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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이네 Jun 02. 2023

캐나다 첫 일정이 가방 찾기가 될 줄이야

캐나다 기행문 2

열심히 짐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잘 차려입은 동양인 한 분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이 다 눈치가 있기 때문에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우리의 짐은 나오질 않고, 직원 같은 분이 나와 같이 짐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무슨 얘기를 하고 있다?

'아 뭔가 잘못되었구나.'

아니나 다를까. 우리에게도 오더니 짐이 아직 다 안 나왔냐고 물었다.

“Yeah, Still two bags are missing.”

이민가방 2개가 아직 안 나왔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더니 시애틀에서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짐의 용량 초과로 오지 못했다고 한다. (왓더...빡빡하네.) 아마 시애틀에서 마지막으로 심사를 받으면서 짐을 늦게 부쳤더니 이런 불상사가 발생했던 거 같다. 그때부터 막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보통은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으면 부모님들이 먼저 나서시곤 하는데 영어 쓰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니 모든 일은 내가 다 감당해야 했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은 아니어도 옛날에 외국에 살았던 경험과 틈틈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왔던 터라 자신감은 있었지만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음식 주문도 아니고, 짐 찾기 위한 영어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일단 직원이 따라오라고 해서 그곳으로 가니 시애틀에서 짐이 오지 않은 팀들이 우리 가족 말고도 꽤 있었다. 대기줄에 서있으니 직원분이 어떤 종이를 하나씩 준다. 거기에 이름과 캐나다에서 머무는 곳 주소, 우편번호, 전화번호, 생년월일, 집 주소, 잃어버린 짐 번호를 적게 되어있었다. 일단 적어 달라고 해서 ‘이게 뭔 dog 같은 상황인가’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써내려갔다. 우리는 밴쿠버에 있는 ‘Coast Coal Harbour Vancouver Hotel’에 머물 예정이었기 때문에 호텔 주소를 작성했다. 한국 주소 또한 여행을 준비하면서 영문으로 여러 번 봤던 기억이 있어서 순조롭게 작성했다. 그러고 나서 사무직원에게 제출하며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살려고 하니 영어도 나름 막힘없이 나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떤 느낌이었냐. 노트북에서 무거운 프로그램을 쓰다 보면 윙~ 하고 소리가 나며 과열될 때가 있다. 딱 내 뇌가 그런 느낌이었다. 안 쓰던 영어를 갑자기 살기 위해 하자니 내 뇌가 윙~ 하고 돌기 시작했다. (아이고 두야.) 언제쯤 받을 수 있는지 물었더니 시애틀에서 오는 다음 뱅기가 오후 6시 반이기 때문에 도착해서 우리가 있는 호텔로 보내면 오후 8시쯤에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옆에서 어머니는 우리의 짐이 시애틀에 있는 거긴 하냐고 물어보라고 한다. (짬에서 나오는 질문..!)

“So our luggages are still in the Seattle right?”

친절하게도 직원이 컴퓨터로 조회해서 가방이 시애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 짐이 호텔에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했다. 여기서 내가 찜찜했던 것은 보통 여행객들이 쓰는 유심칩은 전화가 안 되는 경우들이 있다. 내가 썼던 eSIM도 전화가 안 되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연락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여 나는 내 이메일도 써주며 여기로도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행히 공항에 있는 직원들이 친절해서 궁금한 것들을 다 물어볼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작성했던 종이와 그들이 가지고 있으라고 줬던 것들을 다 사진 찍고 일단 호텔로 가기 위해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왔다.

