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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Oct 19. 2018

상대주의 (다원주의)
프로타고라스

공기반 철학반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웹진 '소소하다' 편집장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주는, 마음탐정 한공기 입니다. 

누구나 한번 즈음 '철학'에 대해서 배워보고싶다 생각을 한 적이 있을겁니다. 그리고 고심해서 책한권을 사셨을 겁니다. 몇페이지 즈음 읽었을까? 아마 절반도 다 읽지 못한 채로 

"으아! 아직은 때가 아니야!!!" 

절망하면서 책장에 꽂아두고 언젠가 다시 시도해보리라 결심하셨을 겁니다. 

저 역시도 책장에 철학 관련 책이 10권 넘게 꽂아져 있지만 단 한권도 끝까지 읽은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대학교수가 연 철학강좌나 세미나도 쫓아다니며 수강해봤지만 머리만 쥐어뜯다가 돌아왔습니다. 

철학...과연 정말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그런데 어느날 지인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해주었습니다. 

"만화책 보는 기분이었어. 아마 초딩도 이해하기 쉬울듯한데..."

전 당장 그 책을 사서 보았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사상의 발전단계를 계단식으로 연결했습니다. 한 챕터에 어느 철학가의 사상이 나오면 다음 챕터는 이전 사상을 부정하고 그 다음 챕터에서는 두가지 사상이 충돌하다가 튀어나온 대안적 사상이 나옵니다. 그렇게 변증법식으로 철학이 발전한 과정을 정말 자연스럽고 쉽게 정리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10월 17일부터  매주 수요일 홍대 자주카페에서 <공기반 철학반>이란 이름으로 철학스터디 모임을 하게되었습니다. 제 이름이 한공기라서 <공기반 철학반>이 아니라 '스터디의 절반을 공기처럼 가벼운 수다로 채우자!'는 컨셉에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즉 텍스트나 발표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토론이 철학스터디에 더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문학은 입문학이다란 말이 있습니다. 인문학은 많은 사람의 입을 통해서 더 풍성해진다는 뜻입니다.  <공기반 철학반>은 오픈 스터디 입니다. 누구나 아무때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글을 읽고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카카오톡 아이디 dominogame으로 참가신청 톡 보내주세요. 


일시: 매주 수요일 5-7시

장소: 홍대 자주 카페

회비: 10000원(음료 포함)




첫째날,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프로타고라스

Keyword: 상대주의, 다원주의 


스터디에서 했던 대화내용을 서술했습니다.

참가자 프라이버시를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기억을 통해 정리한 것이라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자 대망의 첫번째 철학스터디가 시작되었습니다. 각자 자기소개좀 부탁드릴게요~ (운영자: 한공기)

- 안녕하세요, 저는 로봇디자인을 하는 발명가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감독일을 하고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락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맡고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콘텐츠 기획일을 하고있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스터디를 하기 전에 질문 하나를 던져보겠습니다. . 철학이란 뭘까요?

- 전 공대를 나와서 대학시절 철학을 과학적인 접근으로만 접근했어요. 우리가 만드는 것들이 인간들과 과연 어떤 철학적 접점으로 만드는가 그런 것을 연구했죠. 그렇게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철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수많은 물질들이 있지만 그것에 대한 의미부여는 모두 인간의 사고과정 속에 있고 그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했던 말이 있어요. 철학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푹신한 소파이다. 철학가들은 소파에 앉아서 무수한 사고실험을 하죠. 그렇게 나온 사람의 생각들을 학문으로 체계한게 철학 아닐까요? 


- 전 철학이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도구라고 봅니다. 최근에 도현스님이 쓴 책을 읽고있는데 철학과 명상에 관련된 책입니다. 스님은 철학으로 사고하고 명상으로 수련하라 하시는데요, 결국 그 과정 모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는 여정아닐까요? 내가 누구인지를 알때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전 제 인생이 고달프고 항상 머리가 아픕니다. 그래서 이책 저책 사서 보고 생각을 많이 하면서 뭔가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요 그럴수록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더라구요. 사람들은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아가잖아요. 친구들은 저보고 "뭐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냐? 그냥 대충 살아~재수없다. 넌 뭐가 그리 잘났냐?"하더라구요. 그런데 사실 저도 어렸을 때 생각이 깊은 친구들을 보면 정말 재수없어 했거든요. 어느새 제가 바로 그 재수없는 사람이 되어가더라구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게 바로 저인걸요. 철학이란 끊임없이 현재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 항상 지금을 의심하는 것.  아닐까요? 


