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단상

집밥 예찬

밥상일기

by 홍재희 Hong Jaehee



계속 밖에서 밥을 먹다 보니 속이 좋지 않았다. 원체 위장이 약해서 집에 있을 때만은 속 편하고 소화 잘되는 밥상을 차리려고 노력한다.


생협에서 산 유기농 우리 콩 청국장을 끓인 청국장찌개. 짜지 않아 좋다. 찹쌀 검은 쌀 귀리 조 등 잡곡으로 죽을 쑤어 호박 당근 버섯 채소 쫑쫑 썰어 넣고 참지 넣고 참치죽으로 한 끼. 또 한 끼는 카레밥으로 달리하고 달걀찜에 낫또.


단백질은 주로 콩과 달걀 견과류로 보충한다. 이따금 오리고기 같은 육류를 먹는다. 그렇게 먹어도 충분하다. 사실 밖에서 사람 만나고 약속 있으면 밥을 먹거나 술자리 겸 흔하게 고깃집을 가게 된다. 고기 체험은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더 이상은 내겐 과하다. 집에서까지 매일 고기를 먹어야 할 까닭도 없고 별로 입맛에 당기지도 않는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가 벌써 십여 년이 넘었다. 그동안 동네 정육점에 들러 고기를 산 것이 열 번이 넘지 않는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다 놀란다. (주로 쇠고기 미역국을 끓이려고 사 봤다.) 배달 치킨이나 배달 음식을 시켜본 적도 없다고 하면 다들 두 번 놀란다. 그렇다고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성장기도 아니고 운동선수 거나 육체노동을 극심하게 하는 것도 아니며 노약자도 병중에 있는 것도 아닌데 붉은 고기를 줄구장창 먹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누가 내게 무슨 음식 좋아하냐 물었는데 막상 떠오르는 게 없어 대답을 못했다. 식탐이 없어서 평소에 시도 때도 없이 먹고 싶은 게 막 떠오르고 그러진 않다. 병상 회복기 빼고는 지금 꼭 그걸 먹고 싶다 먹어야겠다는 욕구가 잘 일지도 않는다. 그래도 부담 없이 잘 먹는 요리라면요. 된장 청국장 콩비지 순두부 연두부 모두부 낫또. 콩으로 만든 음식, 요리는 뭐든 다 좋아해요.



지인이 김치 좀 보낼게 하더니만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가 담근 김장 김치를 김치통 한 통에 가득 담아 보냈다. 혼자 먹어도 먹어도 다 못 먹을 양이다. 난 이 날까지 김치 한 번 담근 적이 없는데..... 이런 귀한 김치를 받아보다니! 울 엄마 시어 꼬부라져 당신은 못 드시겠다며 총각무 깍두기를 싸주셨다. 앗싸! 난 신김치를 무척 좋아한다.


얼마 전에는 오래간만에 들린 목욕탕 줜장님이 손님들이 먹으라 갖다 준 김장김치를 나더러 가져다 먹으라 한아름 챙겨줬다. 전국팔도 각양각색 김치 풍년. 오! 나 인복 먹을 복 있나 봐. 지금까지 내가 그래도 잘못 살아온 건 아닌가 보다. 어머니의 사랑, 동무의 우정, 사람의 정성이 가득 담긴 김치를 먹으며 사람의 온정을 같이 먹는다. 올겨울은 이 김치 한통이면 끄덕 없다. 따뜻하겠다.


이게 다 김치… 언제 다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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