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입는 옷이, 결국 나를 만든다
예전에 유니폼을 입고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다들 주는 대로 입고, 더러워지면 대충 세탁해서 다시 입는 옷. 그저 ‘일할 때 입는 옷’ 일뿐이었다. 그런데 한 선배는 달랐다. 같은 유니폼인데도 자기 몸에 맞게 수선하고, 매번 깨끗하게 세탁해서 다림질까지 해서 입었다. 늘 구김 하나 없는 옷차림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차피 일하다 보면 더러워질 옷인데, 왜 이렇게까지 하지?’ 그때의 나는 노동시간을 삶이 아니라 견뎌야 할 구간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 버텨야 할 시간에 입는 옷이니, 거기에 정성을 들이는 건 쓸데없는 낭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선배가 조용히 말한 한마디가 마음에 남았다. “하루 중 가장 오래 입는 옷이잖아. 제일 오랫동안 입는 건데, 함부로 입기 싫어서.”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맴돌았다.
요즘 우리는 특별한 순간을 위해 많은 것을 아낀다. 기념일용 식기, 손님 올 때만 쓰는 화병, 중요한 날에만 입는 옷. SNS에는 ‘언젠가를 위한 준비’가 가득하다. 여행 갈 때 입을 옷, 사진 찍을 때 쓸 소품, 보여주기 위한 삶의 장면들. 반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쉽게 대충 취급된다. 편하면 됐지, 버티면 됐지, 어차피 금방 지나갈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오늘’이 가장 홀대받는다. 우리는 가장 비싼 그릇을 가장 적게 쓰고, 가장 좋은 옷을 가장 적게 입고,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하루를 가장 가볍게 다룬다. 그 선배의 유니폼은 이 흐름과 정반대였다. 특별한 날의 옷이 아니라, 가장 평범한 날의 옷을 가장 소중히 대했다는 점에서.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