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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Jun 23. 2024

시련의 시작

신념과 저항

      

# 춘향가 중 변사또 수절 거부하는 대목      


<아니리>

행수기생 춘향을 부축하고 동헌에 올라, "춘향 대령이요." 사또가 영창문을 열고 지긋이 내다보니 "거 옹골지게 잘 생겼다. 동헌 협방으로 올라 오래라." 춘향이가 올라가 아미를 숙이고 서 있으니 사또 욕심이 대발하야,      


"게 앉거라 듣던 말과 과연 같구나. 침어낙악(沈漁落雁)이란 말을 과히 존가 하였더니 폐월수화(閉月羞花:미인을 극찬하는 말) 허는 태도 보는 중 처음이요, 짝이 없는 일색이로구나. 네 소문이 장하여 경향에 낭자키로, 내 밀양 서흥 마다하고 간신히 서둘러 남원부사 허였더니 오히려 늦은 바라 선착편은 다 되었으나,"      


"녹엽성음자만지(綠葉成陰子滿枝 : 여자가 혼인해서 자식을 많이 둠을 비유하는 말)가 아직 아니 되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그래! 구관자제가 네 머리를 얹혔다니 그 양반 가신 후로 독수공방 했을리가 있나? 응당 애부(愛夫)가 있을테니 관속이냐? 건달이냐? 어려이 생각말고 바른대로 말하여라."     


춘향이 공손히 여짜오되, "소녀 비록 천기의 자식이오나 기안에 택명 않고, 여염생장(閭閻生長)하옵더니 구관댁 도련님이 연소한 풍정으로 소녀집을 찾어와서 서상가약(西廂佳約) 간청허니, 노모가 허락하고 백년기약 받들기로 단단맹서(團團盟誓) 했아온데, 관속건달 애부 말씀 소녀에게는 당치 않소."     


"하하하! 그 얼굴 보고, 말 들으니 안팎으로 일색이로구나. 옥안종고 다신루(玉顔從古多身累:예부터 미인은 정절하지 못하다는 뜻)는 구양공의 글짝이라. 인물 좋은 여인들이 절행이 없다건만, 저 얼골 옥 같은데 마음마저 일색이루구나!"      


"네 마음 기특허나 이 도령 어린 아해 귀가댁에 장가들고 대과급제 허게되면 천리타향의 잠시 장난이지 네 생각할 리가 있느냐? 너 또한 고서를 읽었다니 사기로 이르리라. 옛날에 예양(禮讓)이는 재초부(再醮婦)의 수절이라 너도 나를 위해 수절하거드면 예양과 일반이니 오날부터 몸단장 곱게허고 수청들게 하라!"     


<평중모리>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춘향의 먹은 마음 사또님과 다르외다. 올라가신 도련님이 무심허여 안 찾으면 반첩녀의 본을 받어 옥창형영(玉 螢影:옥창에 비치는 반딧불) 지키다가 이 몸이 죽사오면 황능묘(皇陵廟)를 찾아가서 이비혼령(二妃魂靈) 모시옵고. 반죽지(班竹枝) 저믄 날에 놀아볼까 하옵난디, 재초수절(再醮守節)허란 말씀 소녀에게는 당치않소."     


<아니리>

이렇듯 말을허니 기특타 칭찬허고 고만 내여 보냈으면 관촌무사(官村無事) 좋을 것을 사또 속으로 괘씸하여 울러보면 될 줄 알고 절자로 한번 을르는디,     


"허 이런 시절 보소. 기생의 자식이 수절이라니 뉘안이 요절할고. 대부인께서 들으시면 아주 기절을 허겄구나. 네 만한 년이 자칭 정절이라 분부거절키는 간부(間夫 : 샛서방) 사정 간절하야, 별층절(別層節)을 다 허니 네 죄가 절절가통이라. 형장아래 기절허면 네 청춘이 속절없지. 기생에게 충효가 무엇이며 정절이 다 무엇이냐." 춘향도 그 말에 분이 바쳐 불고사생(不顧死生) 대답헌다.      


<중모리>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충신은 불사이군이요, 열녀 불경이부절을 사또는 어이 모르시오. 기생에게 충절이 없다허니 낱낱이 아뢰리다. 청주기생 매월이는 삼충사에 올라있고, 안동기생 일점홍이난 열녀문 세워있고, 선천기생은 아희로되 칠거학문 들었으니 기생에게 충이없소? 열녀가 없소,"      


"대부인 수절이나 소녀 춘향 수절이나 수절은 일반인데 수절에도 상하가 있소? 사또도 국운이 불행허여 도적이 강성하면 적하의 무릎꿇어 두 임군을 섬기랴오? 마오! 그리마오! 창녀자식이라고 그리마오!"     


** 신념을 지키는 춘향

춘향가에서 춘향이 변사또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대목이다. 그 시대의 현실에서 실제 가능한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판소리에서는 가능했다. 판소리는 시대적 풍자, 사회 부조리의 비판, 벼슬아치 횡포에 대한 고발 등 당대의 문제를 직간접으로 표현하였다.     


춘향은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고, 몽룡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 "충신은 불사이군(不事二君), 열녀는 불경이부(不敬二夫)"라며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자신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념의 표현이며, 진정한 사랑과 충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대목은 현대인들에게 개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가치와 신념을 유지하는 중요성을 일깨운다. 또한 그러한 자기 의사, 가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헌신이나 희생이 따름을 보여준다. 춘향은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모진 시련을 이겨낸다.           




## 현대인의 기획과 전략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신념과 가치는 종종 외부의 압력에 도전받는다. 춘향은 자신의 내면적 가치를 고수하며 살아갈 용기를 불어넣는다.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갈등 상황에서 자기주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이다.     


**의사 표현의 중요성**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신념을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춘향처럼 자신의 가치와 약속을 굳건히 지키는 태도는 개인의 성장과 자기 존중으로 이어진다. 어려운 현실 상황에서도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내면의 힘을 키우고,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낸다.     


현대인들은 직장, 가정, 사회에서 다양한 의사소통의 상황을 마주한다. 이때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표현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타인에게도 영감을 준다. 이는 공동체의 도덕적 기준을 높이고,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자아 존중의 실천**

춘향이 변사또에게 당당히 맞선 것은 건강한 자아 존중의 실천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자신의 신념을 지킬 때, 우리는 더 강하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자아 존중은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경에서 비롯된다. 이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하고, 타인과 공유할 때 더욱 강화된다. 자아 존중을 실천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계를 설정하고, 이를 타인에게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상호 존중의 문화를 형성한다. 이는 사회적 관계를 더욱 건강하고 강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     


춘향가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은 일상생활의 작은 결정에서부터 중요한 삶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에는 진정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며,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조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성숙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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