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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단상

떠나는 것은 낙엽뿐이어야 한다

by 홍재희 Hong Jaehee


떠나는 것은 낙엽뿐이어야 한다.

새로운 잎에게 자리를 내주는 낙엽이 아닌 모든 소멸은 슬픔이다.


살면서 가장 슬픈 일은 작별을 고하는 일이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지만. 사람의 감정은 물과 같아서 담으려 하면 할수록 흘러가 버리고 흘러 보내려 할 때는 정작 떠나지 못하고 고여 버린다. 살다 보면 늘 겪는 일인데도 익숙해지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또 슬프다.




한 줌 빛이 소중한 계절이 돌아왔다. 늦가을 햇살은 절절하고 아련하다. 그러나 그 빛은 사랑하지만 이제 과거형으로 남을 그대, 잡고 싶어도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자꾸만 멀어져 가는 사랑 같은 것이다. 내 뺨에 제 얼굴을 맞대고 살을 비비는 늦가을의 마지막 인사. 황금빛으로 빛나는 수천수만 개 불타오르는 눈동자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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