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의 끝

André Gagnon, <Fin de bal> 을 듣고

by 아달린

아무 곳에도 가지 않고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한없이 이불 속으로 숨고 싶다가도, 사람들 속에서 숨쉬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싶다. 매일매일 몇 줄의 간단한 글이나 대충 써버리고 싶다가도, 온 힘을 다해 시를, 수필을 완성해 보고 싶다. 이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의 마음은 울렁거리고 있다.


20년 전에, 그러니까 내가 아직 피아노를 치던 시절에 뉴에이지 음악에 빠진 적이 있다. 이사오 사사키, 조지 윈스턴, 그리고 앙드레 가뇽까지. 열세 살 나의 귀에는 너무나 황홀한 음악들이었다. 최근의 울렁거림을 잠재우기 위해 나는 가사 없는 음악을 출퇴근길에 재생하고 있다. 시험을 준비 할 때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들었던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를 며칠 듣다가, 갑자기 어릴 때 들었던 쓸쓸한 이 노래가 생각났다.


Fin de bal, 우리말로 '무도회의 끝'이라는 뜻이다. 제목에 걸맞게 이 곡은 너무나 쓸쓸하다. 어렸을 때는 그저 허무하다는 생각만 했는데 최근에는 구체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시끌벅적하고 화려했던 무도회장은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면 언제 그랬냐는 듯 텅 빌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던 조명이 탁 소리를 내며 꺼지면 칠흑 같은 어둠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생이 어쩌면 이 곡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독하기 그지없는, 쓸쓸함이라는 냄새를 숨기려 하면 할수록 텅 빈 모습만이 나타났다. 허무함을 메워보려 자기 파괴적인 무언가에 몰두해 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것은 더 큰 후회와 자괴감뿐이었다.


언제쯤 덜 쓸쓸하고 덜 허무할지,

나에게 주어진 생의 시간이 얼마일지,

무엇 하나 정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뿌옇고 심지어 매캐하기까지 한 안개 속을 매일 걷는다. 마치 이 노래처럼 쓸쓸히, 혼자서. (2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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