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흔적
어머니는 누비 같은 삶을 사셨다
어머니는 논밭에서 소처럼 일하셨다. 그러나 시장통 한복집의 재봉틀 앞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여인이셨다. 새벽이면 어리길을 걸어서 출근하시고, 저녁이면 집으로 오실 때는 작은 가방에는 라면땅, 건빵, 사탕... 뭐가 들어 있어도 있었지 빈 가방으로 오신 날은 거의 없었다.
옷감을 재단하다 남은 자투리 천들을 모아 베개를 만들고, 상보를 지으셨다. 그 자투리 천들은 그저 남은 천이 아니라, 어머니의 하루와 땀, 그리고 사랑의 조각들이었다.
그 작은 천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일 때마다, 어머니의 손끝에서는 단순한 바느질이 아니라, 삶을 꿰매는 인내가 피어났다. 색색의 무늬가 엮여 모양을 이루면, 그것은 마치 모딜리아니의 모자이크처럼 고요하고도 아름다웠다. 어머니는 그 속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수놓듯 박음질로 마무리하셨다. 누비 모양의 베개머리에는 사랑이, 이음선마다에는 가족을 향한 간절함이 실려 있었다.
그 시절, 집안 형편은 넉넉지 않았다. 배고픔이 일상이었고, 한 끼를 때우기 위해 건빵 몇 개와 찬물 한 컵이면 족했다. 때로는 봄날 들녘으로 나가 풀씨를 훑어 팔며 하루 벌이를 하기도 하셨다. 가난은 어머니를 잠시 주저앉히기도 했지만, 결코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그분의 마음에는 늘 ‘다음 날’을 견디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그 사랑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낡은 베개를 품에 안으면, 천 사이로 스며드는 그분의 손냄새와 체온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하다. 거칠고 투박한 손끝에서 만들어진 그 베개 하나에, 삶의 쓴맛과 단맛이 다 담겨 있었다. 가난의 바람 속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은, 어머니만의 삶의 향기였다.
어머니가 만든 것은 단지 천이 아니라, 가족의 희망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희망은 나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 세월이 흘러 나도 나이를 먹고, 세상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지만, 문득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그 베개를 떠올린다.
바늘 끝마다 새겨진 인내, 실 한 올마다 담긴 사랑.
그것이 내 삶의 등불이 되었다.
어머니의 손길은 이제 내 곁에 없지만,
그분이 남긴 향기와 빛은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삶이 버거운 날이면, 나는 그 빛 앞에 잠시 머문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어머니처럼, 내 삶을 꿰매며 살아야겠다.”
어머니는 가난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셨다.
그분의 삶은 고단했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한 송이 꽃이 피어 있었다.
그 꽃이 바로 나였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사랑이었다.
어머니는 나의 첫 스승이자, 마지막 위로이며,
지금도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조용히 숨 쉬는 삶의 등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