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하며

탈고

by 최호용

퇴고를 하다 말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큰 호흡을 토해냈다. 입에서 터져 나온 호흡이 두 손바닥에 부딪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더니, '하악 하악'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 꼭지는 읽을 때마다 터진다.



어린 시절, 공부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남의 집에 맡겨질 때, 부잣집 대문 앞에서 나를 바래다주고, 돌아서던 아버지의 모습,



그 집에서, 기름진 음식에 날마다 설사했던 일,



냉장고에 삶은 문어 한 점 훔쳐먹고 체해서 죽다 살아났던 일,



나와 동갑이던 그 집 아들의 지갑에는 내 월급의 열 배가 넘는 용돈, 그 아이가 입던 유명 상표가 붙은 옷을 입으라고, 나에게 던져주니. 나는 속으로 "씨발, 이거는 아니다."라고 했던 일. 현대판 머슴살이를 한 달도 못 채우고 도망쳤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내가 이렇게 살았구나, 아니, 이렇게 살아냈구나. 그 세월을 다 보내고 여기까지 견뎠다." 생각하니 속에서 한 뭉텅이 실타래 같은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하나님, 삶의 대가를 이 책으로 보상받게 해 주세요. 이제는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게, 밀려나지 않게, 나답게 당당하게 세상 앞에 나서게 해 주세요."



출판사와 계약 후 다섯 차례의 모든 퇴고를 끝내고, 탈고된 원고를 보냈다. 오늘 오후 1시까지 기한이었지만, 오후 6시가 돼서야 끝냈다. 한 문장이라도 더 다듬고 싶었다.



한 호흡이라도 더 가다듬고 싶었다. 이제 내 손을 떠나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손 떠난 자식이 될 내 글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싶었다.



눈물 같은 글이다. 찌든 땀이 배어. 짠 내 나는 내 글이다. 나의 혼을 담은 내 속의 아이를 발가벗겨 세상 앞에 내어놓는 마음으로 탈고가 끝났다. 이제부터는 더는 내 글이 아니다.


독자들의 몫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 위로가 되고 힘이 되면 좋겠다.


나의 말은 세상을 향해 글이 되어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