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2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ong Oct 10. 2019

나쁜 뉴스, 나쁜 언론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65회 리뷰

좋은 뉴스란 무엇인가. 명확히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이 문제는 반대로 생각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나쁜 뉴스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뉴스를 만드는 언론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흔히 권력 감시와 견제를 언론의 책무로 본다. 그러나 이들 개념은 너무나 거대한 나머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그래서 언론이란 무엇인지부터 나름의 정의로 쉽게 풀어봤다. 언론은 우리 사회에서 제도, 사람 할 것 없이 문제가 되는 것들을 찾아 알린다. 핵심은 이런 문제들로 인해 더 이상 피해 보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그렇게 나쁜 제도와 사람을 고발해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비춰볼 때 되레 피해자를 만드는 뉴스,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언론을 각각 나쁜 뉴스, 나쁜 언론이라 볼 수 있겠다. 지난 9월 23일 방영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65회에선 ‘나쁜 뉴스, 나쁜 언론’이 무엇인지를 명징하게 짚어냈다. 10년 전 ‘논두렁 시계’ 파문을 되짚으며 나쁜 뉴스에 대해 말했고, 홍콩 민주화 시위를 다루면서 나쁜 언론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흉기가 돼버린 뉴스들

‘전대미문의 피의사실 보도 조작 사건’ <스트레이트>는 이른바 ‘논두렁 시계 파문’을 이렇게 말했다. 10년 전 논두렁 파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망신주기 위해 의도된 보도가 아니었나 하는 의혹에 답을 찾아 나서면서다. 당시 수사를 맡은 대검 중수부장, 검찰총장, 국정원, 그리고 보도한 기자까지 관련된 이들에게 모두 물었지만 제각기 말이 달랐다. 기자는 취재한 내용이라 했고, 전 대검 중수부장은 국정원을 배후로 지목했다. 문제는 이처럼 검찰이 수사과정 중에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면서 나쁜 뉴스가 양산된다는 데 있었다. 언론 보도로 인해 피의자 신분에서 이미 유죄가 확정된 죄인으로 낙인찍혀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는 이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역시 나쁜 뉴스의 피해자였다. 2008년 KBS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였다. 언론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가 받고 있는 혐의를 집중 보도했다. ‘국민에게 1500억 손해’, ‘사기업 사장이면 구속감’ 등 이미 그를 유죄의 범죄자로 확정한 기사 제목들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인격살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1심에서 3심까지 법원의 결론은 모두 무죄였지만, 여기에 주목하는 언론은 없었다. 이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게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뉴스는 흉기가 됐고, 시간이 지나도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남겼다. 


문제를 보도하지 않는 언론

책 <나쁜 뉴스의 나라>에선 ‘진짜 미디어의 힘은 보도하지 않는 힘에 있다’고 말한다. 사회의 눈과 귀가 돼야 할 언론이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고 되레 왜곡된 보도로 잘못된 현실 인식을 낳을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스트레이트>가 홍콩 현지에서 담아낸 민주화 시위 현장은 참혹했다. 경찰의 최루탄 가스와 물대포 공격에 쓰러지는 시민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고, 거리엔 시민들이 흘린 핏자국이 선명했다. 

그럼에도 홍콩 현지 언론은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홍콩 시민들은 전한다. 외려 홍콩의 한 지상파 방송은 시위대의 폭력적인 모습만을 반복 보도하며 모든 것을 시위대 탓으로 돌리는 행태도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럴수록 ‘민주화’ 시위라는 시위대 본래의 목적은 잊힐 수밖에 없다.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이 경찰이란 공권력의 폭력적인 진압 행태엔 역으로 입을 다물었다. 제 할 일을 다 하는 언론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언론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좋은 뉴스좋은 언론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공기(公器)로 역할을 다할지 사회적 흉기가 될 것인지는 언론 스스로에 달렸다. 나쁜 뉴스를 만들며 우리 사회에 피해만 끼친다면 언론은 존재 이유가 없다. <스트레이트>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범죄자로 낙인찍은 보도에 문제 제기하며 MBC 뉴스데스크의 과거 보도 화면을 가져왔다. 나쁜 뉴스를 만드는 건 MBC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자기비판이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왜 문제인지 성찰할 때 언론은 달라질 수 있다. 


홍콩 시위 현지 취재를 정리하며 MC 김의성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내 나라도 복잡한데 왜 남의 나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고 묻는 데 대해 ‘민주주의와 자유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홍콩 언론의 모습은 불과 몇 년 전 정권을 비호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던 한국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좋은 뉴스, 좋은 언론을 만드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나쁜 뉴스, 나쁜 언론에 민감해지고 같은 행태를 반복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트레이트>는 이 점을 알고 있었고, 직접 방송으로 담아냈다. 좋은 뉴스, 좋은 언론이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방송으로 확인해보길 권한다. <스트레이트>의 성찰과 문제제기에 대한 공감은 곧 좋은 뉴스, 좋은 언론을 만드는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억팔이의 계절이 돌아왔다-그때 그시절 시트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