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결국 사람을 닮는다

어떤 집에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이유

by 여운

어느 집에 들어서면 말이 없어도 그 사람의 성격이 느껴질 때가 있다. 현관을 지나 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아, 이 집주인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짐작이 된다. 집은 설명하지 않는데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꼼꼼한 성격에 단정한 옷차림을 즐겨 입는 A의 집은 심플하고 세련되었다. 불필요한 물건이 없고,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 가구는 많지 않지만 동선이 편하고, 공간은 넓어 보인다. 집 안은 밝고 조용하다. 마치 잘 다린 셔츠처럼 단정한 느낌이다. 이 집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오래 앉아 있어도 피로하지 않다. 효율적으로 정돈된 공간 덕분에 마음까지 차분해진다.

반대로 쿨한 성격에 세련되고 화려한 옷차림을 즐기는 B의 집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가전과 가구, 소품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다. 액자 하나, 조명 하나에도 취향이 묻어난다. 색감은 풍부하지만 과하지 않고, 공간은 살아 있다. 멋을 아는 사람의 집이다. 이 집에서는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어디를 봐도 주인의 감각과 애착이 느껴진다.

두 집은 전혀 다른 분위기지만 공통점이 있다. 편안하고, 오래 머무르고 싶어 진다는 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집 안의 물건들이 ‘누군가를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집주인의 선택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집에 놓인 액자, 조명, 식기 하나하나에 이유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그런 공간에 있으면 괜히 마음이 느슨해지고, 안락해진다.

반대로 새로 지은 아파트에 모델하우스처럼 꾸며진 집에 들어가면 묘하게 불편할 때가 있다. 가구도 비싸고, 인테리어도 흠잡을 데 없지만 어딘가 차갑다. 전시품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에서는 생활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잘 꾸민 집’이지만 ‘살아 있는 집’은 아니다. 집주인의 취향이나 애정이 보이지 않으면, 공간은 금세 낯설어진다.

집은 결국 그 사람을 닮는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속도로 살아가는지, 어떤 것에 마음을 쓰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많이 갖췄다고 좋은 집이 되는 것도 아니고, 비워 두었다고 훌륭한 집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맞는 물건을, 나의 방식으로 들여놓았을 때 집은 비로소 편안해진다.

그래서 집을 꾸민다는 건 멋을 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가깝다. 남의 기준을 따라 채운 공간보다, 내 기준으로 골라낸 물건이 있는 집이 훨씬 오래간다. 집은 곧 그 사람이다. 그리고 좋은 집이란, 잘 보이기 위해 만든 공간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장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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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내는 방법보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방식을 고민해왔습니다. 삶의 부담을 줄이는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풀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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