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아프면 엄마는 뛰어요.
어린이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저녁 6시에 어린이 전문병원에 갔다. 내가 사는 집 주변에서 이 시간에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약간 목이 아프고 몸살기가 있는 듯하여 쉬면 괜찮겠지 싶어 외출도 하지 않고 침대와 소파를 오락가락하며 한유한 시간을 보냈다. 심해지면 내일 병원에 가야지 하다가 다소 괜찮은 듯하여 집에서 미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저녁 무렵 퇴근한 남편이 혹시 코로나 일지도 모른다는 말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주섬주섬 옷을 꿰어 입고 병원을 향해 나섰다.
가까워 걸어가겠다는 나를 춥다며 작은딸이 차키를 가지고 나선다. 가는 도중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환자가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하기에 딸에게 자가진단키트를 사서 검사만 할테니 약국만 들렀다 가자고 했다. 딸은 키트가 정확하지도 않고 병원이 코앞인데 무슨 말이냐며 부득불 나를 병원으로 밀어 넣고 끝나면 올 테니 전화하라고 한다. 오늘도 내 병원 탈출은 무산이다.
언제부턴가 병원에 가기 싫어졌다. 병원에 가기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마는 이제는 아주 큰 병 아니면 옆에 손 붙잡고 그냥 친구 하며 살고 싶다. 나이가 한 살씩 먹으면 몸도 나이 들어가는 것을 구태여 병원의 입을 빌어 확인하고 싶지 않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도, 가끔씩 잇몸이 아픈 것도, 손가락이 저린 것도, 눈이 건조한 것도 모두가 기능이 저하된 것이란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센스 있어 노화라고 안 하니 조금 덜 상처받고 나온다.거기에 한마디 더하신다. 엄청 예민한 것 같다고...
병원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시간임에도 부모님들과 온 아이들이 대기실에도, 접수창구에도 만원이다. 부산하기 이를 데 없다. 대부분 아픈 아이 한 명에 엄마, 아빠, 또는 동생이나 누나와 동행하여 4명이다. 유아차에 타고 있는 아이, 엄마품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 소리 내어 울며 보채는 아이, 걸음마를 배워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아이, 엄마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아이, 우유병을 물고 있는 아이,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어딘가 아파서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병원문을 헐레벌떡 열고 들어와 가족을 찾는 여자! 울고 보채는 딸을 달래며 안고 있는 남편을 발견하고 회의가 늦게 끝나서 늦었다며 미안한 맘으로 아이를 되받아 안고 달래는 여인의(아이 엄마) 모습이 그냥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회의시간이 얼마나 길고 지루했을까? 오는 동안 얼마나 몸 달고 가슴 졸이며 왔을까? 신호등 빨간색 불은 왜 자꾸 걸리고 차량은 많을까? 도착하니 주차장은 만차고 주변에 차 세울 때는 없는 걸까? 엘리베이터는 왜 저 꼭대기 층에 머물러 있는 걸까? 생각에 꼬리를 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싫다! 싫어!라는 신음과 함께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퇴직 후의 오늘의 이 자유가 천국임을 느끼는 순간이다.
임상병리실에서 코를 후벼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눈물이 핑 돈다. 슬퍼서 나는 눈물과는 느낌이 다르니 다행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아이 아프다는 연락받고 병원에 가면서 흘리던 눈물과는 결이 다르다. 순간의 고통만 있을 뿐이다. 갑자기 소집된 민원대책회의의 결말은 나지 않고 앞에는 양 과장님까지 다 계시니 먼저 간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렵고... 책상밑에서 손목시계만 들여다보고 있다. 초침이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린다. 아이 얼굴과 연락받고 먼저 병원 가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남편얼굴! 잊고 있었는데 오늘 그 모습을 보았다.가슴이 먹먹하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40분 정도 소요되니 기다리라고 한다. 한쪽 귀퉁이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혹시 코로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조심스러워 다시 마스크 를 꼭 눌러썼다. 지금까지 코로나 잘 피해 왔는데 한 번은 거쳐가야 하는 숙명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이 공간에서 죄인 아닌 죄인이 된 기분이다. 돌아보니 아까의 그 울고 보채던 아이가족은 없다. 진료를 받고 나간 모양이다. 세 살짜리 꼬마 아이가 걸음을 걸을 때마다 삑삑~~ 소리 나는 운동화를 신고 병원을 돌아다닌다. 엄마는 잡으려고 뒤쫓아가고...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속에서 큰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준이는 뭐 해?"
"어제 체했는지 토하더니 지금은 괜찮네..?
"병원은?"
"아까 문화센터에서 잘 놀아서 오늘 살펴보고 내일 가려고!"
"병원 꼭 가봐. 갈 때 소리 나는 신발은 신기지 말고..."
딸도 영락없이 엄마를 닮았나 보다. 내일로 미루는 것이...
간호사가 부른다. 결과가 나와 내 순서인 듯하다. 마음속에서 이미 나는 코로나 환자였다. 엉거주춤하게 의자에 앉으며 의사 선생님 입을 쳐다본다. 나에게 입을 벌리라고 한다. 아~~!, 목이 많이 부었다고 한다.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란다. 휴~~!,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처럼 의사 선생님이 구세주 같아 보인 날이 없다. 성인대상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면 이리 죄인 같은 기분은 덜 들었을 텐데 면역력 약한 아이들 전문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는 약 한 시간 가량은 나에게 지옥과 다를 바 없었다. 오늘도 예민한 탓인가?
병원문을 나오며 엘리베이터를 조금전 진료를 같이 마친 조그만 사내아이와 엄마랑 함께 타고 내려왔다. 키가 준이만 하길래 몇 개월이냐고 물었더니 26개월 이라고 한다. 준이보다 3개월 앞선 아기다. 어쩔 수 없어 15개월 지나고 어린이집 보냈는데 계속해서 병치레를 해서 퇴근하면 병원까지 들렀다 가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라고 한다. 마스크 속 어린아이가 기침을 하여 눈가가 빨개진다. 아이엄마가 얼른 아기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눈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엄마 가슴에 안기어 가는 아기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의 손주 준이에게 손을 흔들 듯...
돌아오는 길에 약과 함께 자가진단키트를 사가지고 왔다. 정확하지 않더라도 급하면 집에서 하고 와야지 너무 번거롭고 민폐다. 어찌 되었든 발걸음은 가볍다. 추위가 상큼함으로 다가든다. 시린 가슴도 시원하다. 혼자서 터벅터벅 걷는 밤길도 거리의 네온사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저 세상 모든 아가들이 건강하길 소망해 본다. 그리하여 직장 다니는 그들의 엄마가 뛰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