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에 관한 MBC의 말하기를 중심으로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건 구성이다. 말하기에도 서론-본론-결론이 있다. 상대에게 내 주장을 각인시키려면 말하기도 체계적이어야 한다. 좋은 글이 서론-본론-결론 원칙을 충실히 따르듯 말이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구성 내용은 달라진다. 문제 제기가 핵심인 말하기라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문제 현황을 말한다. 본론에선 해당 문제를 짚고 넘어간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결론의 몫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면 이해가 쉽다. ‘국회 파행’에 문제 제기하는 MBC의 말하기를 재구성해 서론-본론-결론으로 말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식물 국회가 문제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서론으로 현황을 파악토록 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뉴스데스크>는 서론 말하기를 보여주는 표본이다. 6월 10일 보도된 <추경 47일째 표류…20대 국회 '최장 기록' 불명예> 뉴스에선 일 안 하는 국회 현실이 담겼다. 예산안을 심사하고, 처리하는 일은 국회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맡은 바 일을 안 한지 47일째, 그것도 '최장 기록'이라는 점을 강조해 문제를 말했다.
현황은 매일같이 달라진다. <뉴스데스크>는 어제와 다른 오늘의 국회 현실을 놓치지 않는다. 6월 11일 보도된 <민경욱 두둔한 황교안…"막말이라는 말이 막말"> 뉴스는 막말 정치로 제동이 걸린 국회를 보여줬다. 다음날인 12일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일 안 하는 국회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알림이었다.
다음은 문제를 본격화할 때다. 그러려면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매일의 현황을 다루는 뉴스를 넘어 사안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참고해보자. 6월 17일 방영된 <스트레이트>는 ‘놀아도, 감옥 가도 챙긴다.. 추적 빈손 국회의 월급명세서’ 편에서 국회 파행 문제를 파고들었다. 일은 안 하면서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꼬집으면서다. 입법 활동이란 책무를 방기한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활동을 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었다. 스트레이트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기 잇속 챙기기’란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빈손 국회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심화시키는 과정이었다.
본론까지 들었다면 빈손 국회가 문제가 아니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스트레이트>는 반박 불가한 팩트로 쐐기를 박는다. 국회의원 수당 내역을 근거로 들고 나왔다. 의원 급여 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입법 활동이랄 게 없었는데도 입법활동비는 여느 때처럼 지급되고 있었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문제 제기의 설득력을 높였다. 끝으로 국회는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론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든 격이다. 국회가 스스로 각성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결론에서 풀어야 할 문제였다.
결론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말하는 순서다. <100분 토론>은 5월 28일 ‘빈손 국회, 거세지는 국민소환 여론’이란 부제로 국회 파행에 대한 해법으로 ‘국민 소환(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하는 제도)’을 들고 나왔다. 앞서 본론을 말한 <스트레이트>에선 국회가 자정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를 덧붙인 바 있다. 국회가 나서서 할 수 없다면 국민이 직접 책임을 묻게 하자는 게 국민소환이다.
<100분 토론>에서 사회자는 “국민소환을 반대하는 시민을 찾는 게 어려웠다”며 국회 파행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여론이 분노한 만큼 국회 파행이 문제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소환 도입 찬반 주장으로 나뉜 토론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국회 파행이 문제라고 인식하는 데 있어선 모두 같았다. 결과적으로 ‘국민소환’을 도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국회 파행’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는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론 말하기는 해법을 논하며 궁극적으론 문제 제기를 강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하기 실력은 절로 늘지 않는다. 말하기를 보고 들으며 기술을 익혀야 한다. 결국, 말을 잘하기 위해선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먼저다. 관심 가는 사회적 사안이 있다면, 이를 다루는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하루하루 새로이 사회적 이슈를 전하는 <뉴스데스크>, 찬찬히 이슈를 뜯어보는 <스트레이트>, 이슈의 쟁점과 해결책을 논의하는 <100분 토론> 등등.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다각도로 살피며 귀를 열어 보자는 얘기다. 시사 보도 프로그램의 말하기는 좋은 참고서가 되어줄 것이다.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