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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리 Oct 18. 2020

메이플 시럽이었다.

#갈색



그때는 몰랐다. 그게 메이플 시럽인지. 달짝지근한 갈색의 시럽에 빵을 찍어먹었던 기억이 있다. 바게트도 크루아상도 아닌 크림이 잔뜩인 빵에 그 시럽을 찍어먹었다. 원체 달달한 걸 좋아했었던 그녀는 달달한 것에 달달한 것을 더해 먹었다.

그때 즈음 우린 근처 옷가게에서 원 플러스 원 행사로 포근한 재킷을 하나씩 샀다. 라지 사이즈의 갈색 하나와 미디엄 사이즈의 녹색 하나를 사 입었다. 그녀는 후리스의 포근한 촉감이 좋다며 연신 부비대곤 했다. 녹색의 그년은 아니 그녀는 언젠가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서는 낙엽이 우릴 닮아있다고 말했었다. 그렇게 녹색의 그년은 나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카페였다. 전화로 통보하는 식의 이별은 내가 생각해왔던 따위의 이별이 아니었다. 나의 학교와 너의 학교 중간의 그 지점에 있는 카페에서 우리는 만났다.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쌀쌀한 그녀의 표정은 나에게 답을 주었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려보려 노력했다. 함께였던, 행복했던 추억들. 언제나 미소를 짓게 만드는 처음의 만남.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퍽퍽한 갈색의 그녀에게 보냈다.

그녀가 떠났다. 홀로 앉아 창문 너머로 낙엽이 하나, 둘 그리고 세 개가 떨어졌다. 고개를 돌려 그녀가 전해준 나의 물건들을 하나씩 들추어나 봤다.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냈던 장소를 쉽게 떠나고 싶진 않았다. 남아 있는 커피와 함께 먹을 빵을 주문해왔다. 달짝지근한 초코가 올려진 와플과 갈색의 시럽이다.



메이플 시럽이었다.


이른 가을 태풍이 쓸고간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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