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날의 닻 하나
살다 보면 마음이 갑자기 흔들리는 날이 있다. 별일 아닌 말 한마디에 기분이 가라앉고, 계획이 어긋나면 하루 전체가 엉망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속은 복잡하다. 설거지를 하는 손이 괜히 무겁던 날도 있었다. 딱히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마음이 제자리를 못 찾는 느낌. 그럴 때마다 나는 더 부지런해지려고 했다. 청소를 하고, 할 일을 정리하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이 불안이 가실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더 지쳤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안정의 섬’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건 그즈음이었다. 안정의 섬은 불안과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 잠시 머물 수 있는 내적·외적 공간을 뜻한다. 예상치 못한 변화나 감정의 폭풍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활동, 장소, 관계, 루틴 같은 것들이다. 불안은 대개 예측할 수 없을 때 커지는데, 안정의 섬은 “이건 늘 여기 있다”는 감각을 준다. 그래서 잠시 통제감을 회복하게 해 준다.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에게 일정한 루틴이 중요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반복되는 일상은 마음을 붙들어주는 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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