직원이 작성하라고 줬던 종이 / 다 작성 후 가지고 있으라고 준 티켓 / 뒷면에는 문의 가능한 전화번호 등이 있었음

갑자기 영어를 많이 쓴 것과 여행이 처음부터 계획대로 잘 안 이뤄졌다는 생각에 피곤함이 확 밀려왔다. 설상가상으로 우버를 탈 예정이었는데 우리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다른 비행기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우버는 반짝 스타가 되어있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10km에 $45 정도 하던 우버가 $100를 훌쩍 넘기 시작했다. 모든 게 하기 싫어졌다. 택시를 탈 수 있었지만 택시는 알다시피 관광객이라는 이유로 우리가 알게 모르게 길을 돌아간다거나 비용이 더 비쌀 수 있다는 얘기들을 들었기 때문에 굳이 타려고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우버가 미친듯이 상한가를 치는 시점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부모님이 택시라도 타고 가자고 해서 택시 타는 곳으로 갔다. 짐이 4개나 있었기 때문에 카니발 같은 택시를 탑승했다. 우리의 목적지를 말하고 경치를 즐기고 싶었으나 이미 멘탈 와사삭. 왜인지 모르게 그냥 계속 신경이 쓰였다. 짐이 제대로 올 것인가? 만약에 안 온다면? 어떻게 하지? 후.. J는 J인가 보다... 호텔까지 가며 운전사분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지만 동상이몽이었다. 어디서 왔냐 부터해서 갑분 나라별 면적, 인구수 얘기까지. 뒷골이 땡겼다. 그래도 공항에서 호텔까지 비용은 약 $45 정도로 원래 예상했던 금액 수준으로 나와서 다행이었다. 사실 결제방식이나 서비스 차원에서 우버가 깔끔한 편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택시를 이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공항에서 우버 가격을 보고 상황에 맞춰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오히려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며 오후 8시쯤 금쪽 같은 내 짐이 올 수도 있으니 확인되면 연락을 바란다고 부탁했다. 그 후 방으로 올라갔다. 13층이었고 나름 시티뷰를 자랑했다. 도시 숲에 둘러싸인 기분...괜찮은데? 뉴욕에 살면 이런 기분일까나? 근데 또 막상 시티뷰를 보고 있다 보니 조금은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아예 층수가 높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면 중간에 있는 건 조금 애매했다. 그래도 호텔은 전체적으로 만족. 화장실도 널찍널찍하고 시설도 깨끗하고! 우선 짐을 풀고 조금 쉬다가 캐나다에 사시는 엄마의 오랜 친구(여기서는 캐나다 이모라고 하겠다.)이자 우리 가족과도 막역한 이모를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호텔 로비에서 어른들이 회포를 풀 동안 나는 호텔 앞에 'Coal Harbour' 구경을 하러 갔다. 시간이 더 많았다면 아침에 이곳에 나와 자전거도 타고 조깅을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꼭 관광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커피 한 잔 들고 돌아다니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호텔 시티뷰 1 / 호텔 시티뷰 2
Coal Harbour

누나도 퇴근을 하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누나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우리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이모네와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Coal Harbour'를 구경하면서 근처에 ‘Cactus Club Cafe’를 가려고 했으나 웨이팅만 1시간...다른 곳을 가기로 결정! 누나가 맛있는 해산물 요릿집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Joe Fortes Seafood & Chop House’라는 곳이었다. 이곳도 사람이 많았지만 다행히 거의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을 시키는데 앞서 말했듯 나는 이미 넋이 나간 상황. 컨디션은 창밖 명도와 함께 어두워져 갔다. 앞에 촛불의 춤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더 혼미해졌다. 음식이 너무 맛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상태 때문에 100% 느낄 수 없음이 아쉬웠다. 가격대가 조금 있는 식당이지만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피시 앤 칩스에서 칩스가 너무 맛있었다. 가끔씩 어릴 때 뉴질랜드에 살며 먹었던 음식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늘 수영장에서 먹던 감자튀김이었다. 파도풀이 있는 수영장에서 감자튀김을 팔았었는데 그게 너무 맛있었다. 이곳의 감자튀김에서 그때 그 맛이 느껴져서 어린아이처럼 기쁘게 먹었다.

Coal Harbour 다른 위치 1 / 다른 위치 2 / 처음에 가려고 했던 식당

식사를 마친 후 어른들은 2차를 가겠다고 하셨지만 나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여기서 2차를 가면 내일 컨디션이 망가지고 그러면 제대로 된 2일 차를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안타깝지만 나는 먼저 들어가서 쉬겠다고 했다. 후 근데 8시에 오기로 했던 짐은 오지 않았는지 나에게 연락이 없었다. 이것도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방에 올라가기 전에 데스크에 물어보니 짐이 아직 안 왔다고 했다. 때엄. 일단은 그렇게 혼자 방에 들어와 씻고 기절을 햇ㅅ...

얼마 후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아..하...누구세요↗︎?”

“접니다 아침"

여기서 JOE'S CLASSICS 메뉴들이 맛있다고 추천을 받았다 / 피시 앤 칩스
이게 아마 Roasted Chicken Breast...? / 스테이크 쏘굳




[여행 Tip]

경유를 해서 캐나다를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렇게 짐이 지연될 경우에는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위의 종이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 연락이 가능한 것으로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이메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또한 경험을 해보니 해외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그 자리에서 다 해결을 하는 편이 좋다. 한국이야 다시 방문을 할 수 있고, 전화를 할 수 있지만 외국은 일정 때문에 다시 방문하기 힘들거나 전화가 안 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그 자리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다 물어보고 확인을 해야 나중에 손해를 줄일 수 있다. + 공항에서 우리처럼 짐이 늦게 나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경유 시에는 빨리 움직이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그리고 호텔로 짐을 보내준다고 할 때도 우리나라와 같은 빠른 배송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때도 느꼈지만 오후 8시에는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너무 쿠팡을 생각하며 받아들였던 거 같다.


처음 우버 어플을 한국에서 설치했을 때는 한국 택시만 뜨니 현지 상황을 알 수 없었다. 당연한 일. 현지에 가면 자동으로 현지 우버와 가격이 뜨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Uber 차에도 종류가 많은데 여행객이라면 보통 UberX나 UberXL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UberX는 4인승용 세단 수준이고, UberXL는 6인승에 SUV나 미니밴 정도가 된다고 한다. 우리처럼 짐이 많다면 XL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가격은 XL이 X 보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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