의 확장에 있다. 그리고 지속적인 관계강화를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요체는 바로 고객가치다.(customer value) 고객가치는 현대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더욱 중요시되고 있으며 가치영업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어져야 한다. 그런데 영업관리자의 입장에서 영업대표들에게 고객가치의 개념을 설명하고 강조하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무실 벽이나 고객 행사에서 외치는 슬로건으로 쓰이거나 혹은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적 혜택을 고객가치로 혼동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일 정도다. 하지만 고객가치는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이 인정하는 인식의 크기로 결정됨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음은 필자가 강의 현장에서 고객가치를 설명할 때 쓰는 예화다. 현재 고객이 먹고 싶은 것은 소고기다. 그런데 당신이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돼지고기뿐이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고객의 가치를 실현하겠는가? 잠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생각해 보셨는가? 일단 첫번째는, 고객으로 하여금 소고기를 포기하고 돼지고기를 먹게끔 하는 방법이 있다. 어떻게든 고객으로 하여금 소고기의 욕구를 떨어뜨리고 돼지고기의 욕구로 바꿀 수만 있다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역량은 현란한 설득의 기술이다. 그런데 여기엔 부작용이 하나 있다. 당신이 돌아가고 난 후 고객의 마음속에 남는 뭔지 모를 찝찝함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강요나 설득으로 자신의 욕구가 침해되었을 때 반발하는 심리적 기재가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아마도 이 고객은 다시는 당신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방법으로는 당신이 제공할 수 없는 소고기를 외부의 협력사를 통해 공급하는 것이다. 물론, 남는 마진은 거의 없거나 손해다. 그럼에도 일단은 고객의 욕구를 채워주었으니 고객은 만족한다. 당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은 것은 안타깝지만 적어도 고객이 이탈되는 것은 막았기에 절반의 성공은 이룬 셈이다. 마지막으로는 외부에서 소고기와 오징어를 함께 구해서 돼지고기와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고객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레시피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옵션으로 소스를 하나 끼워줘도 좋다.“오늘은 소고기를 맛나게 드시고 내일부터는 기호에 맞게 오삼불고기를 만들어 드셔보세요. 요일마다 새로운 맛의 즐거움을 느끼실 거예요”갑자기 고객은 입안에 침샘이 고이며 흔쾌히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제안받은 솔루션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날 이후로 추가주문을 계속 해온다. 그저 간단한 궁리를 더한 것뿐인데 고객은 더욱 만족해하고 매출은 늘어만 간다. 고객가치가 실현된 것이다. 고객에게 맑은 날씨를 약속할 수는 없어도 비가 올 때 우산을 바쳐주겠다는 각오로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 마음마저 뿌듯하다.
명품이 존재하는 이유는 고객이 인정하는 가치의 크기가 크기 때문이지 물리적인 속성값 때문이 아닌 걸 모르는 이는 없다. 같은 맥락으로 영업에도 명품이 있다면 제품 자체의 속성값이 아닌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의 숨겨진 욕구까지 찾아 제안했을 때 그것이 곧 명품 영업이고 가치영업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 가치영업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에 쥐가 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선 가치영업을 제대로 해 본 경험이 별로 없거나 우리가 보유한 제품이 이미 제품적 가치를 반영해서 세상에 출시가 되었는데 도대체 무얼 어떻게 고객가치를 실현할 수 있느냐며 푸념 섞인 소리를 하는 영업대표들에 해당한다. 당연히 영업전략에 있어 가격의 속성으로 접근해야 하는 영업기회가 더 많고 그것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지만 이런 방식으로만 영업을 할 경우 어느 순간 영업이 재미없어지고 보람도 느낄 수 없어 영업라이프에 깊은 회의감이 찾아 들게 된다. - 필자도 이런 경험이 있다 - 물론 꼭 재미와 보람을 위해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직업적 회의감이 영업에서만 나타나는 건 더더욱 아니겠지만 고객을 상대로 하는 영업활동에서 고객가치를 실현했을 때 찾아오는 기쁨을 맛보지 않고서는 진정한 영업활동을 했다고 말하긴 힘들다. 무릇 영업관리자라면 고객관리의 기본은 고객의 고민을 내가 대신해서 한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항상 고객의 관점에서 궁리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수시로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어차피 과거처럼 술잔 기울이고 호형 호재하며 고객 관리하던 시대도 지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리셋(reset)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끔은 다음과 같은 예화를 들려주며 함께 토론도 해보자. 이미 많이 회자된 이야기이지만 고객가치를 화두로 쓰는데 있어 이만한 것도 없다. 모 회사에서 영업부 지원자들에게 ‘스님에게 나무빗을 팔라’는 과제를 주었다. 