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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Apr 29. 2018

책「드링킹」

술시에 만나요 ㅣ 윤성권

재생에너지 연구원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책 드링킹

이번에는 「드링킹」이란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에 이 책은 술자리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생각하고 선택했지만, 내용은 정반대였다. 이 책은 알코올 중독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네이버 서평을 보면 술과의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대하게, 섬세하고 화려하게 그려냈다고 설명한다. 알코올 중독자는 남 얘기가 아니다. 과거 통계를 보면 대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알코올 중독 위험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 나는 아닌데”라고 할 수 있지만, 만약 당신이 주 3회 이상 술을 마시거나, 한번 술을 마실 때 얼큰히 마시거나, 술을 마셔서 필름이 끊긴 적이 있거나, 숙취로 고생을 한 적이 있다면 당신도 이미 알코올 중독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드링킹」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내용에 생각을 덧붙여 보았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공통되는 신념의 방정식은 (불편+술=불편 없음), (두려움+술=용기)라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해방된다. 맑은 정신일 때 우리 앞에는 심연이 놓여 있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그 위로 튼튼한 다리가 생겨난다. 우리는 그저 그 다리를 건너기만 하면 된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술을 마시면 불편함이 없어지고, 용기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에서 술을 통해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술을 통해 용기를 내어서 고백을 하거나 사과를 한다. 여기서 다른 점은 알코올 중독자에게는 그 수단이 술뿐이고, 일반인들은 술이 여러 수단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나는 이미 충분히 마셨어

충분하다니? 알코올 중독자에게 충분하다는 말은 생소한 언어다. 충분히 마시는 일이란 없다. 술이란 많을수록 좋다. 3잔을 마실 수 있다면 왜 2잔만 마시는가? 4잔을 마실 수 있는 데 왜 3잔만 마시는가?


술은 아예 안마시면 모를까 한 잔만 마시기는 무척 어렵다. 그만큼 절제가 어렵다. 나도 술을 좋아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마시려고 하지만 가끔 한 잔만 마셔도 충분할 때가 있다. 그때가 기분이 좋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마시면 기분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다음 날 머리가 아프고 몸을 가누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더 마셔서 다음날을 망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결과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노력하는 척 한다).


알코올 중독의 길에 들어서면 다시 안전하게 술을 마실 길, 정상적이고 사교적이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음주로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알코올 중독자들이 이것을 오이와 피클로 비유한다. 알코올 중독자는 피클이 된 사람들이다. 오이가 피클이 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있지만, 피클이 된 것을 오이로 되돌릴 수는 없다.


“떡은 사람이 될 수 없지만, 사람은 떡이 될 수 있다”라는 광고 문구가 생각난다. 술 마시면 개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나 술을 많이 마시면 떡이 될 수 있고, 개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피클이 될 수도 있다. 떡이나 개가 되면 사람이 되기까지 몇 시간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피클이 되면 오이로 돌아올 수 없다. 술을 마시고 자주 떡이나 개가 된다면 혹시 주변에 피클이 떨어져 있지는 않은 지 찾아보자. 어느덧 그게 나의 모습일 수도 있으니깐


술은 거짓된 미혹이다. 알코올은 여러 힘을 주지만, 힘을 준만큼 그대로 앗아간다. 그것을 극복하는 길 또한 막아버린다. 알코올 중독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술 마시는 일은 즐거움을 얻는 행위가 아니라 고통을 멈추는 행위가 된다.


술을 마시면 즐겁다. 월요일을 술로 시작하면 화, 수, 목, 금요일을 거쳐서 주말까지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있다. 술을 마시다 보면 계속 마시고 싶다. 그 즐거움을 위해서 매일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새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란 것 만 못하다. 어쩌면 이제는 술도 밀당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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