- 전 군대에서 철학책을 진짜 많이 읽었는데 지금은...철학자들 이름만 기억이 납니다. 내용은 다 잊어버렸네요.


하하하 (모두 웃음) 


와 정말 모두가 정말 철학자네요. 사실 철학이란 철학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모두 자주 하는 생각들 있잖아요. 왜 사는가? 행복이 뭘까?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내 삶의 의미는 뭘까? 이런 사고 과정이 모두 철학이라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철학이란...인간이 인간다운 이유라고 봅니다. 짐승들은 철학적 사고를 안하잖아요. 인간은 짐승과 어떻게 다를까요? 우리도 배고프면 먹고, 배아프면 싸고,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고,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며 타인과 싸우는 등등 짐승이 하듯이 똑같이 다 하잖아요.  그래도 인간은 '신'을 믿고 '도'를 닦고 '이데아'를 추구합니다. 즉 인간은 신과 짐승 사이의 존재 아닐까요? 하늘과 땅 사이의 존재 아닐까요? 인간할 때 '간'도 사이 간(間) 이잖아요. 인간은 '사이에 있는 존재' 인듯 합니다. 그 위치를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내용 정리


상대주의 (relativism, 相對主義)

절대적으로 올바른 진리란 있을 수 없고 올바른 것은 그것을 정하는 기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라는 주장.


인식 ·가치의 상대성을 말하는 입장이다. 철학사적으로는 고르기아스, 프로타고라스 등의 소피스트들이 처음 이를 주장했는데 프로타고라스의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라는 주장은 지식이나 가치가 개인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만 타당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그러한 입장은 주관적 상대주의라고 할 수 있다.  다원주의와 연관있음.


다원주의(pluralism, 多元主義)    

사회는 여러 독립적인 이익집단이나 결사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권력 엘리트에 의하여 지배되기보다는 그 집단의 경쟁 ·갈등 ·협력 등에 의하여 민주주의적으로 운영된다고 보는 사상.      


 국가지상주의적인 전통적 이론에 반대한다. 어떤 단일한 제도 또는 제도적 집합체도 지배적인 것은 없다. 사회는 오히려 여러 상충되는 목표를 가진 수많은 이익집단들로 구성되거나 특별한 문제를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연합하는 변화무쌍한 연합체로 구성되어 있다.다원주의자들은 공동체적 의사결정과정과 권력구조를 지향하며, 한정된 영향력과 범위를 가지는 결정과 조직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다원주의는 대중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권력 엘리트가 사회의 상층에서 권력을 독점적 ·지배적으로 행사한다고 보는 엘리트론(elitism)과 대립된다. 


1. 기원전 인류는 무속신앙에 의존하였다. 권력은 제사장에게 있었고 마을의 전통이 법이 되었다. 

2.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전환되면서 도시국가가 형성되고  권력은 왕에게 집중된다. 도시마다 다른 왕, 다른 법이 존재하게 되면서 인류보편적인 절대적인 진리란 무의미해지게 된다. 

3. '신화'라는 절대적인 가치관이 붕괴된 시대에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주장한다. 가치기준은 원래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상대적으로 다르다는 뜻이다. 컵속에 반 즈음 담긴 물을 누군가는  많이 남았다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조금밖에 없다... 하는 것처럼

4. 상대주의 철학은 철학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는다. 정치가들은 광장에 모여 공개토론을 하게되고 말을 잘하는 정치가는 쉽게 민중을 설득했다. 결국 말빨좋은 정치가들이 교묘하게 악용하는경우도 있었다. 

5. 상대주의는 추후 다양성을 존중하고 권력엘리트의 지배를 반대하는, 다원주의로 발전한다. 


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상대주의는 대중을 통제할 정치적 목적으로 나온걸까요? 


아! 우리가 오해하면 안될 것을 미리 말씀드릴게요. 철학이 정치적으로 오용되었을지라도 철학자가 애초부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될것 같아요. 그냥 순수한 학자, 교수라고 생각하시고 발상의 긍정적인 부분부터 칭찬해주는 것이 옳을 것 같아요. 


- 당시 시대상을 먼저 파악해야할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 프로타고라스가 치열하게 고민했을까? 

