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장애 그게 뭔데? 정신 줄 잡기.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환자들 사이에서 재활병원의 성지라고 한다.
전국에서 모여든 환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수많은 환자를 치료한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곳이어서 우리나라 재활치료에 최고로 손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워낙 재활분야에 있어 독보적 유명세가 있어, 그곳에 가면 나와 같은 사람도 걷게 될 것 같은 어떤 신비한 묘약과 신기에 가까운 의술이 있을 것 같은 곳이라 상상이 된다. 그래서 서둘러 세브란스 병원 대리진료예약을 신청을 하였다.
대리진료는 영상자료와 진단서를 발급받아 세브란스에 제출하고, 환자 보호자가 대리로 진료를 받는 것이다.
아내는 서울로, 형과 형수님도 서울로 올라갔다.
아내뿐만 아니라 형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에서 가족들 모두 서울로 올라갔다.
왜 지방에 있는 사람들이 서울로 서울로 올라갈 수밖에 없을까?
외상으로 인한 사고 대부분은 응급수술이기 때문에 지방 거점도시에서 수술을 받고, 수술 후에도 어쩔 수 없이 중증의 장애가 남게 된다면, 재활밖에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수술실력은 거의 평준화되었다 하더라도 재활치료의 실력은 지역 간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 다들 서울로 서울로 가는 것 같았다.
여하튼 기다리고 기다렸던 우리나라에서 재활에 있어 최고 권위자로 일컫는 교수님과 진료 상담을 하게 되었다.
권위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위엄을 갖춘 첫마디는 ‘어쩌다 이렇게 크게 다쳤죠?’ 아내는 내가 크게 다친 건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재활교수가 ‘어쩌다 이렇게 크게 다쳤나고’ 묻자, 너무 크게 다친 건가. 회복이 안 되는 건가. 기대했던 모든 게 안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고 숨이 막히고 심장이 뛰어서 제대로 말도 못 했다고 했다.
그 교수님은 신경손상이 심하고, 뼈도 아직 붙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재활이냐며, 일단 골절된 척추뼈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때 본격적인 재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2개월 이상 입원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지금은 그저 마음 편하게 먹고 멘털 관리나 하면서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다는 것이다.
재활의 골든타임은 3개월, 6개월, 12개월이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척추뼈가 안정화될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니. 와이프는 세브란스에 있었던 일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이다. 서울까지 가서 2개월만 입원하고, 세브란스 주변의 재활병원에 잠시 입원했다가 다시 세브란스로 입원하는 것을 반복하며,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재활난민처럼 살 것인지. 아니면 홈그라운드 근처에서 재활을 할 것인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 서울, 경기지역에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시설이 집중되었으니, 언제쯤 이 편차가 깨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