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현상곡ㅣ신정훈
저는 글을 막 씁니다. 브레인스토밍하듯 손가락 가는대로 놔두는 식입니다.
작가 프로필 ㅣ 신정훈
현상을 쿨하게 응시하고 그것에 담긴 의미를 즉흥적인 글쓰기 과정으로 풀어내려 한다.
처음으로 전시회 리뷰를 쓴다. 현대 미술에 지식이 깊지 않아 평가하기 조심스럽다. 사조의 특징, 개인의 업적에 대해 다룬 몇 권의 책이 지식의 대부분이라 전공자에 비해 분석이 한정적이다. 가벼운 글을 쓰고 싶지 않았기에, 그만둘까 생각했다. 예술에 조예가 없으면서, 깊이 있는 글을 쓰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작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는 생각에 책상에 앉았다.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자료 조사와 구성 계획을 마치고, 타이핑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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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 등의 국제적 스폰서를 등에 엎고, 워홀과 웨이웨이의 작품 300점가량을 작품을 호주, 멜버른으로 들여왔다. The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NGV) is the oldest and most visited gallery in Australia. NGV 공식 홈페이지 소개의 첫 문장이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방문객이 많은 미술관으로써 자부심이 대단하다. 명성을 걸맞게, 올해도 큰 규모의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를 사랑하는 한 친구 덕분에 호주에서 많은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호주는 거의 모든 전시회가 무료여서, 부담 없이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런 와중에 지난달 말, 드물게 NGV의 유료 전시회인 '앤디 워홀 - 아이 웨이웨이전'을 찾았다. 21세기 대중이 사랑하는 두 거장의 예술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회장 첫번째관)
과거 한국에서 워홀전을 본 경험이 있고, 그 외 작품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웨이웨이에 흥미도 없는 편이라 진작에 관람할 마음을 접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전공자이자, 예술을 사랑하는 그 친구의 손에 이끌려 전시회 막차를 타게 됐다. 접점이 많지 않은 두 작가의 아트웍을 억지로 연결시킨 큐레이터의 센스를 비난하면서도, 그녀는 그 억지스러운 전시를 보기 위해 표를 구매했다. 폐막 이틀 전이라 그런지, 멜버른에서 가장 큰 예술관인 NGV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문전성시의 NGV1)
(문전성시의 NGV2)
이번 앤디 워홀 - 아이웨이웨이전의 총 관람객은 39만 9127명이었다. 30만 관객 돌파한 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추가로 10만 명이 갤러리를 찾았다. 호주에서 올해 가장 성공한 전시회일 뿐 아니라, 지난 10년 간 가장 티켓이 많이 팔린 전시회이기도 하다. 2004년 인상주의 작가전, 모네 작품전 때 세운 38만, 34만 관람 기록을 넘어선 기록이다.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두 작가의 인기는 고흐, 고갱, 세잔, 모네, 마네 등의 슈퍼스타들이 포진한 인상주의의 인기를 넘어섰다. 이번 전시는 재밌는 후일담을 남겼다. 웨이웨이는 이전에 호주 인권 행동주의자를 기념하는 의미로 설치미술을 만든 적이 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 그 작품을 레고로 재탄생시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레고 제작자에게 설치를 의뢰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21세기 가장 유명한 예술가의 굴욕이었다. 결국 비슷한 재료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고 이름 지었다. 민망할 정도로 레고를 연상시키는 그 이름, 렛고 룸(Letgo room).
(Letgo room 1)
(Letgo room detail)
전시회는 워홀과 웨이웨이의 공통점을 찾아 몇 개의 토픽을 선정하고, 전시를 진행했다. Icons & iconoclasm, New York / Beijing, The studio: Factory & FAKE, Duchamp & the readymade, Flowers, Life on film, Celebrity & social media, Cultural revolutions, The individual & the state, Narrative, myth & memory 등의 테마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 했다. 설치미술가인 웨이웨이와 팝아트 아티스트인 워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하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다. 워홀 사후, 웨이웨이는 뉴욕 현대미술관을 찾았는데, 워홀의 작품을 보고 감명과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NGV의 해석에 따르면 미국의 시대인 20세기, 중국의 시대인 21세기를 상징적인 인물인 워홀과 웨이웨이의 작품을 통해 돌아볼 기회를 준다고 한다. 21세기 역시 미국의 시대이기에, 의미부여를 위한 잘못된 해석으로 느껴졌다.
