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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중력을 이기자

1-15. 장애 그게 뭔데? 정신 줄 잡기.

by 우철UP


전기치료를 시작으로 오늘부터 본격적인 재활치료가 시작되었다.

어제처럼 왼쪽 발목은 전기 자극에 의해 움찔거렸지만, 오른쪽 발목은 강한 전기자극에도 감감무소식이다.

오른쪽 발목에 전기자극을 최고치로 올렸다.

최고치로 올리면서 치료사 선생님은 ‘따가우면 말씀하세요’라고 말했지만, 전혀 따갑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운동도 문제지만 감각도 무디신가 봐요’라며, 최고치로 올렸던 전기자극을 다시 중간 정도로 낮추었다.

그러면서 치료사 선생님은 얕은 한숨을 쉬었다.

난 치료사 선생님의 그 한숨에 걱정이 되어 물었다.

‘상태가 많이 안 좋나요?’ 치료사 선생님은 바로 표정을 바꿔 웃으며 ‘아뇨, 그럴 수 있어요.

감각 돌아오면 괜찮아질 거예요’

물론 나는 이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싶었다. 아니 믿었다.

지금의 나는 부정적인 말을 들었으면 괜히 기분이 나쁘고, 아무것도 아닌 말에도,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용기를 주는 말과 희망적인 말을 들으면 그날은 기분이 좋아 헤죽헤죽 웃는 내 모습이야말로 일희일비하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




여하튼 20분간의 전기치료 이후, 기립대로 이동하였다.

어제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휠체어에서 기립대로 이동할 때, 남자 2명(실습생)이 나를 부축해서 휠체어에서 기립대로 안전하게 이동시켰다.

‘기립대’라는 기구는 글자 그대로 기립, 즉 몸을 세우는 기구이다.

기립대에 제대로 설 수 없는 내 몸을 단단히 고정시켰고, 누워져 있던 기립대를 천천히 90도에 가깝게 세워졌다.

기립대에 내 몸이 고정되었기 때문에, 나는 절대 앞으로 넘어질 일이 없다.

하지만 20일 넘게 누워만 있던 몸이었다. 세워진 상태가 되어 보니,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동안 서서 지내온 시간이 얼 만인데, 누워있던 시간과 비교 조사할 수가 없는데, 어째서 20일 그 짧은 시간 누웠다고 해서 몸이 세워진 상태가 너무 어색했다.

그것도 90도도 아니고 80도에서 앞으로 넘어질 것 같아, 멈춰달라고 했다.

사람의 몸이라는 게 이렇게 빨리 적응하는 걸까? 누워만 있는 것에 적응을 하다 보니.. 참 할 말이 없다.

내가 비행조종사 훈련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90도가 되기 전에 넘어질 것 같아 멈춰달라고 했으니.......... 말이다.

어차피 고정된 상태이니, 앞으로 넘어질 일은 절대 없다.

내일은 85도에 도전해 보자.

중력을 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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