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장애 그게 뭔데? 정신 줄 잡기.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다 되었다.
한 달이 넘어선 이후에야 본격적인 재활치료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했다.
빠르면 내일부터 재활치료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내가 기댈 수 있는 건 오로지 재활치료 밖에 없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 같은 몸상태에서 책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기약 없는 병원 생활에 ‘한 달이면 몸이 회복된다 아니 1년이면 몸이 회복되어 나갈 수 있다’라고 한다면 책이 눈에 들어오겠지만 한결같이 장애가 남는다는 말만 들어서 인지 책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명상만이 나를 위로해 주고 희망을 주고 내가 숨 쉴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주로 명상을 하는 곳이 치유의 숲이다. 치유의 숲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그냥 그대로 있는 것이다.
처음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시작해서 ‘내가 하필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왜?’ ‘하필 내가 왜?’ 왜를 남발하며 신세한탄으로 빠지게 되었다.
거의 매일매일 신세한탄으로 빠지는 것 같아 조금 더 건설적으로 미래를 위해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꿈쩍도 안 하고 있는 다리만 생각했고, ‘다리를 움직이겠다’라는 뇌파를 계속 보냈다.
사실 의사 선생님이 급성기 때는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뇌파를 통해서 보내줘야 한다고 내게 말했기에 치유의 숲에서 하루종일 다리만 쳐다보며, 움직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내 간절함이 통했나? 오늘도 발목을 바라보며 발목을 움직이려고 계속 신호를 보내던 중 왼쪽 발목이 아주 살짝 움직였다.
발목이 움직인 것인지 아니면 안 움직인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살짝 움직였다.
내 간절함이 왜곡되어 곰틀거린 것을 움직였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간병사여님께 “여사님 제 발목 움직이나요?” 여사님과 나는 내 왼쪽 발목을 바라보았다.
아주 약하게 곰틀곰틀거렸다.
내가 왜곡하여 본 것이 아니라 정말로 움직인 것이다. 여사님은 내 어깨를 다독여 주셨다.
나는 곧바로 간호사실로 향했다.
‘신경이 완전히 죽진 않았어!’ 이 사실을 빨리 알리고 싶었다.
그래야 간호실을 통해 의사 선생님께 연락이 될 테니 말이다.
간호사실에 도착해 발목이 살짝 움직인 것 같다고 하니, 간호사실에서도 난리가 났다.
‘한번 봐요. 한번 움직여 봐요.’ 하며 다들 내 발목만 쳐다봤다.
정말로 아주 살짝 곰틀거렸다.
간호사실에서 한번 더 난리가 났다.
발목이 움직였으니 신경이 완전히 죽진 않은 것이다.
비록 왼쪽 발목만 움직였지만 그래도 사고 이후 한 달 만에 정말로 좋은 일이 생긴 것이다.
왼쪽 발목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기다리고 있을 아내에게 알렸다.
아내 또한 믿어지지 않는 듯, 묻고 또 물었다.
아내는 왼쪽 발목은 시작일 뿐,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었다.
나 또한 아내처럼 왼쪽 발목을 시작으로 마비된 곳이 하나하나 풀려나갈 것이라 기대했다.
세상사 모든 게 내 뜻대로 안 되지만 이것만은 내 뜻대로 되길 바라며, 왼쪽 발목을 시작으로 모든 게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