- 기원전 5세기경이니까 당시 문화는 신도 믿고 계급도 확실했을거예요. 그런 와중에 감히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는 말을 했다면 엄청 센세이션하지 않았을까요?

- 당시 노예제를 생각하면 노예는 인간취급도 안 했으니까 낮은 계급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해주는 그런 접근법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로지 신과 인간의 관계로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요?

- 맞아요 일설에 의하면 프로타고라스는 절대적 진리를 의심하는 바람에 신에 대한 불경죄로 아테네에서 추방되고 그의 저서가 불태워졌다고 하네요. 

- 동의합니다. 그리스하면 신화로 유명하잖아요. 그만큼 신에 의존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인간은 무조건적인 수용자 입장이 아니었을까요? 신탁받은 사람이 지시한대로 믿고 따랐을 것 같습니다. 


책의 본문을 보면 '신화로부터의 탈출'이 포커스인 듯합니다. 그럼 신화란 뭘까요? 


- 무속신앙 아닐까요? 

- 인간은 모든 자연현상을 신과 연결시켜 인식했잖아요. 천둥이 치면 신이 화났다! 그런 식으로...신화란 실체와 상관없는 종교같은 것? 

- 그럼 지금의 종교인들도 모두 신화로부터 탈출 못한 것인가요? 철학이 없는 사람일까요? 

- 보통 믿음이 강한 종교인들은 철학적 사고에 둔감한 것 같기는 해요.  성경에 나왔다, 목사님이 그러셨다...하고 모든 판단을 의존하곤 하잖아요. 스스로 고민없이...


사실 '신화'를 논하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니예요. 종교를 떠나서 우리가 보는 모든 영화나 드라마, 극적인 스토리텔링도 다 신화에 근간을 두고 있거든요.  종교 자체가 신화가 아니라  종교가 신화라는 거대한 영역에 포함될 뿐입니다. 


- 그럼 신화란 뭘까요?

- 그리스신화? 뭐 그런 허구이야기?


저 죄송하지만...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쪽 계통을 전공했는데^^; 제가 신화에 대해 설명을 해드려도 될까요?


- 네!!! (일동)


그 어려운 것을 저 혼자 쭈욱 떠들면 더 어렵고 지루할테니까 문답식으로 할게요. 여러분은 혹시 스스로 선택해서 태어나신 분 있나요? 갑자기 필 받아서 나 지금 즈음 태어나야겠다던지...나 인간으로 태어나야겠다! 뭐 그런 결심을 하고? 


- 하하하,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그렇게 태어난 사람은 오직 예수? 신만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태어날 수 없어요. 우리 모두는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입니다. 그냥 눈을 떠보니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시간, 공간, 육체 모든 것이 나의 선택과 상관없이 결정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애초부터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세상'에는 모든 피조물과 피조물들의 상관관계, 인간의 본능과 사고 인식체계도 포함됩니다. 일종의 '매트릭스'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 질문, 당신은 이 매트릭스를 탈출할 수 있을까요?


- 죽으면 가능하겠죠? 

- 네 맞아요, 죽기 전까지는 불가능하겠네요.

- 아니죠. 그 죽음 역시도 매트릭스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오! 여러분 정말 똑똑하시네요. 맞아요. 삶과 죽음,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모두 매트릭스 안에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범위를 좁혀볼게요. 우주 전체의 매트릭스 안에 오직 인간만의 매트릭스는 존재할까요? 예를 들어 우리집 강아지 뽀삐와 나의 매트릭스는 동일할까요? 차이가 있을까요?


- 동일한 매트릭스에 살고있으니까 차이가 없지 않을까요?

- 전 차이가 있다고 봐요. 짐승은 짐승만의 세계가 있고 인간은 인간만의 세계가 있잖아요

- 그것을 나누는 기준이 뭐죠? 

- 시스템? 짐승의 시스템, 인간의 시스템 다르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갑자기 개의 무리에 들어가서 개처럼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오! 기준! 정말 신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키워드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마치 여러분은 이미 신화를 다 알고계신 듯 합니다.  우리가 신화를 이해하려면 바로 그 기준을 알고있어야 합니다.  동물들도 그들만의 신화가 있을까요? 


- 있지 않나요? 예를 들어 동물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보면 라이온킹, 벅스라이프, 주토피아...