대부분의 응시자들이 “머리 한 줌 없는 스님에게 어떻게 빗을 팝니까?”하며 포기했지만 세 사람은 계속 도전하여 각각 빗 1개, 10개, 1,000개를 팔았다. 면접관이 어떻게 팔았느냐고 묻자 1개를 판 사람은 “머리를 긁적이는 스님에게 통사정을 해서 팔았다”고 했고, 10개를 판 사람은 “불자들의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고 불공을 드려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1개를 판 사람과는 접근 방법이 달랐던 것이다. 1,000개를 판 사람은 어땠을까? 그는 유명한 절의 주지스님을 만나 이곳까지 찾아오는 불자들에게 소중한 선물을 해야 한다며 “빗에다 스님의 필체로 ‘적선소’(積善梳 :선을 쌓는 빗)라고 새겨주면 더 많은 불자가 찾아올 것”이라고 설득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주지스님은 나무빗 1,000개를 사서 불자들에게 선물했고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수만 개의 빗을 추가주문했다. 관점의 차이가 얼마나 영업에서 다른 결과를 낳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분석해보면 1개를 판 사람은 자기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자기 처지를 하소연하여 동정심에 의존한 것이다. 10개를 판 사람은 절을 찾는 불자들을 생각했다. 그래도 조금은 발전했다. 1,000개를 판 사람은 주지스님의 성공 비즈니스에 눈을 돌렸다.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궁리한 것이 창의적 제안으로 열매를 맺은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피터드러커의 저서 ‘변화 리더의 조건’에 나오는 에스키모인들에게 냉장고 판 사람의 이야기에도 같은 원리가 작용한다. - 솔루션 영업의 사례로 설명이 안되면 자칫 영업을 가십(gossip)거리로 인식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 잠시 적선소의 사례를 상기하며 또 한번 궁리를 해보자. 결론부터 얘기하면 냉장고의 판매 컨셉을 ‘음식물을 얼어붙지 않도록 하는 기계’로 설정한 것이다. 주변 온도가 영하 수십도인 곳에서 어류의 해동과 맛의 최적화라는 것을 적정 온도의 개념으로 제안했을 때 고객의 가치는 새로운 차원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적선소 사례나 이 경우 모두 가치영업을 통해 고객관리가 이루어졌기에 고객과는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같이 영업대표는 제품 고유의 속성에만 의지하지 않고 고객의 상황에 맞추어 맞춤식으로 변형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고객관리가 기존 고객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든 신규고객에게 맞추어져 있든 이 역할은 똑같이 요구되는 솔루션 영업역량이다. 물론 현실영업에선 제안 내용에 합당한 정성적 또는 정량적 효과까지 증명할 수 있는 근거와 사례 데이터 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결코 이것이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영업관리자가 함께 영업대표의 곁을 지켜만 주어도 즐겁게 아이데이션이 가능해진다. 주는 것만 파는 생각하지 않는 영업으로는 어느 순간 고객관리에 구멍이 날 수가 있다. 경쟁자가 개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의 관점에서 궁리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영업에는 개입할 틈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고려해야할 것이 영업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 고객관계관리를 위한 전사 마케팅 및 영업관리 소프트웨어 시스템)의 구축과 활용이다. 고객관리의 핵심이 고객가치의 실현임을 잘 인식하고 있는 영업조직이라면 CRM이 고객유지 및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인 경우라면 CRM은 일을 위한 일이 될 수도 있다. 2천년대 초 이후 다소 정체되어 있던 CRM은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언택트의 붐을 타고 B2C 시장을 필두로 다시 발전하는 추세에 있다. 아무래도 일반 소비자들의 이커머스(e-commerce) 사용 증가에 따라 IT 기반의 플랫폼 기술 및 AI 빅데이터의 활용도가 점점 늘어나는 마케팅 환경의 변화가 일조했다고 볼 수 있겠다. B2C 보다는 더디지만 B2B 영역에서도 과거에 비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 전사는 물론 협력사와 고객사까지 참여하여 정보를 입력 및 공유 -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으며 시장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영업기회를 하나의 프로세스로 통합해 운영함으로써 마케팅과 영업은 물론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까지 도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90년대 후반 금융과 통신산업을 중심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된 CRM의 경우 업종별 부문별 이해와 필요가 아닌 통합 패키지 형태로 도입이 많이 되었는데 B2B 영업조직 입장에서는 영업자동화(Sales Force Automation : 영업 파이프라인 관리, 영업팀 고객 활동, 핵심 고객 관리, 주문과 출하, 고객 클레임 접수 및 처리, 영업대표 성과 평가를 위한 분석과 커뮤니케이션 등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일괄 관리되는 솔루션)구현이라는 긍정적 취지와는 달리 업무적으로는 역효과가 많았다. 어찌 보면 필자가 국내 CRM 1세대에 해당하는데 우선 사용자 환경이 복잡하고 불필요한 기능이 너무 많아 일을 이중 삼중으로 했던 기억이 난다. 가령, 같은 내용을 입력 따로, 엑셀 작업 따로, 출력 따로 한 것이 매우 불편했다. 