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동작, 그 하나의 동작을 위하여 우리 몸의 모든 근육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근육이 무엇이냐 하면, 주치의 가라사대, 엉덩이 근육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가장 중점을 두고 키우는 근육이 바로 엉덩이 근육이다.
예전에 봉긋하고 나름 튼실했던 내 엉덩이는 현재 꼬리뼈가 돌출되어 만져지기까지 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꼬리뼈가 보인다는 것이? 나도 처음에 내 꼬리뼈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나는 골미남(骨美男)이다.
어쨌든 신세 한탄만 할 수 없지 않은가! 잡념을 지우기 위해 복도에 설치된 안전바를 붙잡고 서 있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병실 휴게소에서 시끄럽게 고성이 오고 가더니 갑자기 육두문자까지 오고 가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구경이 싸움구경이라고 했으니, 나는 휠체어를 쏜살같이 몰고 휴게소로 달려갔다.
말싸움은 A환자와(남자) B환자 보호자(여자) 간에 TV리모컨 쟁탈전이었다.
A환자는 거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로, 머리통 크고, 상체가 앞뒤로 두꺼운 것이 힘 꽤나 쓸 몸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휴게소에서 리모컨을 차지는 항상 A가 독점하고 있었다. 그것이 늘 불만이었던 B환자 보호자가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차에 A환자가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채널을 돌려 버렸던 것이다. 그전부터 축적된 앙금이 있었으니, 이것은 마치 창과 검이 맞붙은 것처럼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던 것이다.
A환자가 양보하고 물러서면 좋겠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했던지 자신의 분을 못 참고 동물원의 침팬지처럼 길길이 날 뛰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투입되어 서로를 중재하고 진정시키며, 리모컨 쟁탈전은 일단락되었다. 싸움의 승패는 모두들 A환자를 탓하는 분위기였으니 B환자의 보호자의 판정승이었다.
그런데 사람은 잘 안 변한다는 것이 문제다. 어쩔 것인가. 그때뿐인걸. 다시 리모컨은 A환자가 차지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