- 아 근데 전 그게 동물신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동물들을 인격화했잖아요. 즉 만화 속 동물들은 모습만 동물이지 사실 인간과 똑같죠. 

- 그러네요. 동물의 탈을 쓴 인간이랄까? 

-맞아요. 차라리 진짜 동물 신화를 보려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동물의 왕국을 보죠


네 그렇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동물이야기는 사실 인간이야기이고 인간의 신화를 차용합니다. 그럼 동물의 왕국에는 신화가 있을까요? 


- 신화라...먹고 싸고 싸우고 번식하고...그런 것도 신화라 할 수 있을까?

- 그건 그냥 생태계 아닐까?

- 그럼 생태계와 신화의 차이는 뭘까요? 인간도 생태계에 포함되잖아요.

- 그래도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앗 인간과 동물의 차이라! 우리 아까 스터디 처음 열 때 했던 얘기 아닌가요?  인간은 신과 짐승 사이의 존재라구요. '철학'이 인간을 그 사이에 있게 해준다고. 그럼 인간은 분명 짐승과 차이가 있는 존재이겠죠? 이제 여기서 '신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신화란...신과 짐승 사이에 있는 존재들의 인식체계입니다.  


- 신과 짐승 사이에 있는 존재들...인간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럼 인간의 인식체계

- 인간의 인식체계? 또 갑자기 머리가 아파옵니다. 어렵네요.


자 여기서 우리 잠깐 룰을 정해봅시다. 우리 '인간'이란 단어를 잠시 사용하지 말아봐요. 아예 그런 단어가 없다고 칩시다. 그냥 우리는 '신과 짐승 사이에 있는 존재'입니다. 그 범위에서만 얘기해봐요. 우리가 짐승과 다른 점은 뭘까요? 


- 사이에 있다보니 짐승에 비교해서 신에 좀 더 가까이 있네요.

- 갑자기 머리가 또 아파와요! 전 무신론자라 도대체 신이 뭔지 모르겠어요. 신이 진짜 있나요?


머리 아파하실 필요없어요! 지금 매우 잘 접근하고 있습니다. 아주 정확한 방향으로 가고있어요. 그럼 신이 뭘까요? 


- 전지 전능한 존재

- 창조주

- 슈퍼파워


네 우린 모두 그렇게 인식하고 있죠? 그런데 왜 우린 신을 그렇게 인식하죠? 혹시 여러분 중에 신을 만나신 분 있나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 글쎄요. 그냥 그렇게 배웠으니까?

- 전 크리스찬인데 신을 만난 느낌은 들어요. 물론 저만의 느낌이지만^^

- 신이란 인간이 만든 인식아닐까요? 우주가 있으니 분명 그것을 창조한 존재가 있겠구나하고...우리 모두 스스로 태어나지 않았으니 우리를 만든 존재가 있겠구나하고...


모두 맞습니다. 신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그렇다고 제가 감히 없다고도 말할 수 없구요. 하지만 방금 전 답변에 정답이 숨겨져있습니다. 바로 '인식'이죠. 우리가 신을 말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뭐가있죠?


- 완점함

- 거룩함

- 절대선

- 지배자


그런 인식들은 처음부터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왜냐? 우린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예요. 컴퓨터를 예를 들어보면 컴퓨터는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각 부품들을 지칭할 수 있고 그 부품의 특징을 정확히 알고있어요. 반면 자연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 우린 오직 유추만 가능합니다. 유추를 하기 위해서 모든 존재의 '상관관계'를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태어났더니 하늘이 있고 땅이 있네요.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밑에있구나. 나는 땅에 붙어있으니 땅이 날 끌어당기는구나. 하늘에서 비도 오고 눈도 오고 하니 천둥도 치니 하늘은 변화무쌍하구나. 하늘은 무한하고 광활하니 아마 그 끝에는 신이 있는 것이 아닐까? 아마 인류는 그런 생각과정을 통해 유추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컴퓨터의 CPU를 알듯이 하늘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는 없어요. 과학이 발달해서 이전보다 매우 많은 것들을 유추하지만 아직 자연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비밀들이 숨겨져있죠. 


- 그런데 과학적으로 유추한 것은 팩트이지만, 하늘에 신이 산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상상력에 불과한 허구 아닐까요? 


