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라.

척수손상재활.

by 우철UP

전기치료를 받을 때마다 내 옆자리에 앉던 남자가 있었다.


이름은 조병창(가명),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 되었을까? 그런데 나이를 물어보니 불혹의 나이 마흔이었다.


정말 최강 동안의 얼굴이었다. 동안의 비결을 물었더니, 20년 동안 일은 안하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병원에서 보낸 것 같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난 그 말에 깜짝 놀랐다. 3년도 아니고 20년이라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더 믿어지지 않은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늘 웃는 얼굴과 유쾌한 말투, 과장된 몸짓이 전혀 가식적이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어머니 또한 아들 옆에서 20년을 넘게 간병하신 것 같은데, 어째서 밝은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조병창씨의 사연을 들어보니, 대학 1학년 때 친구 5명과 차를 타고 놀러 갔었다고 한다. 놀러 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거기서 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라는 것이 참 어이가 없다. 자동차로 전봇대를 들여 받았지만, 뒷좌석에 앉아 있던 조병창씨만 자동차 밖으로 튕겨 나가 혼자만 크게 다친 것이다(척수손상은 아님).

그의 사연을 해탈한 미소로 말씀하시는 그의 어머니의 멘탈관리 비법이 궁금했다.

그래서 실례가 될 줄 뻔히 알면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또 물어봤다. ’아니 그 20년의 세월을 어떻게 이겨내셨어요. 아니 어떻게 버티셨어요?‘ 그의 어머니는 성당을 다니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기도하면서 버티셨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모녀가 있다.

그들의 상황은 앞의 모자와 비슷 하지만 이들 모녀는 매일같이 병동이 떠나가라 싸우고 또 운다.

모든 것이 억울하고 모든 고난과 고통은 오로지 나에게만 몰아쳐 쏟아진다고 혼잣말의 푸념과 함께 서로를 생채기 내는 막말이 오고 간다. 그러니 누구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들에게 먼저 다가 가는 것이 꺼려진다. 그냥 멀찍이 떨어져 그들을 바라볼 뿐이다. 그들 모녀가 안타깝긴 하지만 괜히 다가가 어줍잖게 위로의 말을 건냈다 돌아 올 면박이 무서웠다.

사실 그 모녀가 나에게 면박 줄 일이 없다. 그러나 괜히 면박이 날아 올 것 같은 나만의 착각과 생각 뿐이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어서 멀찍이 떨어져 그녀들을 바라 볼 뿐이다.



비슷한 상황을 두고, 두 가족이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 한쪽은 처음엔 힘들어 했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치유해 나갔고, 한쪽은 사람과의 접촉을 아예 꺼렸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상처를 숨기지 말고 드러내 놓고 사람들에게 치유해 달라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감추고 숨기다 보면 마음의 동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버린다. 그러다 보면 그 모녀와 같이 사람들이 다가가길 꺼리게 된다. 내 생각엔 고난과 고통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가 매우 중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용기있게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치유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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