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장애 그게 뭔데? 정신 줄 잡기.
근전도 검사가 있은 후, 그날 저녁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다리에 감각은 없어도, 바늘로 수없이 많은 찔림을 당했으니, 통증이 전달되지 않아 아픔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근육은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거기에 전기고문과 같은 강한 전기를 맞았으니 오히려 몸이 성하면 이상할 노릇이었다.
난 기침이나 콧물 증상도 없이 고열과 근육통으로 꼼짝없이 누워 있었다.
나는 몸살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여긴 대학병원이고 정밀 검사장비가 준비되었기에 혈액검사를 시작으로 신종플루 검사까지 하였다. 하지만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검출되지 않자 바로 몸살약을 처방해 주었다.
몸살로 한바탕 난리가 난 후, 주치의가 근전도 검사결과가 나왔다며 병실로 찾아왔다. 엄청 긴장될 줄 알았는데, 이상하리 만치 오히려 담담했다.
주치의는 ‘검사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지금처럼 못 움직이는 부분은 근전도 검사 결과에서도 그렇게 나왔어요’ 라며 두리뭉실하게 말을 흘렸다. 검사결과에 대해 알려는 주었지만, 자세히 알려주기가 난처한 그 무언가가 느껴졌다. 난 무슨 뜻인지 잘 몰라서 신경이 살아 있는지 어떤지를 물어봤다. 그러자 ‘기다려 보세요. 불완전 손상이니깐 1년 정도 기다려 보세요’라며 어떤 예후가 예상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아마 현실적으로 자세히 알려주면 내가 실망할까 봐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더 물어봐서 안 좋은 결과를 알게 된다면 나 스스로가 낙담할 것 같았다. 정말로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다. 알면 병이라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근전도 검사는 검사일뿐, 결과는 모르는 게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