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똥손이다. 그래서 깔끔함을 선택했다
나는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요즘 말로 하면 소위 ‘똥손’이다.
뭘 놓아도 어딘가 어색하고, 색을 맞추면 더 촌스러워진다.
인테리어 사진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해도 결과는 늘 “왜 이렇지?”로 끝난다.
분명 같은 물건인데, 왜 내 집에만 오면 분위기가 사라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때는 집을 꾸미는 일을 아예 포기하려고도 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나는 안목이 없으니까.’
‘센스는 타고나는 거잖아.’
‘괜히 건드리면 더 이상해질 뿐이야.’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 한편에는 욕구가 남아 있었다.
나도 예쁘고 단정한 집에서 살고 싶었다. 잡지에 나오는 집이 아니어도 좋았다.
누군가를 초대하지 않아도 괜찮고, 인스타에 올릴 사진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다만, 하루를 버티고 돌아왔을 때 정리되지 않은 풍경 때문에 더 지치고 싶지는 않았다.
예쁘게는 못 해도, 깔끔하게는 살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면서 나는 점점 더 확실해졌다.
집은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회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걸.
예쁘게 꾸미는 건 나에게 너무 어려운 영역이었다.
안목도 없고, 스타일링 기술도 없고, 무엇보다 거기에 쓸 에너지가 없었다.
대신 나는 질문을 바꿨다.
“어떻게 예쁘게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덜 어지럽게 살 수 있을까?”
그 순간부터 방향이 달라졌다.
나는 예쁨을 포기하는 대신, 깔끔함을 선택했다. 깔끔한 건 센스가 없어도 할 수 있었다.
색 조합을 몰라도 되고,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아도 됐다. 필요한 건 단 하나였다. 정돈하려는 태도.
사실, 우리가 원하는 건 ‘예쁨’이 아니라 ‘안심’ 아닐까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집을 호텔처럼 만들고 싶은 욕망보다는, 집에 들어왔을 때 한숨부터 나오지 않는 공간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
하루가 엉망이었어도 아이가 떼를 쓰고, 일이 꼬였어도
집에 들어왔을 때만큼은 “아… 좀 살겠다” 이 말이 나오는 공간.
우리가 원하는 건 ‘감탄’을 부르는 인테리어가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질서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이런 말을 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인테리어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이건 삶의 구조에 대한 말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꾸미기’ 대신 ‘정돈하기’를 선택했다
나는 물건을 줄이기 시작했다.
쓰지 않는 물건, 기억나지 않는 물건, “언젠가는 쓰겠지”라는 말로 버텨온 물건들.
처음엔 쉽지 않았다. 버리기 전까지는 늘 이유가 있었다.
이거는 나중에 쓸 일이 생길 거 같고, 이건 비싼 돈 주고 산 거고, 이건 아직 멀쩡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버리고 나면 그 물건에 대한 기억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졌다.
며칠 지나면 “내가 이걸 왜 안 버렸지?”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물건이 줄어드니, 집이 달라졌다.
청소가 쉬워졌다. 정리가 필요 없어졌다.
피곤한 날엔 물티슈로 쓱 닦아도 충분히 깔끔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집이 나를 압박하지 않기 시작했다.
깔끔한 공간이 주는 효과는 ‘기분 탓’이 아니다
이건 단순한 느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정돈된 공간은 사람의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시각적으로 복잡한 환경은 우리 뇌에 계속해서 ‘처리해야 할 정보’를 던진다.
물건이 많을수록, 색과 형태가 뒤섞일수록 뇌는 쉬지 못하고 피로해진다.
반대로 물건이 적고, 위치가 예측 가능하고, 시야가 단순한 공간은
집중력을 높이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정돈된 집에 들어오면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자기효능감이다.
깔끔한 집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나는 내 삶을 어느 정도는 관리하고 있다.”
미적 감각이 없어도, 꾸미는 재능이 없어도, 이 감각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나는 더 이상 ‘센스 없는 나’를 탓하지 않는다
예전의 나는 늘 부족한 걸 보며 살았다.
왜 나는 저 사람들처럼 못 꾸밀까.
왜 내 집은 늘 어딘가 허전할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센스를 키우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질서를 유지하는 사람이면 된다.
정돈된 공간은 나를 꾸며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지치지 않게 해 준다.
그리고 이건 반복해서 말해도 괜찮다.
예쁘지 않아도 된다.
트렌디하지 않아도 된다.
깔끔하기만 해도, 삶은 충분히 나아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덜어내는 쪽’을 선택한다
물건을 하나 들일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걸 관리할 에너지가 나에게 있을까?”
없다면, 사지 않는다.
관리하지 못할 물건은 결국 미래의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 뿐이니까.
나는 여전히 똥손이다.
아마 앞으로도 인테리어 감각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예쁘게 꾸미는 사람은 아니지만,
덜 어지럽게 사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이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당신이 감각이 없어서 집이 불편한 게 아니다.
당신이 게을러서 공간이 어수선한 것도 아니다.
단지, 너무 많은 걸 감당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예쁨을 포기해도 된다. 대신 깔끔함을 선택해도 된다.
그 선택만으로도 당신의 하루는 충분히 덜 지치고, 충분히 괜찮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