네 감사합니다. 바로 그 말씀으로 인해 우린 신화에 거의 다 도달했습니다. 정말 사이다같은 질문입니다. 자 결국 인간은 자연의 모든 것들을 상관관계를 통해 인식합니다. 신 역시도 지구에 사는 모든 것의 반대영역을 상상하다가 나온 인식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동적인 존재- 절대적인 존재, 무질서-질서, 본능- 이성, 이기심- 이타심, 증오-사랑, 고통-환희, 유한함-무한함 그런 식으로 상상하다보니 초월적인 형상이 만들어진 것이죠. 그럼 그런 상상력이 과학일까요? 아닐까요? 


- 당연히 아니죠.

- 상상력은 과학인가? 아닌가? 과학자들은 상상을 하고 실험을 하잖아요. 물론 실험이 실패하기도 하면서 그 상상이 물거품이 되기도 하지만 성공한 케이스도 많으니... 상상력 없이 과학이 발전할 수 있을까요?

- 상상을 통해 과학은 발전할 수 있어도 상상 자체를 말할 수 없지 않나요? 

- 정말 모호하네요. 지금 막 떠오른 예가 있어요. 제가 제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것은 분명 생물학적인 과학이 밑받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제 사랑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되요. 그렇다고 제 사랑을 부정할 수는 없잖아요. 


맞아요!!! 바로 그겁니다!!! 신화란 별거 아니예요. 바로 그 '사랑'이 신화입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인식과 감정.


- 신화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인간에게 존재하는 인식이나 감정이다. 

- 그런데 그런 인식이나 감정은 정말 왜 생길까요? 

- 인간은 짐승이 아니라 신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 뭐예요! 다시 뫼비우스 띠처럼 돌고 돌잖아요 ㅜㅜ 


그렇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신이 먼저인지 인간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돌고 도는 관계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인식과 감정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허구다, 허구가 아니다...그걸 따지는 것이 아무 의미없어요.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 따져봤자 그 답은 영원히 알 수가 없고 그저 어쨌든 내 안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인식과 감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태초의 인류부터 이미 가지고 있었던 인간의 공통분모입니다. 


- 그런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무기력해지네요.

- 왜요?

- 일종의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잖아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매트릭스에 갇혀있으니까 가지게 된 본능. 결국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죠.

- 잠깐 동물도 본능을 가지고 있잖아요, 인간의 본능은 뭐가 좀 다른가요?

- 인간은 '신'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본능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아름답고 숭고한 정신을 추구하니까. 그게 다 신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닐까요?

- 희생과 사랑같은 것?

- 동물도 희생하고 사랑하지 않을까요?

- 동물의 모성애랑 인간의 타자애랑은 좀 다른 것 아닐까요?

- 그럼 모성은 생물학적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 인간의 모성은 동물의 모성과 왠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즉 인간이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에도 동물과 다른 신성함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아요.


자자 우리 밤새 신화에 대해서만 얘기할 수 없으니 제가 정리좀 할게요. 어쨌든 인간은 거부할 수 없는 신화적 상상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일종의 정신적 본능과도 같은 것이죠.  신화의 긍정적인 측면은 사랑이나 희생처럼 숭고한 정신이 인간에게 깃든 것이지만 신화의 부정적인 측면도 있어요. 그게 뭘까요? 


- 인간을 통제하고 이용하는 수단이 되죠.

- 맞아요. 종교인들이 교인들을 속여서 재산을 축적하듯이. 특히 사이비 종교 교주들

- 꼭 종교인 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신화를 이용하잖아요. 예를 들어 국가의 독재자들이 자신을 신성화 하면서 국민을 세뇌하고 통제하죠. 

- 박정희가 떠오르네요. 

- 통제나 이용을 떠나서 인간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막는 것 같아요. 신화에만 갇혀있으면 진짜 진리를 찾지못하고 그저 수동적으로만 인식하며 살지 않을까요?

- 갑자기 시골에 계시는 우리 할머니가 떠오르네요. 할머니는 아직도 나무에다가 물떠놓고 비나이다를 하십니다. 


네 '신화로부터의 탈출'이 어쩌면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철학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철학이 발전하면서 결국 과학도 발전하지 않았을까요?  


- 오 그런 얘기를 들으니 프로타고라스님이 정말 고맙게 느껴집니다. 철학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어지네요.

- 아마 그래서 이 책의 첫챕터에 나오지 않았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여기서 프로타고라스가 말한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가 조금 이해가시나요? 


