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홀릭 ㅣ 카르멘
취미로 술을 만들어요. 알콜이 주는 위로와 행복에 대해서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카르멘
학부 때는 일본어를 전공하고 대학원은 일본지역 전공을 했지만 서울에 삽니다. 잘 닦여진 아스팔트 같은 순탄한 인생을 살았지만, 같이 걷던 사람들도 이정표도 사라진 길 위에 홀로 서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이 길이 맞는지 고민이 됩니다. 아마도 지금은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돌아봐야 하는 시간 같아요.
시아버님이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고 남편으로부터 들었다.
무서운 말을 전하면서도 남편은 차분하고 담담했다.
“그렇게 술을 마시더니, 그럴 줄 알았어.”
무심한 듯 뱉어내더니 옷을 갈아입고 운동하러 나섰다.
시아버님은 한 평생 술을 마셨다고 한다. 낮부터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일을 하지 않았고, 가장의 공백은 가난이 채웠다.
남편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고등학교 때부터 장학금을 타고, 독학을 해 대학에 가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비를 벌었다. 아무도 면회 오지 않는 군대 생활을 버텼고, 삼 년을 꼬박 공부해서 고시에 붙었다.
일을 하고 결혼을 했다.
어린 아들이 스스로 커가는 그 시간에도 시아버님은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건조한 사실을 전해 들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버지를 미워한 적이 없다고 했기에 오히려 슬픔이 가슴에 박혔다.
꼬마가 어른이 되는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슬픔과 고통과 불안과 외로움과 두려움과 안타까움을 버텨내었을까.
아버지의 죽음이 담담해질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두려움을 숨겨왔을까.
마음속 깊이 가둬두고 있는 슬픔의 댐은 조만간 무너질테지.
시아버님의 갑작스러운 병환 앞에서 나만이 완벽한 타인이다.
환자의 거대한 고통보다 내 남편의 안위와 시어머니의 마지막 고생길이 걱정스럽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상상한다.
계획을 세운다.
경제력이 없는 시댁에 얼마의 돈을 지원해야 하는가 고민한다.
돈,
돈을 고민하다가 문득 슬프다.
병을 알고 난 후부터는 살기 위해서, 죽음의 순간이 닥치면 영면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익히 알고 있던 사실임에도 현실과 마주하니 훨씬 더 비정하다.
운동 간 남편이 젖은 눈을 하고 돌아왔다.
“정밀 검사 후에는 다 같이 여행이나 갔다 왔으면 좋겠어.”
생각을 멈춘다. 그저 이 비극의 끝이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