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첫날, 수간호사 선생님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걸을 수 있으니 마음 굳게 먹고, 절대 포기하면 안돼요” 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 한마디에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한가득 고였다.
요즘들어 나는 감성뿐만 아니라 육감 또한 발달해 있어, 위로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또 수간호사 선생님께선 내가 입원한 병실에 경추손상 환자 한 분이 입원하셨는데, 그분은 지금 걸어 다니신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내 눈에 들어온 척수손상 환자는 휠체어만 타고 다녔지 걸어서 다니는 사람을 한번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경추손상 환자가 걸어 다닌다고 하니 놀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어쨌든 그분과의 만남을 주선해 줄테니, 용기를 내라고 하셨다.
4주가 지날 무렵, 드디어 그분과 연락이 닿았고 오늘 오후에 병실로 찾아오신다고 했다. 재활을 통해 보행 가능하신 분을 만나다니! 꿈만 같았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수간호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병실 안으로 그분이 성큼성큼 들어오셨다. 내 예상엔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오실 줄 알았는데, 보조도구 없이 성큼성큼 걸어오셔서 내 예상을 완전히 깨버렸다. 하지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예상을 뒤엎은 그분의 그 모습이 내 눈엔 슈퍼스타의 모습이었다.
긴팔과 긴다리를 휘휘 저으며 걷는 걸음걸이가 흡사 그 옛날 양반의 걸음걸이였지만, 자세히 관찰하지 않는 한 평범한 걸음 걸이였다.
그분은 교통사고로 목이 심하게 꺾이면서 경추신경이 손상되었다고 한다.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침대에서 꼼짝없이 3개월을 누워있었다고 한다. 3개월 이후 조금씩 신경이 회복되어 지금과 같은 보행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매일같이 새벽 또는 한밤중에 통증이 몰려와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분은 교수로 재직 중인데, 미국 교환교수로 있을 당시, 통증으로 인해 너무나 고통받고 있는 것을 그 대학 신경외과 교수가 알고, 신경이식수술을 권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작용이 걱정되어 수술은 하지 않았지만, 신경외과 교수의 말이 척수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지만, 불완전손상일 경우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뇌세포처럼 주변 신경세포들이 반응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 부지런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교수님과의 만남은 내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동안 나는 ’말로는 걸을 수 있다‘ 라고 말했지만 정말 걸을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서 걸을 수 있다는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믿음은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