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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리 Jul 19. 2023

#1 - 안정적인 일상, 그리고 그것과 반대되는

새로운 시작




인천국제공항에서 Los Angeles로 그리고 또다시 Texas의 Austin으로 결국에 도착했다.


LA 그리고 Austin으로



이제 점점 안정적인걸 추구해 가는 나이가 되는 게 느껴진다. (지금보다) 어릴 땐 해외로 가는 게 마냥 재밌고 행복했다.

시작부터가 “안정”이라는 단어와 정반대의 것이었다. 나에게 해외라는 것은 새로운 것. 새로운 환경. 지금껏 마주하지 못했던 광경이었다.


LA의 맑은 아침 하늘

친구와 함께 떠났던 한여름의 유럽배낭여행은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들떠 있었고, 비행기에 앉아있을 때도 그저 설레었다. 뮌헨 공항에 도착하고서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외국의 환경이 무서워 경계도 했지만 그 두려움도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떠났던 시드니 워킹홀리데이는 군대 전역이라는 부스터를 들이키고 두려움도 없이 세상에 부딪혔다.


이어서 도착한 2016년 가을 나의 유럽, 나의 프라하는 새로운 부스터, 시드니를 집어삼키고서 어쩌면 짧지만 가장 강렬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매번 한국을 떠나 해외를 향할 때의 내 모습이 항상 달랐다. 그런 걸 보면 계란 하나를 남겨 놓은 나의 짧은 인생은 참 재미가 있다.


그런데 이제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니까 힘들기도 하고 특히 다리가 아프다. 목은 괜찮은데 흠. 다리는 왜 이렇게 아픈 건지.. 출국하기 전날 그리고 그 전날에 오랜 시간 영화를 보면서 계속 앉아 있었던 탓인지 착륙 2시간 전, 마지막 기내식을 먹기 전이 정말 위기였다. 기내식을 먹고서 조금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니 또 아픈 게 사라졌긴 했지만.


오스틴에서 만난 섭씨 40도를 견뎌내는 이름모를 식물들


이제는 혼자서 놀러 왔는데 무엇을 해야 하나, 조금 심심하게 느껴진다. 특히 오스틴이라는 동네가 관광도시가 아니다 보니 딱히 할 것이 없다. 이전 같았으면 앗싸 재미지다. 어디를 또 가볼까나 하면서 계속 찾아보고 들떠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나의 취미 새로운 곳에서의 장보기는 언제나 재미있고 항상 그랬듯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최고의 것들, 최고로 재미난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유명한 Target


문득 드는 생각은 내가 나이를 먹은 건가 싶다. 근데 정말 이거 맞는 거 같다. 그리고 실제로 예전의 나를 생각했을 때 나이를 먹었다. 형, 누나들은 코웃음을 치며 아직 한창이라며 구박을 하겠지만, 다들 이런 시기가 있었지 않았나요?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


안정적인 것이 편하다. 변하지 않는 것이 안정적이다. 이제 나에게 직업이라는 것이 생겼고 쉬는 날에 해야 할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이 내가 짜놓은 판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지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또 나를 새로운 곳에 내모는 의도치 않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참 재미지다.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것이 나의 운명이지 않을까 싶다. 안정적인 일상이 눈에 겨워 만들어낸 나의 운명.


3개월 간 지낼 나의 안식처



* Austin, Texas에서의 3개월을 기록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풍경을 담고 재미있는 생각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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