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누군가 좋아요를 눌러서 잊고 있던 지난 피드를 보게 되었다.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문득 그립다.
군산. 영화동.
다시 가고 싶다. 몸이 꽁꽁 매이니 떠나고 싶다. 휘적휘적 하릴없이 걷고 싶다. 똥간이 사라진 공간에서 똥간 체험을 상상하고 싶다.
똥간 체험 해보시겠습니까?
빙그레 미소짓게 하는 벽낙서. 유년시절 골목이 넘쳐나는 마을에서 자란 나는 이런 풍경에 발길이 멈춘다.
군산 원도심 영화시장안. 여기저기 미로처럼 구불거리는 골목. 이층 건물이 다닥다닥 이웃한 골목은 두 서너 사람이 걸어갈만큼 좁다. 자전거 한대가 지나가면 행인은 멈춰서야 할 정도로. 술래잡기 숨바꼭질하는 아이들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그러나 지금은 낡고 쓰러져가는 폐허가 되고 있다. 마음이 찢어진다.
이 골목에 서니 문득 여행길 이태리 볼로냐 골목이 떠올랐다. 이층 다락집이 다닥다닥 붙은 골목 창마다 빨래감이 휘날리던 골목 그리고 노랑 분홍 갈색 도레미파 리듬으로 파스텔톤으로 알록달록 칠해진 벽과 창문을. 볼로냐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동네. 복닥거리며 사는 서민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하던 그 공간.
군산 영화시장통은 볼로냐와 정말이지 똑같다. 다른 것은 영화시장은 파스텔톤으로 예쁘게 가꾼 집들도 없고 문닫은 가게 투성이고 빈 집이 늘고 살던 사람들이 떠나고 공간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만 다를뿐.
한국인 우리에게도 볼로냐가 자랑하는 옛골목이 여기 군산 영화동에 있는데 우리는 왜 이런 골목을 아끼고 살피고 살며 사랑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공간은 동네는 추레하고 낡고 지저분하고 쓰러져가도록 내버려두는 부끄러워 숨기고 싶는 곳일 뿐.
부디 군산인들이 이 공간을 아끼고 사랑하길. 이 고장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를. 부동산투기 대열에서 낙오되고 개발에서 소외되었다는 상대적 박탈감 열등감에서 벗어나 자신이 사는 공간을 새롭게 느끼게 되기를. 한국인들의 미친 개발병 대박 한탕주의 미몽에서 깨어나기를. 돈이면 다 된다고 믿는 저열한 속물 근성에서 벗어나기를. 그래야만 똥간 체험이라는 낙서를 시간이 세월로 켜켜이 공간이 되고 집과 골목이 아우라가 되고 그 자체가 역사가 된 공간을 지킬 수 있다.
한국인들은 돈만 있으면 성공한 삶이라 여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사랑도 추억도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돈이 아니다. 시간은 기억이자 공간이다. 세월이 흐르면 시간은 공간 안에 머문다. 오래된 공간은 곧 세월을 반영한다. 따라서 공간이 파괴되면 시간도 종말을 맞는다. 한 번 사라진 공간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돈으로도 결코 똑같이 만들 수 없다. 사라진 건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간 세월이기 때문이다. 그 세월이 지워지면 우리들 기억도 이야기도 역사도 지워진다.
끊임없이 옛거리와 골목과 동네를 부수고 새도로와 쇼핑몰과 아파트를 지어대는 우리들. 과거를 지우는데 혈안이 되어버린 한국인들은 집단 기억상실증에 걸려있는 것만 같다.
아아,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