(워홀의 유명인 친구들. 기득권층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작품에 권위가 생기진 않았을까)
전시회의 인상적인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단조로운 구성을 벗어나 볼거리, 할 거리를 풍성히 준비했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예술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갖고 놀 수 있는 풍선을 전시회 한편에 구비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작품 설명판을 배치해, 가족 관람객을 배려한 점도 평가할만하다. 두 번째, 웨이웨이의 작품 그 자체이다. 사전 조사 없이 한 감상이라, 의외성을 맛볼 수 있었다. 세 번째, 두 작가의 접점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맨해튼에 실버팩토리를 세운 워홀과 마찬가지로 웨이웨이는 베이징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스튜디오는 뜀틀의 발판 같은 존재로, 웨이웨이의 사상이 멀리 날 수 있게 보조했다. 필름, 음악, TV 프로그램, 대중매체 등을 통해 사회를 다각도로 반영했다는 점도 워홀과 동일하다. 구체적으로 소재가 겹치는 경우도 있다. 워홀이 20세기의 발전된 도시를 표현하기 위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모습을 흑백 카메라로 담았다면, 웨이웨이는 올림픽 준비로 급변하는 2008년도의 베이징을 필름에 담았다. 그들은 도시화, 상업화에 반대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예술에 적극 활용했다. 웨이웨이가 블로그를 통해 정부 정책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 또한 일례이다. 전시회에서 찾은 그들 사상의 근본적인 공통점은, 열린 사고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 놀이용 웨이웨이가 만든 caonima(라마)와 새 풍선 *가져가지 마세요)
(아이들을 위한 NGV의 배려- 워홀은 60년대 중반부터 플라워 연작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첫 전시회엔 30개 정도의 꽃 작품이 회장을 채웠어요. 워홀은 필름을 조각내고 칠하고 인쇄했어요. 친구들의 조언도 많이 구했답니다.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색을 사용했어요. 여러분은 어떤 색을 제안했을 것 같나요?)
(워홀의 카메라 워크, 70년대 말 실버팩토리가 만든 케이블채널의 간략한 연표)
(웨이웨이의 12 간지 조형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순으로 전시하지 않았는데,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웨이웨이의 작품에 대해 좀 더 언급해 본다. 웨이웨이가 역사 유물을 갖고 만든 비디오 아트, 조형은 파격이었다. 명 왕조 시절의 유물에 물감을 칠하고, 깨고, 그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유물을 훼손하면 안 된다. 후대를 위해 온전히 보전해야 해야 한다.라는 초등학교 1학년 생도 알만한 문화 시민의 자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회 통념에 코웃음 치듯 작품을 부수고, 괴상한 형태로 조립했다. 웨이웨이에 따르면, 그의 행동은 우상 숭배와 억압된 중국 체제에 반하는 행위 예술이다.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예술의 경계도 허문다. 그는 가수이기도 하다. 3년 전, 중국의 유명 락커와 협업을 통해 헤비메탈 음악을 발매했기 때문이다. Dumbass라는 제목에 걸맞게, 뮤직비디오는 정신없는 카메라 워크로 시청자들의 눈을 현혹시켰다. 여장을 한 그의 댄스는 영상의 하이라이트였다. 마지막으로 꽃 연작을 빼놓을 수 없다. 워홀이 꽃이 그려진 한 장의 필름을 다양하게 표현했다면, 웨이웨이는 몇 백 장의 꽃 사진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서양 예술 문화에서 꽃은 사랑, 죽음, 성생활, 귀족, 잠, 무상함의 심벌이고, 동양에선 부와 상서로움, 아름다움의 심벌이다. 비슷하거나 다른 의미를 가진 꽃을 통해, 그들은 자신의 사상과 메시지를 전했다.
(매일 꽃다발을 주문하고, 사진을 찍어 작품으로 승화했다. 웨이웨이에겐 많은 것이 의미부여의 대상이자 작품이다.)
