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현상곡 ㅣ 신정훈
저는 글을 막 씁니다. 브레인스토밍하듯 손가락 가는대로 놔두는 식입니다.
작가 프로필 ㅣ 신정훈
현상을 쿨하게 응시하고 그것에 담긴 의미를 즉흥적인 글쓰기 과정으로 풀어내려 한다.
아마추어 작가 플랫폼인 브런치, 글쓰기 모임인 파운틴의 멤버로서 두 차례 글을 포스팅한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는 초보 작가들이 다양한 이슈에 관해, 약간의 전문지식을 더해 글을 쓰고 있다. 콘텐츠의 대부분이 길지 않아 가볍게 읽기 적당하다. 전부 다 읽을 수 없기에 흥미로운 타이틀을 골라서 보는 편이다. 오늘은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미래, 일본인의 속내에 관한 글 등을 읽었다. 그러다 한 작가를 발견했다. 그는 매일 한 편씩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고 언급하며, 그 다짐을 자기 소개란에 적어놨다. 다작이 글쓰기의 왕도라 생각하는기에 묘한 동질감이 생겼고,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작문을 위해 블로그 창을 열었다. 여유 시간이 많아진 지금이야 말로, 하루 한 편의 글을 쓰기에 적절하다. 어제 한국 느와르의 고전이 될 신세계를 다시 봤다. 두 번째임에도 이중구의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라는 대사는 인상깊었다. 그처럼 말한다면, 오늘은 글 쓰기 딱 좋은 날이다.
고등학교생, 대학생 시절을 거쳐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주제만큼 형식도 다양했다. 어쩔 때는 노랫말을 적었고, 어쩔 때는 소설을, 호주에 와서는 하루도 빠짐 없이 영어 일기를 썼다. 부족함이 많은 글이지만, 자주 쓰다 보니 빨리 쓰는 요령이 생겼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대략적으로 '만들어놓은 문장을 버리지 않고 사용하는 기술'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작문에 관한 기대치를 낮추는 방법, 퇴고를 생략하는 방법 등 여러 아이템을 장착해 스테이지를 빨리 깨는 것이다. 다만, 신경쓰는 부분도 있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날을 돌아 봤을 때, 부끄러운 경험들이 가득하다. 일명 '허세' '중2병'이라고 불리는 내용이, 그 과잉된 감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강렬한 감정을 당장 글로 옮겨야 해! 라고 생각했을 때, 한 템포 쉬고 돌아가야 한다. 감정에 휘둘려 쓰다보면 가야할 길을 잃기 때문이다. 무수한 실패를 통한 깨달음이다. 전쟁터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를 대하듯, 과장된 표현을 신경쓰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이런 조심성으로 넘어지지 않고, 지속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담백하게, 많이 쓰자는 생각과 더불어 의식적으로 주제의 폭을 넓히려고 한다. 일상적인 말들, 연역법과 브레인스토밍으로 이성의 저 끝에 있는 감정들, 잘 모르지만 흥미있는 분야에 대한 모든 것들을 모니터 위에 옮기고 싶다. 고기 반찬만 먹으면 영양분이 부족해 건강한 신체를 가질 수 없다.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내 키는 180이 될 수 없었지만, 성장기인 글의 키 만큼은 180을 넘겨야 될 것 같다. 무엇인가 쓰기 위해 책상에 앉으면,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생각나는대로 써보자, 뭔가 나올 거야. 라며 마구자비로 꺼내 전개하는 방식은 너무 많이 써 식상하다. 손가락에게 총 빌리고, 칼 빌려 전장에 나서는 것도 한 두번이지, 확실한 주제와 그에 관한 정보를 갖고 컴퓨터와 대면하고 싶다. 책을 읽다 보면, 다루고 싶은 주제가 우수수 쏟아진다. 인터넷 뉴스도 하나의 출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깊은 내용이 부족하다. 안타까운 것은 요즘 책을 그리 가까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 읽을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쓰는 게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핑계로, 매일 같이 놀자는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필요성을 절감한다.
장문의 글은 또 다른 희망사항이다. 집중력과 주제에 관한 고찰, 글쓰는 기술의 부족으로 항상 5~10 문단으로 이루어진 짧을 글만 쓰고 있다. 가장 부족한 점은 역시 소재의 고갈이다. 더 쓰고 싶지만 이미 할 말 다 한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이 끝을 맺어야 한다. 예전부터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일례로 무협 소설에 심취했던 중학교 시절, 몇 번인가 인터넷에 연재를 시도한 적이 있다. 무협 세계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이유도 있었지만, 글을 이끄는 방법을 몰라 시작하고 얼마 안 가 기연을 만나고 무림 고수가 되어버렸다. 더 쓸 게 없어서 두 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무림을 통일 시켰다. 글을 읽기 시작한 사람에게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꼴이었다. 당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비뢰도' 에선 찰나의 묘사에 몇 페이지를 썼고, 상대와의 짧은 합을 몇 백 페이지를 투자해 그려냈다. 쓰다 보면 언젠간 이런 긴 묘사가 가능해지겠지. 생각했지만 지금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덕분에 다작을 할 수 있으니 감사해야 하는 건가?.
최근에 쓴 글을 보면, 글쓰는 자세, 글의 주제, 내용의 전개 방법, 글쓰기 기술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피드백 없이 앞만 보고 달렸던 시절엔 크게 잘 쓸 필요를 못 느꼈다면, 경쟁자 혹은 동료들과 함께 경주를 하는 오늘에는 욕심이 있다. 여전히 막 쓴 형편 없는 퀄리티의 글이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문장력도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잘 쓰고자 하는 목적 때문인지, 아무래도 예능 프로그램으로 향하는 시선을 유턴 시켜 다시 글로 돌린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시작한 글을 끝내려고 한다. 백익무해한 작업이기에 스스로에게 이런 활동을 적극 권유한다. 다만 부담감에 지쳐 쓰러지는 경우는 피하고 싶다. 적당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매일 글쓰기란 단어에 눈이 간 것도, 자극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신세 한탄과 소심하게 포부를 꺼내놓으며, 오늘의 글은 여기서 끝난다. 원데이노트란 타이틀을 걸고 매일 창작을 하는 그 아마추어 작가에게 고마움을 적어 보낸다. 대학도 좋은 고등학교 간 친구들이 잘 간다. 주변 친구들과 자극을 주고 받기 때문이리라. 원 없이 좋은 자극이 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니 분발해서 손가락을 움직여야겠다. 어느틈엔가 매일 글을 쓰겠다 다짐한다. 매일은 어려울 수 있지만, 격일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내일도 글 쓰기 딱 좋은 날임에 틀림 없다. 내일의 오늘의 글을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