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다 ㅣ 김혜진
저의 키워드는 행복입니다.결국 모든 것이 이 길 위에 있더라구요.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사람도, 글과 음악, 인생의 목적과 같은 것들이 행복이라는 틀 안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프로필ㅣ 김혜진
피아노를 전공하고 이후 간호학을 공부하였음.
피아노 치는 간호사
복지와 힐링에 관심이 많음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Beethoven Symphony No.3 "Eroica"
레너드 번스타인이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기 전인 제1통령 시절, 베토벤은 혁명가로서의 나폴레옹을 추앙하였고 그에게 자신의 작품을 헌정하였다. 그러나 그가 황제의 자리를 거머쥐게 되자 헌정을 철회하게 된 곡. "영웅"
최근 공연 중인 뮤지컬 나폴레옹을 관람하였다. 아시아 초연에 국내최초 뮤지컬 전용극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공연인데다가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을 맡기도 하여 큰 기대를 가지고 공연장을 찾았다. 마치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옷장을 지나면 마법의 나라가 펼쳐지는것처럼 귀에 익숙한 클래식 곡이 들리며 2부의 문이 열린다. 나도 베토벤 '영웅'으로 문을 열어본다.
격동의 시기, 온 유럽을 뒤흔들었던 정복의 화신이었던 나폴레옹. 다이나믹했던 그의 일대기를 3시간 안에 담기에는 시간적인 한계가 있어서인지 연출자인 리처드 오조니언은 말하기를, 나폴레옹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했던 세 가지의 단어인 "France, Army, Josephine"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공연을 관람하면서 이 세가지 소재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부기사에서는 너무 많은 장면과 캐릭터가 등장하고, 전개에 있어서 2부는 아쉬움을 남긴다는 내용을 올리기도 하였는데, 개인적으로 느낄 때는 많은 것을 담은 작품이기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인문학 학습 유발자로서, 더 넓게 뻗어나갈 수 있었음을 말하고 싶다. 하여 오늘은 <특집, 뮤지컬 나폴레옹> 편을 써보기로 한다. 뮤지컬과 실제역사의 경계를 넘으며 간단히.
1. 개혁자에서 황제까지
정치적 혼란기였던 프랑스. 국민들의 의식은 성장하여 권리신장을 위한 싸움을 끈질기게 하고 있었다. 가난한 집안의 한 아들로 태어났던 나폴레옹 역시 개혁세력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자코뱅 당의 공포정치 세력에 가담하여 실각되기도 하지만 바라스의 요청으로 파리에서 일어난 왕당파의 - 공화정이었던 당시 왕정시대의 복고를 주창하는 세력으로서 현실에 불만을 가진 자국민과 연합한 일파- 의 봉기를 대포로 진압하면서 재기에 성공하기에 이른다. 시대와 국가를 불문하고 혁명이란 피를 수반하기 마련. 내란이 많았던 지역이라고 하나 자국민에게 대포를 쏜다는 것은 갈등과 아픔을 끌어안아야 하는 일이다.
"발사!"
외치는 소리와 함께 대포는 날아가 폭도들을 잠재우고 온 바닥은 그새 피바다가 된다. 그 당시 사망자가 300명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그보다 많았을것이라고 보는 역사가들이 많다.
나폴레옹은 바라스에게 소리친다.
"봐라, 뭣도 없는놈. 이만하면 충분한가!"
권력을 얻기 위한 합리화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었지만 그의 선택은 적어도 여기까지는 개혁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렇게 얻은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영민했던 16세의 장교는, 24세에 장군으로, 26세에 마침내 황제가 되고만다.
그의 대관식. 온 천하는 이미 그의 발 아래에 있었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왕관을 스스로 썼던것으로 유명한데 화려함과 당당함으로 가득한 나폴레옹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 대관식 장면은 1부의 마지막장면으로서 작품 전체의 화룡점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사곡으로 시작하여 이어지는 나폴레옹의 독백과 같은 넘버인 "Sweet Victory Divine(달콤한 승리의 여신)". 마치 환상 속을 거니는듯 모두가 멈춘채 나폴레옹이 노래를 부른다. "세상은 내 발 아래 있고, 난 높은 공중 위에 서있네 실패가 손을 뻗어도 결코 닿을 수 없는 곳. 나를 지켜주는 여신이 있는 여기..." 그의 독백에 뒤이어 꽉찬 화성으로 채워진 압도적인 떼창이 울려펴진다. 그 짧은 시간에 온 공연장을 휩쓸고 지나가는 대관식은 꼭 허리케인 같다.
2. 단 하나의 사랑, 조세핀
조세핀. 그녀는 나폴레옹이 실각되어 좌천이나 다름없는 발령을 받고 있을 때 도움을 요청했던 바라스의 정부였다. 나폴레옹보다 6살 연상에 이미 1남 1녀를 두었던 그녀는 바람끼가 많아 가는 곳마다 추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그녀를 만난 후 평생 동안 그녀만을 마음에 두고 살았던것 같다. 그의 마지막 말에 조세핀을 포함했던 것을 보면 말이다.