- 처음에는 그저 '인간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 의미로만 생각했는데 신화부터 쭈욱 시작해서 따라오다보니까 좀 더 확실한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아까 운영자님이 말씀한 '기준'이 어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게 있다는 뜻 아닐까요?


맞습니다. 그래서 아까 제가 '기준'이란 단어가 키워드라고 말씀드린 것이예요. 신화중심의 사고틀은 모든 기준이 신에게 있기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했어요. 하늘에만 있을 것 같은 기준이 지금 나에게 오는 과정! 정말 엄청난 혁명 아닐까요?


- 아 그래서 '상대주의'가 왜 나왔는지 이해가 가요.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도 다 각자 다르잖아요. 기준이 각자에게 있다면 결국 진리란 모두 상대적이다! 그런 의미군요.

- 그럼 다원주의는 뭐죠?

- '상대주의'는 일종의 접근법이자 과정이고 '다원주의'는 결과 아닐까요? 진리는 상대적이니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해주자.

- 각자의 진리라...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인식이라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나만의 진리를 어떻게 찾아야할까요? 전 아직 없는 것 같네요. 


상대주의는 추후 다원주의로 발전을 합니다. 상대주의가 다원주의로 가는 과정에서 물론 많은 사건사고와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본문에도 나왔지만 정치인들은 각자가 자신의 생각이 진리라고 주장하면서 대중을 선동하죠. 스스로 사고할 능력이 없는 우매한 대중들을 속일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었죠. 이런 혼돈의 시대에서 플라톤의 철인사상이 빛을 발하게 됩니다. 철인이란 아이언맨이 아니라 완벽한 엘리트를 말해요.  완벽한 교육을 받은, 도덕적인 흠까지 1도 없는 엘리트가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사상이죠...하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 존재할 수는 없겠죠. 결국 상대주의부터 발전한 다원주의는 엘리트의 독점적 지배를 거부하면서 대중의 민주적 절차를 강조합니다. 


- 그런데 전 그런 다원주의도 허구라고 생각합니다. 

- 왜죠? 

- 다양성을 수용한다는 말은 좋은 뜻 같지만, 대중은 각자 이기적이기 때문에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계속 갈등만 하지 않을까요? 전 오히려 플라톤의 철인정치가 좋은 것 같아요. 소수 똑똑한 엘리트들이 이끌어가는...

- 엘리트라고 이기심이 없을 수는 없죠. 저는 다원주의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갈등과 협상도 모두 민주주의의 과정이라고 봐요. 

- 결국 다양한 보편성을 인정하면서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고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이 지독하게 힘들기는 하겠지만 진짜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요?

- 마치 아주 미세한 필터로 거르는 것처럼? 결국 가장 마지막에 남은 것이 완벽한 진리? 


사실 저도 엘리트주의는 별로 동감하지 않아요. 우리 나라의 지난 정권의 역사를 보면 독재와 정치적 악용이 많았잖아요. 최근 이명박근혜 정권을 봐도 정부는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고 국민을 철저하게 통제하려 했어요. 그런데 결국 진실이 밝혀지면서 두 정권의 부정 부패가 까발려졌죠. 우리 부모님 세대가 두 정권을 지지했던 이유는 각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을까 봅니다. 한마디로 의존적이었던 것이죠. 영웅신화속에 갇혀있다고 할까?  


- 그런 얘기를 듣고보니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나도 나만의 사고와 철학을 가져야하고 나만의 기준을 찾아야 하니까.

-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옵니다. 생각할 것이 많아집니다. 


결국 1장의 포커스는 점점 '나'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프로타고라스는 우리에게 숙제를 준 것 같아요. '나만의 철학, 나만의 기준, 나만의 사고...'  그럼 마지막으로 '나'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과연 '나'는 무엇일까, 혹시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 글쎄요, 프로타고라스님이 개인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 막상 '나'를 생각해보려니 어렵네요.

- 그런데요 완벽한 나가 있을까요? 

- 무슨 말씀이신지?

- 결국 나도 태어나면서 무수한 관계경험을 통해 형성되잖아요. 즉 섬처럼 독립적인 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죠. 만약 평생 혼자살라고 하면 과연 우리중에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 아마 심심해서 죽겠죠 ^^

- 그런데 또 그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기만의 정체성이 생기지 않을까요? 관계속에서 형성된 나만의 아이덴티티

- 도대체 나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나의 육체? 나의 관계?