(Flowers 컨셉관)
(웨이웨이의 전통 파괴. 유물에 페인트 칠을 해 전통적 가치를 지웠다. (앞) 중력의 힘을 빌어 유물을 파괴(뒤) )
(웨이웨이의 예술 철학이 담긴 한마디)
(워홀의 예언)
NGV는 가까운 곳에 웨이웨이와 워홀의 명언이 적힌 종이를 붙여 놨다. 이는 sns을 통한 대중의 참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인데,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두 작가의 명언이 회장 곳곳에 붙어 있어, 그들의 의미부여와 작가 찬양이 과하다는 느낌이었다. 친구 말처럼 전시회 출구 쪽에 엄선한 한마디를 적어놨다면 여운이 더 했을 것 같다.
(워홀의 독특한 시도)
(워홀의 비디오 워크1)
(워홀의 비디오 워크2)
(워홀의 비디오 워크3)
(웨이웨이의 힙스터스러운 Fxxk you 연작 1)
(Fxxk you 연작 줌 아웃. 우상숭배, 전통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웨이웨이)
국가와 전통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축물에 미들 핑거를 들어 올린 아이 웨이웨이. 충격적인 이미지를 통해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는다. 웨이웨이의 불경스러운 손가락이 내게 시사한 것은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흐름이 생긴다는 것, 그 시대에 맞춰 시선을 한 단계 넓혀야 한다는 것,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재고해야 한다는 것, 국가의 보호, 혹은 통제는 어느 정도까지 용인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 웨이웨이가 싸이월드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다. 허세, 힙스터 느낌이 물씬 나는 작품을 보고, 엄청난 수사를 사용해 확대 해석한 NGV의 노고에 박수를 치고 싶다. 어떤 작품을 보면, 특이한 사건이나 행동을 시각화한 후, 나중에 적당한 포장지 찾아 씌운다는 느낌을 받는다. 십수 년 전의 싸이월드 허세 글도 의미부여와 작가의 명성에 의해 예술이 될 수 있다.
(Fxxk you 연작 밑에 달린 NGV의 코멘트. 놀라운 포장 능력)
(웨이웨이의 flowers관 소개글)
전시회를 다 보고 든 생각은, 부자연스러움이었다. 작정한 듯 몇 개의 관을 두 예술가의 작품으로 채웠다. 엄청난 물량의 예술 작품은 심심할 틈을 주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그들의 사상이 머리를 두드렸다. 하나를 제대로 소화하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시간에 쫓겨 수 백 개의 작품을 눈으로 밀어 넣었다. 작품 옆의 설명문에 의지를 할 수밖에 없었다. NGV의 자부심은 설명문에 온갖 수사를 넣어, 특별함을 느끼길 강요했다. 정해진 답이 있는 듯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자신들의 기획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 간혹 억지스럽게 두 인물을 연결했다. 새로운 테마를 제시할 때마다 의미가 아닌 외관상의 공통점에 집중했단 느낌을 받았다.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즐기기엔 좋은 방식이지만, 수준이 높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기념품의 터무니없는 가격 책정 또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캔버스 재질의 에코백엔 50불, 무인양품 1불 쇼핑백과 비슷한 수준의 천 가방엔 30불짜리 택이 달려 있었다. 예술은 예술, 돈은 돈이다.
아쉬운 점도, 만족스러운 점도 많은 전시회였다. 웨이웨이란 작가에 대해 알게 됐고, 두 예술가의 공통적인 특성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정형화된 표현 방식을 깨려는 시도, 좀 더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인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동물이다. 워홀의 표현 방식은 웨이웨이를 통해 후대로 전해진다. 그에 앞서 뒤샹이 샘을 통해 보여준 파격은 워홀의 브릴로 상자로 이어졌다. 아서 단토가 말한 예술의 종말은 아직이다. 예술의 목적이 참과 거짓을 가리기 전, 즐거움에 있기 때문이다. 웨이웨이는 그 증명이다. 앞으로 어떤 기술의 진보가 이뤄지고, 어떤 예술가가 그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까? 대중이 열광할 새로운 작품에서, 한 차원 높은 시선으로 그것을 감상하고 비판할 수 있을까?
(레디 메이드 작품, 혹은 레디메이드 작품을 복제한 작품)
(전시회 풍경1)
(전시회 풍경2 - 워홀의 드로잉. 비슷한 그림의 나열로 드로잉에서도 복제(대량생산)에 열린 태도를 보인다.)
(그 외 전시회 풍경3)
(그 외 전시회 풍경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