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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근전도 검사

1-17. 장애 그게 뭔데? 정신 줄 잡기.

by 우철UP


아침부터 긴장된 하루가 시작되었다. 근전도 검사(electromyography)가 아침 9시 30분에 예약되었기 때문이다. 근전도 검사는 신경과 근육의 전기생리학적 현상을 이학적으로 분석하는 검사이다. 쉽게 생각하면 뇌가 보내는 신호를 척수가 잘 받아서 내 몸 구석구석까지 잘 전달하는지를 과학적 방법을 통해 알아보는 검사이다.


검사결과가 좋으면 ‘아~ 살았구나’ 하면서 정말 좋아하겠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하염없이 나만의 굴속으로 파고들어 갈 것 같다.

병실에 있어 봤자 심란하기만 해서 검사시간 30분 전에 미리 검사실로 갔다. 곧이어 형도 도착했다. 형이 굳이 올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어 휴가를 내고 온 것이다.

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검사실로 들어갔다. 차가운 금속 느낌의 회색빛 검사대에 누었다. 긴장된 내 상태를 본 의사 선생님은 ‘검사는 보통 3시간 걸리는데, 내가 협조를 잘하면 더 빨리 끝날 수 있다’라고 했다. 근전도 검사가 어떤 검사인지 몰랐기 때문에 ‘협조’라는 말이 생소했다. ‘내가 협조할 것이 있을까? 검사는 선생님이 하는 것인데 내가 협조할 것이 있나?’ 속으로 이런 생각했다. 다만 어제 수간호사 선생님이 ‘근전도 검사가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의사 선생님이 협조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말해주었다.

“바늘로 찌르거나 전기자극을 줘야 해서 검사가 고통스러워요. 잘 참아야 주셔야 검사가 금방 끝납니다’ 라며 부연설명을 해 주었다.

그제야 협조의 개념을 알게 되었다.

근전도 검사는 감각검사, 침근전도, 신경전도 등 3가지 검사로 3시간 가까이 진행된다고 했다.

감각테스트는 면봉과 각종 도구를 이용해 긁고, 간지러움을 태우고, 차가운 것과 따뜻한 감각의 유무 등을 테스트한다. 뭐니 뭐니 해도 근전도 검사의 백미는 ‘침근전도 검사’이다. 바늘을 근육에 삽입하고 전기자극을 주워 근수축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는 검사이다.

신경가닥은 운동과 감각신경 가닥이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감각신경은 정상이고 운동신경이 손상된 상태에서 침근전도 검사는 거의 고문 수준이다. 예를 들어 종아리 근육의 감각신경은 정상이고, 운동신경이 손상된 경우 움직이지도 못하는 종아리에 바늘로 벌집이 되도록 찌르지만 근육은 못 움직이지만 감각은 살아 있기 때문에 고문받는 사람의 심정을 알 것이다. 그러니 웬만하면 근전도 검사는 하지 않는 건강한 몸을 만드시길.

신경전도도 신경이 지나가는 자리에 전기자극을 붙이고 일시에 전기 충격을 주어 신경을 따라 전기신호가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검사인데, 난 개인적으로 이 검사가 제일 힘들었다. 바늘 검사는 감각이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찔러도 그다지 아픈 곳이 없었지만, 이 전기검사는 머리에서부터 강한 전기자극을 주기 때문에 머리부터 상체가 오징어처럼 말리는 전기고문!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를 정도로 할 말을 없게 만드는 고문과 같은 검사이다. 얼마나 상체를 부르르 떨었던지 그다음 날 몸살이 걸릴 정도였다.




처음 검사는 얼굴에서부터 발목까지 감각 테스트를 하였다. 내 등 쪽의 감각을 테스트해야 하기에 난 벽을 바라보고 의사 선생님은 내 등을 바라보고 있으니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지 않고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지 않자 의사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못 움직여서 답답하시죠? “

” 네? 뭐 그렇죠. “

”그래도 낙상이지만 머리 안 다치고 척수만 다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

”? “

”보통 교통사고나 외부 충격으로 뇌를 다친 환자는 본인은 편해요. 인지가 없기 때문에. 그런데 본인은 편한데, 가족들이 힘들죠. 매우 힘들어해요. 그런데 척수손상 환자는 그 반대예요. 가족은 편해요. 가족들이 해줄 게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본인은 움직이지 못해서 정말 힘들어해요. 경추손상의 사지마비 환자들은 죽고 싶다고 하죠. 그나마 환자분은 양손을 다 쓰시니깐 답답하시더라도 조금 더 참고 용기를 내세요. “

아! 이 말을 들으니 뼈 때리는 조언이라고 해야 하나? 진심을 다해 나에게 말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하니 고마운 말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전해준 따뜻한 말 한마디에, 이만하길 다행이란 생각으로 전기충격으로 헤롱헤롱한 상태이지만 근전도 검사를 잘 참고 견뎠다. 덕분에 몸살은 걸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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