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척수장애 상담. 정보메신저

by 우철UP

골든타임 3개월. 90일이 코 앞이다.

골든타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

자기 계발서의 지침대로 ’아직 30일이나 남았네 ‘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 30일 밖에 안 남았네.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해야 하나?


여하튼 척수가 쇼크 상태이면 90일 이내에 회복된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 걷지도 못하고, 일어나 서 있지도 못하고, 불안한 마음뿐이다.


병원에서 나의 불안한 마음을 읽었나?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척수손상 전문가와 함께 매주 금요일 상담이 열린다고 했다.

참석여부를 묻길래, 나는 그다지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사실 왜 마음이 내키지 않았냐 하면, 척수장애인협회에서 주관하는 상담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마치 선배 척수장애인이 후배 척수장애인에게

’축하한다 장애인아! 앞으로 생활하기 엄청 힘들 거야. 재수 없이 사고 났지만! 정신 똑바로 차려! 정신줄 놓았다간 큰일 난다!‘ 와 같은 장애인이 예비 장애인에게 알려주는 삶의 방식?. 어쨌든 그런 것이 싫었다.


그와 상담을 하게 되면 나 스스로 장애를 인정하고 장애인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 결국 난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자 상담 자체가 꺼려졌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 보다 오히려 그들이 마비로 인해서 벌어진 내 몸의 현상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것 같고, 더 많은 정보를 알려 줄 것 같았다. 물론 나는 반드시 회복될 몸이고, 반드시 원상태로 돌아갈 몸이지만 지금 당장 내가 힘드니, 어쩌겠는가. 일단 도움을 청해봐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상담을 받았다.


사회복지사 손에 이끌려 병동의 프로그램실(상담실)로 들어갔다.

서로 마주 보게 설치된 테이블에서 심리상담 선생님이 먼저 와 계셨다.

나이는 나와 비슷해 보였다. 명함을 보니 심리상담도 전공하고, 교회 목회일도 하고 다재다능한 사람인 듯했다.


간단한 수인사와 함께 내 개인정보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런데 첫마디가 ’ 장애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였다.

뜬금없이 장애를 받아들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그냥 나가버려? 이런 생각이 확 밀려 들어왔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를 상담하기 위해 이 자리까지 왔는데, 그냥 돌려보낼 순 없을 것 같았다.


일단 쉼 호흡을 하고 난 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고 말했다.

난 반드시 회복되어 다시 걸어 다닐 것이고, 뛰어다닐 것이고, 다시 산에도 오를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러자 그게 어렵다는 식으로 자꾸 말을 하는 것이다.


의사한테 듣던 척수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워요. 그 얘긴 수도 없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의 상담시간이었지만, “나는 무조건 걸을 수 있다” , 그분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 로 서로 평행선만 바라보는 입씨름이었다.


상담이 끝나고 장애인이라는 단어.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단어가 머리에 새겨졌다. 찝찝한 하루였다.

뜬금없이 장애인이라니. 찝찝한 하루였다.

그런데 말이다. 그 상담 선생님과의 임팩트 있는 첫 만남 이후, 지금도 그분에게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상담받고 조언을 구하고 있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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