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췄으면 싶었던 순간

다시없어야 할 그런 때의 이야기

by 최호용

부산 동서 고가도로에서 있었던 일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다. 강의를 마치고 부산으로 오기 위해 출발한 곳이 창원으로 기억된다. 동서고가도로 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변이 마려웠다. 갓길에 주차를 하고 체면 불고하고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좀처럼 갓길이 나오지 않았다. '소변을 참으면 병이 된다는'라는 걱정을 할 때만 해도 호강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갓길은 없고, 마음 졸인 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앞뒤로 줄지어 40, 50km 속도로 이어졌다.



걱정이 시작됐다. 체면 불고하고 노상방뇨 경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작정했던 죗값을 치르는 걸까? 끝이 보이지 않았다. 내 입에서 "오, 주 예수님"이란 기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걱정이나 위험을 감지하면 나도 모르게 찾게 되는 '주 예수님'이다.

이러다 차 안에서 소변을 싸는 거 아냐? 진짜로 싸면 어쩌지? 누구 말마따나 찔끔찔끔 지려서 말릴까? 운전하면서 창밖으로 소변을 보는 방법은 없을까? 혹시 뒷좌석에 고무다리이나 세숫대야가 살려있는 게 아닐까? 뒷좌석으로 고개를 빠르게 획 돌려봤다. 있을 리가 없다. 아니면 아가리가 큰 병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아가리가 너무 크지 않아도 되는데, 세제 병이나, 우유통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다음엔 그런 걸 차에 반드시 준비해야겠다. 오만 생각을 다했다. 그러면서 입에서 "오. 주 예수님"기도가 멈추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나마 덜했다. 서서히 아랫배가 팽창해 통증이 왔다. 음료수 병에 소변을 누는 말도 안 되는 짓을 시도했다. 진짜로 해보니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정말 울고 싶었다. 소변을 너무 오래 참았다가 누려고 할 때, 대변이 '확' 밀려 나온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지금까지의 소변과의 전쟁은 바로 대변과의 전쟁으로 번졌다.

이마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입에서 연신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오, 주 예수님'리가 고 하다가 "오, 하나님"으로 바뀌었다.

괄약근에 힘을 주고 아랫배를 머리까지 끌어올렸다. 허벅지에 힘을 주고 몸을 앞으로 비틀었다가, 허리를 뒤로 젖혀 양쪽 다리를 경련이 일어난 득 쭉 뻗었다가, 입에서 방언 같은 소리가 중얼중얼 새어 나오고, 입술을 바르르 떨며 부람을 불어 내기도 했다. 꽥꽥 괴성 같은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고양이 소리, 코끼리 소리, 침팬지가 울부짖는 소리도 낸 거 같다. 두 손에 힘을 주고 핸들을 잡고 끄덩이를 흔들듯이 마구마구 흔들었다. 단전에서 호흡이 신음이 바뀌어 차라리 끙끙 앓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내가 결국 차에서 일을 저지르고 마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차 안에 인테리어에 냄새가 배어 안 바지는 건 아닐까?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싶었다. 그렇게 차를 타고 달린 동서고가도로에서의 시간이 두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진짜로 울고 싶었다. 그런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혹독한 벌을 받는 느낌이었다. 신음 소리에 섞여 나온 "오, 하나님"이란 말을 아마도 2천만 번의 했을 것 같다.


2시간 반을 지나고 부산의 초입에 다다랐을 때, 드디어 갓길이 나왔다. 나는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용수철에 튕기듯이 밖으로 튀어나갔다. 조수석 앞쪽으로 나가 바지를 내리고, 세상에서 가장 으뜸인 쾌락을 맛보았다. 아담이 이브에게 받아먹은 무화과가 이 보다 맛있었을까? 번개의 속도로 처리를 하고 차에 오르니, 지옥에서 건져진 것 같았다.

그때부터 고속버스를 타기를 꺼렸다. 화장실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냈어도 막상 버스가 출발하면, 휴게소까지 갈 때까지가 걱정이 됐다. 그야말로 트라우마가 생긴 거다. 지금도 운전해서 나갈 때나 외출을 할 때, 화장실에 가는 걱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면 좋겠다는 순간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외에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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