나폴레옹은 조세핀에게 수많은 편지를 썼다고 전해지는데 그녀는 이 위대한 황제의 사랑을 받을만큼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나보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조세핀... 당신은 내 가슴에 신비한 힘을 발하고 있소."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소. 당신을 안지 않고 보내는 밤이 하루도 없소. 차 한잔만 마셔도 내 삶이 원동력에서 나를 떼어 놓은 자존심과 야심을 저주하게 되오. 군대를 통솔하거나 야영지를 돌아다니며 의무를 다 할 때에도 당신. 사랑하는 조세핀만이 내 가슴에서 내 마음을 점령하고 내 생각을 채우고 있소"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서 어느정도 포기해야 했던 사랑. 자신이 하는 모든 일도, 이루고 싶었던 모든 것도, 그 사랑 앞에 서면 다 때려 치우고 싶은 심정이 이해가 갈듯도 하다. 사랑이란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과도 바꾸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나보다. 뮤지컬에서는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의 모습이 나오다가 2부에서 갑자기 온천장면이 나오고 또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는 그녀가 바람끼가 많았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극중에서 복선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인데 그 점에 있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예술 작품의 목적은 사실 전달이 아니라는 것과 조금 관심있게 그의 역사를 찾아보고 간다면 상황도, 빠른 극의 진행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이름하여 꿀.팁.투.척.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실제 조세핀은 황후가 되어서도 여전히 바람을 피우는데 그런 그녀에게 화가 난 나폴레옹은 맞바람을 피우게 되고 결국 2세 문제로 파혼에 이르나, 그녀가 죽은 후에도 그녀를 그리워하였다는 것을 보면, 지순한 사랑을 가진 한 남자로 표현된 뮤지컬에서의 모습이 적절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둘의 사랑의 노래들이 감동스러워 눈물이 났었다는 사실은 안비밀. 하하.
3. 군대와 그의 몰락
그의 삶의 일부였던 군대. 그는 함께 했던 군인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사람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리더는 사람을 이해하고 아끼는 사람이 되는것. 전쟁을 앞두고 손을 떨고 있는 한 군인에게 나도 용기라는 이름으로 감추고 있다고 하는 나폴레옹의 고백과 곧, 의기충천하여 싸우러 가는 군인들의 모습은 나폴레옹이 사람들을 어떻게 움직이게 하였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툴롱 전투에서 그는 그의 군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한다.
"제군들, 나를 따르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렇지만 나는 갈 것이고, 또한 승리할 것이다. 여기 남겠는가 아니면 나를 따라가 승리를 지켜볼 것인가!
내가 돌격하면 나를 따르라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 그리고 만약 내가 죽으면 내게 복수를 해라"
그의 군대는 강했고, 승리를 거듭하였으나 러시아에 패배한 이후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는 그를 정치 무대에 등장시켰던 탈레랑이 유럽 동맹국의 임시정부의 수반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탈레랑은 이후 나폴레옹의 황제 폐위를 선언하고 루이 16세의 동생인 18세와 협상하여 왕위에 오르게 한다.
"정치란 서로의 목을 자르는 게임"이라고 했던 섬뜩한 그의 대사. 야욕에 찌든 인간의 자화상을 보게 해 준 인물이었다.
'
이에 반해 "황제에 올랐으나 역사에 역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마지막 '계몽군주'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나폴레옹.
농민들의 납세액을 줄이고 도로, 항만, 운하 등을 건설하여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함과 동시에 무역흑자와 재정안정을 이룩, 노예제 폐지, 국민 교육제도를 제정하여 근현대적 교육체제 수립, 법 앞에서는 만민이 모두 평등하다는 사상으로 프랑스 혁명정신을 계승한...위대한 프랑스의 황제. 멈추지 못한 정복욕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기도 하였지만 엘바섬으로 유배된 후에도 국민들이 그를 그리워하여 다시 권좌에 올랐던 그는 진정한 혁명가였다.
정치가들은 두 부류다. 개혁가이던가 속물이던가.
아, 이 나라의 정치가들은 어떠한가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나폴레옹인가, 탈레랑인가.
볼거리 많았던 나폴레옹.
스토리라인보다 장면이 중요한 작품이었던것 같다. 큰 틀에서 움직이는 역사는 해설의 역할을 하는 탈레랑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각 장면에서는 인간에 대한 면면들을 비추어 주기 때문에 사랑과 야망을 품은 한 인간으로서의 나폴레옹과, 상처와 야욕을 가진 탈레랑, 사랑 받았으나 버림받는 조세핀, 또한 여러 인물들의 삶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것 같다.
나폴레옹 역을 맡았던 임태경님의 공연을 갔었는데 그의 가창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난이도 높은 뮤지컬 넘버에서 빛을 발했다. 탈레랑 역을 맡은 정상윤님은 해설자로서, 그리고 욕심 많은 절름발이 정치가의 역할을 넉살좋게 표현하여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그 외에도 아름다운 조세핀과 조연들의 노래들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깨알 공연관람인지 깨알 공부였는지. 오랜만에 아이처럼 써 볼까보다.
뮤지컬도, 이렇게 회상하며 글 쓰는 시간도 "참 재미있었다."고....
오늘의 음악은 그냥 혼자 돌아가게 내버려 두었다. 글을 읽으며 혹 베토벤이 바라보았던 나폴레옹의 개혁이 얼마나 생동감 있었는지를 생각하였다면 셀프 감상, 백점 만점. 이건 내가 주는 점수. 후훗.
아참! 평범한 국민들의 이야기를 놓쳤다. 그러나 오늘은 여기까지. 실은 국민들의 이야기는 조금 슬픈 이야기라서 더욱 다음 기회로 넘겨야 할것 같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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