-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서의 나는 정말 무한대일까요?

- 무한대라기보다 오히려 제로에 가깝지 않나요?

- 무슨 말씀이신지?

-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터넷에 의존하는 한국 사람들은 오히려 정체성이 제로에 가까운 것 같아요. 스스로 사고할 기회를 주지않고 무조건 네이버 검색을 하죠, 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보면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죠. 모두 하나같이 맛집, 명품, 여행, 몸짱 등의 사진을 올리면서  다양성이 보이지 않아요.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는 찾을 수 없어요.


그럼 왜 한국인은 다양성이 부족할까요?


- 전 그것이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고 개인보다 국가나 회사가 우선시되다보니 우린 개인을 지우는 연습에 익숙해요.

- 맞아요,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면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 얼마전에 지하철에서 개량한복을 입은 어떤 여성을 봤는데 진짜 튀더라구요. 정말 모든 사람들이 그 여성만 쳐다보았습니다. 

- 낯선 것이죠. 

- 네 이 사회에서는 대세에 따르지 않으면 낯선 사람 아니 외계인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다양성이 파괴되는 것이죠.

- 아직 이 사회가 보수적인 것 같아요. 물론 청년들을 주축으로 다양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지만 그 구성원들도 커뮤니티에 의존하지 각개전투는 잘 못해요.

- 커뮤니티에 있어야 왠지 마음이 안정되서 아닐까요? 

-일제에서 해방되었지만 국민 개개인의 '자주독립'은 아직 안된 것 같습니다. 

- 젊은이들은 "나는 나야!"를 외치며 자신의 취향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런데 웃긴 것은 그 취향이라는 것이 결국 진짜 자기만의 취향이라기보다 대중화된 취향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스타벅스 커피만 마시는 사람들 많잖아요. 스타벅스가 내 스타일이야. 그런데 전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 왠지 재떨이에 담근 물을 마시는 기분이거든요. 그래서 제 친구중에 스타벅스 골드회원인 친구에게 진짜 모르겠다, 했더니 우리가 취향이 달라서라고 하더군요. 전 취향을 논하려면 정말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벅스를 자신의 취향이라고 생각하려면 정말 수많은 커피를 경험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이건 커피에 1도 모르는 제가 한 얘기가 아니라 바리스타인 지인분이 하신 말이예요. 커피맛을 알려면 차맛부터 알아야 한다고. 커피도 차의 일종이니까 다양한 차맛을 보다보면 커피 본연의 맛을 깨닫고 또 다양한 커피맛을 경험하면 특정한 원두맛을 깨닫는다고...우린 너무 쉽게 취향(taste)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요?


사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 심한 편이지만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봐요.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온 세상이 물질주의에 휩싸이고 과소비가 미덕인 세계가 되었잖아요. 이런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상업적으로 대중화 작업을 이루었고 대중들은 쉽게 현혹되고 말았죠. 무엇이 왜 좋은지는 자기도 잘 몰라요, 예를 들어 백의 본질을 알기전에 프라다 백을 소유하는 것이 더 쾌락적이죠.     


- 쾌락을 쫓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니까 자연스러운 과정이겠네요. 

- 그럼 결국 그 본능에 쉽게 함몰된 개인의 잘못도 있지 않을까요?

- 부정하고싶지만...사실이죠 뭐.

- 함몰, 잠식 그런 것들이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을 저해하고 있다고 봅니다. 

- 결국 개인은 사라지고 집단만 있는 것이죠. 사회의 생각이 자기의 생각이라 착각중... 

- 전 그런 현상이 유독 한국이 더 심하다고 봐요. 우린 학교에서 제대로된 인문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잖아요.

제가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이 있는데 저자가 그 책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한강에는 정이 흐르고 세느강에는 똘레랑스가 흐른다."

- 무슨 뜻이죠?

- 한국은 '정'이라는  감성, 혹은 집단무의식에 지배되고 있어요. 정은 좋은 뜻이기도 하지만 부정적으로는 "우리가 남이가?"하는 집단화의식이 있어요. 그렇다고 모두가 공생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집단이기주의, 다양성의 파괴로 흘러갑니다. 반면 '똘레랑스'는 관용이란 뜻으로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해주는 문화입니다. 타인의 개성, 종교, 생각, 삶의 스타일 등등 그것이 타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흔쾌히 용인하는 것이죠.

