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여행자인가라는 모호한 질문에 나름의 방향을 정하고 답하려 한다.
먼저 마음으로 하는 여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많은 것을 보기보다, 깊이 보는 사람이다. 여행지의 명소 보다, 그곳의 느낌과 사람을 눈여겨본다.
예전에 찾았던 Barcelona에서 그랬다. 사람들은 건축물을 향해 탄성을 질렀지만, 나는 한동안 멈추고 서 있었다. Antoni Gaudí의 곡선은 돌로 만든 구조물이기 전에, 인간의 기도처럼 느껴졌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그의 예술적 영감은 살아 숨 쉴 뿐 아니라, 현재형으로 건축되고 있다는 점에 희열마저 느꼈다. 그 도시에서 나는 건물을 본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집념과 시대의 숨결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풍경을 소비하는 여행자가 아니라, 사람을 경험하는 여행자다.
"나는 해석하는 여행자다"
눈에 보이는 장면을 마음속 언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다시 삶으로 옮겨 담는다.
"여행은 내게 이동이 아니라 사유다"
"여행은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관점을 바꾸는 일이다"
나는 공간보다 사람을 관심한다. 골목의 벽화와 향신료의 냄새, 카페의 노인, 거리를 오가는 사람의 표정을 본다. 그들이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지 상상한다. 두려움이 없다면 북한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같은 이유다. 체제의 간판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여행은 내게 타인의 삶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창이다.
또한 나는 시간을 함께 걷는 여행자다.
어느 도시를 가든 과거의 나를 불러낸다.
“어린 시절의 내가 이 풍경을 봤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내가 한자리에 선다. 여행은 현재만의 사건이 아니라, 내 인생 전체를 이어 붙이는 작업이다.
돌아와서도 나의 여행을 끝내지 않는다. 한 장면은 한 편의 글이 되고, 한 번의 설렘은 강연의 말이 된다. 무대 위에서 감정을 꺼내 쓸 때도, 여행에서 만난 빛과 냄새와 표정이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은 추억이 아니라 살아가는 재료다. 나를 더 깊게 만들고, 더 넓게 말하게 하는 자산이다.
결국 나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이기보다, 의미를 향해 가는 사람이다. 지도에 표시된 점 보다, 그 지점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걷는다. 단지 길 위를 걷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향해, 나 자신의 내면을 향해 걷는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언제나 밖으로 떠나면서도 동시에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