최근 필자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등을 취급하는 특화된 업종을 제외하면 이와 비슷한 현상이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시스템 공급자와 사용자 사이의 상호 이해 부족에서 생겨난 부정적인 인식들이 퍼지면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도입을 꺼리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CRM을 통해 고객관리가 과학적으로 체계화되고 효율적인 협업 프로세스로 잘만 정착이 된다면 고객의 만족과 기업의 수익 극대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노파심에서 몇 마디만 덧붙인다면 초기 시스템 설계과정에서부터 해당 업종의 특성에 맞는 구조화를 위해 영업관리자와 핵심 영업인력들의 의견과 시뮬레이션이 면밀하게 반영되어야 할 것이며 - 필요시 파트너사와 고객까지 참여 - CRM의 활용 목적상 경영자와 관리자 측면의 UI(User Interface)도 중요하지만 사용자 측면에서도 충분히 메리트가 느껴지는 UI로 디자인되었을 때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CRM 설계 시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더 주목받아온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의 개념도 고려해 볼 것을 권한다. 우리가 지금껏 다룬 고객가치는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누리는 편익과 그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차이(value for the customer)를 의미했다. 그러나 생애가치에서의 가치는 고객으로부터 기업이 획득하는 이익(value from the customer)에도 주목한다. 더 정확히 미국마케팅학회(AMA : 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의 정의에 의하면 고객생애 가치는 고객과의 관계로부터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기반으로 계산한 고객관계의 화폐가치이다. 쉽게 말해, 기업과 초기 계약이후 가까운 미래에 작은 이익이 발생하는 고객과 먼 미래에 큰 이익이 발생하는 고객을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고객의 가치를 분석한다고 말할 수 있고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RFM(Recency, Frequency, Monetary)분석과 LTV(Life Time Value)분석 방법이 있다. 그리고 둘 다 큰 맥락에서 보면 전장 시장관리편에서 ‘가치 특성별 고객사 그룹핑’을 설명할 때 필자가 언급한 현재가치, 미래가치의 개념과 거의 비슷하다고 이해해도 좋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객생애 가치가 왜 중요한 것일까? 기본적으로 훌륭한 CRM 활동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고객의 불만이나 불평을 고객감동(customer delight)으로 전환해 고객 충성도를 향상시켜 고객 유지율을 높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즉, 고객의 클레임들을 적기에 잘 처리하면 자사에 기여하는 고객의 생애가치도 비례해 증가한다고 보는 것이다. B2C에서는 이를 보통 고객감동을 창출한다고 표현하는데 B2B 스타일로 바꾼다면 고객가치를 실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경쟁 환경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것과 관련이 깊은데 단순히 신규고객 유치에 따른 비용이 기존 고객유지에 따른 비용에 5배 이상 소요된다는 소극적 개념에만 그치지 않고 고객의 이탈 자체를 고객생애 가치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실효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불만을 제기한 고객의 54~70%는 해당 불만이 해결된 경우 다시 구매하게 되며 만일 불만사항이 신속하게 해결되었다고 느껴질 경우 최대 95%까지 재구매가 일어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기업이 매해 자연발생적으로 10%에 해당하는 고객을 잃는다고 가정했을 때 고객 이탈율을 5%만 줄여도 회사 이익이 산업에 따라 25~85%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B2B 라고해서 본질적으로 다를 것은 없다고 본다. 결국, 한 고객사의 손실은 한 번의 매출손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CRM은 이와 같은 고객사의 평생 기여도를 고객생애 가치라는 측면에서 측정하고 반영해 시각적으로 대시보드화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CRM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져 왔던 고객의 경험을 관리해가는 움직임들도 커져가고 있다. 즉, 고객이 기업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으며,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이해함으로써 고객에게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전방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은 이제 단순히 제품이나 솔루션을 구매하는 만족에 머무르지 않는다. 구매 전, 구매 중, 구매 후 경험하는 가격, 서비스, 영업직원의 태도, 소통 방식, 클레임 처리, 브랜드 이미지, 사회적 참여 등 구매과정 전반에 걸쳐 체험하고 평가한다. 달리 말해 공급자와 만나는 거의 모든 단계에서 가치 있는 대우를 받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객관리에 있어 고객가치를 배제하고서는 어떠한 것도 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를 어떻게 시스템에 녹이고 훌륭하게 정착시킬 수 있을지가 영업관리자의 남은 숙제다.
I pray for peace in Ukr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