-  음...^^ 똘레랑스...정말 한국에서는 매우 생소한 문화입니다. 일단 남이 날 인정하든지 안하든지 전 일단 나부터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벌써 시간이 다 되어가서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여러분은 혹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나요? 자신을 인식하는 과정? 그런 경험?


- 전 군대에서 책도 많이 읽고 보초서며 진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내가 왜 저 밖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을까? 나는 왜 살아갈까? 그런...

- 맞아요! 저도 군대에서 그랬습니다. 할게 없으니 진짜 생각할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몸이 구속되니 뇌만 미친듯이 움직인거죠.

- 저는 요즈음 유투브 채널을 만들면서 고군분투를 하고있습니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싶은데 그게 정말 어렵더라구요. 왠만한 콘텐츠는 이미 다 있다보니 나만의 것을 찾는 노력이 보통 힘든게 아니더라구요.

- 오 기대할게요! 혹시 채널 열리면 알려주세요. 좋아요와 구독 누르겠습니다. (하하하)

-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을 제가 원하는 것, 제가 쫓는 쾌락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타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나만이 추구하는 쾌락이요. 부정적인 쾌락을 말하는 것이 아닌 저만의 즐거움일까요? 

- 왠지 공감이 됩니다. 사실 영화나 연극에서 '캐릭터'라는 뜻이 그 인물의 정보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 그 사람만의 반응을 말하거든요.  흔히 캐릭터하면 사람들이 착각해요. 이 사람은 성격이 소심한 사람이야, 괴팍한 사람이야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정의하는 것. 사실 그것은 별 의미가 없어요. 소심한 사람만이 하는 행동, 괴팍한 사람만이 하는 행동이 뭘까요? 그런 기준을 세울 수 있을까요?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연기같은 것이고 감히 판단할 수 없는 것이예요. 오로지 진실은 그 사람의 반응이예요. 

- 제가 어디서 읽은 내용인데 떠오르네요. 오직 나의 행동이 나를 대변한다. 즉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것은 정말 의미가 없대요. 사람의 생각은 수도없이 바뀌잖아요. 그래서 어떠한 현상도 발현되지 않으면  나를 규정할 수가 없다는...그 생각으로 인해 과연 어떤 행동을 하는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오직 그것만이 진짜 나라고. 불교서적이었던 것 같은데...

- 저는 혼자 있을 때보다 오히려 타자를 통해 발견하는 것 같아요.  어떤 타자를 만났을 때 내가 반응하는 것? 내가 심하게 불편한 것들이 제 자신을 증명하더라구요.  운영자님은 어떤 경험으로 자신과 만나나요?


음...사실 전 명상과 마음수련? 그런 것들을 오래 한 편이예요. 20대 때부터 기수련과 전통무예를 배우면서 도에 관심이 많았어요. 실제로 명상학교도 6개월간 다닌적도 있고...그렇게 여러 단계를 거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잡념으로 괴로워하기도 하고 또 잡념이 사라지면 무의식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러다가 내 안의 절대악(괴물)과 싸우기도 하고... 전 제 자신을 분해하는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예요. 꿈도 많이 꿨는데 제 얼굴이 피자가 되서 주변사람들이 조각조각 갈라가지고 나눠먹는 꿈, 거대한 믹서기에 빠져서 갈리는 꿈, 화산 용암에 빠져서 불타 재가 되는 꿈. 물론 그런 꿈을 꿀때마다 무척 괴로웠죠. 요즘 자주 꾸는 꿈은 종이로 만든 집이 타는 꿈입니다. 


- 종이로 만든 집? 그게 무슨 의미죠? 


종이로 만든 집은 일종의 관념의 신화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 연예관, 직업관, 결혼관, 사회생활관, 국가관 등등 근본없이 사회로부터 세뇌당한 모든 것. 진리가 아닌 임의로 만들어진 전통적 가치관. 전 그것들로부터 자유해지고 싶나봐요. 전 매일같이 그것을 태우고 불구경하는 꿈을 꿔요.


- 언제즈음 다 탈까요?


아마 평생 태워야할 듯! 아마 모든 것이 재가 되고 최후에 남은 것이 진짜 나만의 진리 아닐까요?  


- 그 불구경 저도 같이 하고 싶네요

- 하하하

- 모두 각자의 집을 태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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