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치앙마이(하루 투어코스 2)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을 마주 보고 오늘은 무얼 할까? 하고 서로에게 묻는다. 주로 일정은 관광, 맛집, 카페투어, 골프연습 등으로 계획 없이 일상으로 이어진다. 작년에는 처음 한 달 살기를 하다 보니 관광위주였던 것 같다. 물론 요가를 배우거나 이것저것 체험활동을 하면서 치앙마이를 몸소 느껴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뚜벅이 여행을 하다보니 주어진 환경 안에서만 움직여 행동반경이 좁았다. 올해는 구글앱을 보며 평점이 좋거나 리뷰가 많은 곳은 우리도 호기심에 어디든 찾아 나섰다.
오늘은 "부아텅 폭포"를 가보기로 했다. 이곳은 " Sticky Fails(끈적이 폭포)"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한 시간 정도 외곽으로 나간 첼시 국립공원 안에 있다. 흔히 지나가다 많이 보이는 작은 폭포인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는 유일하게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폭포라고 한다. 와서 보니 우리나라 사람보다는 서양인들이 대부분이었고 비키니를 입고 폭포를 올라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미끄럽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 하니 그렇게 위험한 것 같지는 않았다.
폭포가 있는 쳇시공원은 무료입장으로 깨끗하고 넓은 잔디밭도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았다. 물놀이를 하는 탓에 안전요원도 배치되어 있었다. 이곳은 공원 입구 쪽이 폭포 정상이라 스릴을 즐기려면 한참을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야만 했다. 깊은 숲 속을 많이 내려가면 갈수록 오래 폭포를 거슬러 올라와야 하기에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수영복을 입고 폭포줄기를 따라 즐기는 물놀이가 아슬아슬하면서도 인상 깊었다.
석회암 침전물로 만들어져 오랜 시간 물이 흘렀음에도 바닥은 미끄럽지 않았다. 내 상식으로는 경사가 가파른 폭포의 물살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물에 들어갈 채비를 하지 않고 간 탓에 나는 한구간만 체험을 하고(총 4구간) 나머지 구간은 내려간 계단을 향해 다시 올라왔다. 남편은 미끄럽지 않은 바닥과 간간히 드리워진 밧줄을 이용해 물줄기를 따라 정상까지 올라왔다. 폭포에서 한 클라이밍은 내 인생에서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폭포를 나와 "왓 반덴 사원"을 들렀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웅장하고 화려하며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사원이다. 이곳은 신발을 벗고 관광하는 사원으로 넓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깔끔하다. 단지 바닥이 대리석이라 너무 뜨거운 대낮에는 방문을 피하거나 덧양말을 준비하는게 좋다. 그동안 이곳에 와서 많은 사원을 방문하였지만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본 어떤 사원보다 오래 머물면서 마음의 평온을 느꼈던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관광해 볼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사원이다.
넓은 사원을 돌다 보니 배도 고프고 어딘가에 가서 잠시 쉬고 싶었다. 푸르름과 아름다움을 갖춘 "덴테와다" 카페로 향했다. 사설정원으로 입장료를 80밧 (약 3500원) 내는 곳이지만 그 돈이 아깝지 않을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다양한 꽃과 조형물로 만든 디테일한 정원구성, 인공폭포 등 넓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정원카페가 많지만 이곳에 와서보니 치앙마이의 카페규모나 아름다움을 따라가진 못할 것 같다. 자연적인 기후조건이 카페 수준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있었다. 음식 또한 카페를 조성하는데 들인 노력과 정성에 비해 비싸지 않았고 맛도 있었다. 무엇보다 접시가 아닌 찬합에 주문한 요리를 담아 오는 것도 인상 적이었다.
오늘 관광한 곳들은 치앙마이에서 거리가 있다 보니 쉽게 접근하기는 다소 힘든 장소들이다. 하루 날을 잡아 여행한다면 스릴과 평안으로 힐링할 수 있을것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로컬시장에 들러 간식거리를 준비해 왔다. 이곳에서 과일이나 야채를 살 때면 저렴한 가격에 늘 횡재한 듯해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야콘과 파파야로 몸속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어 보리라. 아름다운 폭포, 사원, 카페와 신선한 과일들로 나의 한 달 살기 중 하루가 이렇게 또 풍성하게 채워졌다.
※ 혹시 모를 여행자를 위해 다녀온 장소를 기록해 본다.( 부아텅 폭포. 왓 반덴 사원. 덴테와다 카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