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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이네 Sep 08. 2023

팁 문화와 밴프

캐나다 기행문 8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직원의 태도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코스요리 중 하나가 재료 소진으로 다른 재료로 대체된다는 말을 정확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그냥 대체되는 요리만을 계속 강조했고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게 전달을 했음에도 못 알아듣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정도로 ‘인종차별이었나?'를 생각해보고 싶진 않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보통은 인종차별이었던 거 같다. 직원의 태도가 신경 쓰이는 와중에 3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팁만 4만원?! 우린 팁을 줄 만큼 직원의 태도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팁을 주진 않았다. 그런데 결제를 하고, 나와 아빠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고 엄마는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 직원이 누나에게 와서 화를 냈다는 것이다. 본인은 너희를 위해서 친절하게 했는데 왜 팁을 주지 않았느냐, 너희 그러면 안 된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팁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라고 하지만,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팁이라는 것이 ‘직원이 한만큼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이만큼 줄 테니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팁을 주는 구조가 선지급이 아닌 후지급으로 이뤄지다 보니 전자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주게 되는 것 같다. 문제는 여기서 문화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다. 음식에 대한 설명과 서빙이 거의 대부분인 구조에서 어떤 점을 보고 내가 팁을 줘야 하는가? 단순히 친절하게 응대했으니 팁을 준다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 수입의 일정 부분을 팁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과연 그것이 당연한 권리인 양 요구해도 되는 것일까. 누나 말로는 정말 서비스가 좋지 않았어도 10% 정도의 팁은 줘야 한다고 하지만, 캐나다 이모의 아들들, 그러니까 20년 이상을 캐나다에 살았던 형들에게 물어보니 정말 주기 싫다면 안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직원에게 오히려 “You deserve it?”라고 물어보며 왜 줄 수 없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설명해 준다면 말이다.


이제는 이런 팁마저 전산화되어 버려서 팁도 가격의 일부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은 정말 팁을 많이 주고 싶을 만큼 깔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어느 곳은 어차피 팁을 받을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주 기본적인 것도 부족한 곳들도 있었다. 어느 장단에 맞춰 팁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 보니 팁 문화를 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어차피 여행으로 방문한 캐나다였기 때문에 이쯤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DAY7 - 밴프

본격적으로 밴프를 즐기는 날. 오후 12시 반에 밴프 곤돌라와 식당을 예약해 둬서 오전에는 저녁에 보지 못했던 밴프 시내를 둘러봤다. 확실히 재스퍼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재스퍼는 광활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라면, 이곳은 산속의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었다. 둘 중 하나만 가라고 한다면 정말 많이 망설여질 거 같다. 밴프에도 있을 건 다 있었다. 마트, 기념품샵, 맥도날드, 파타고니아 등. 기념품샵들을 돌며 뱃지도 찜해두고, 마트에 가서는 간단한 간식거리들을 사 왔다. 

오전 분위기, 폼 미쳤다

간단하게 오전 스케줄을 마치고 밴프 곤돌라 타러 고고! 

밴프 시내에서 약 5~10분 정도 차를 타고 곤돌라 탑승 장소로 가야 했다. 성수기에는 사람이 많아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없을 수도 있어서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모를 때는 버스 타고 올라가는 것이 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거리를 보니 버스를 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밴프가 워낙 작은 동네라 차가 없어도 충분히 다 구경 가능할 것 같았다.

곤돌라 입구에서 한 컷

우리가 갔을 때는 성수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 차가 꽤 많았다. 다행히 주차자리가 몇 개 있어서 주차를 하고 곤돌라를 탑승하러 갔다. 오후 12시 반에 탑승하는 거지만 직원에게 미리 물어보니 일찍 타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도착한 12시에 타고 올라갔다.

곤돌라 타고 올라가면서 한 컷

약 8분 정도 후 정상에 도착해서 경치를 구경했다. 크게 볼만한 경치가 두 군데가 있는데 한쪽은 구름과 안개에 덮여있었다. 그리고 그 구름과 안개가 다른 한쪽도 덮기 위해 눈사태처럼 오고 있었다. 식사까지 1시간 정도 있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걸어가 볼 수 있는 봉우리로 향했다. 근데 가는 도중에 구름과 안개가 덮어버려서 더 이상 올라간들 경치를 볼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어 대충 사진만 찍고 다시 건물로 돌아왔다. 

정상에서는 눈에 덮여 경치를 볼 수 없었다

예약한 식당을 가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미리 찾아보니 원래 가려고 했던 ‘Northern Light Kitchen’ 식당보다는 ‘Sky Bistro’라는 식당이 더 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안 그래도 한국에서 알아볼 때 ‘Northern Light Kitchen’ 식당의 음식 퀄리티가 그렇게 썩 좋지 않다는 평을 다수 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치가 죽여줬기 때문에 경치 60% 음식 40% 의 비중으로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구름으로 경치가 날아가버린 이상 ‘Sky Bistro’로 노선 변경.


결과부터 말하면 대만족!!


‘Northern Light Kitchen’은 뷔페식당이었지만 ‘Sky Bistro’는 뷔페는 아니었다. 우리는 늘 그렇듯이 직원에게 추천받아 음식을 주문했고, 그렇게 나온 음식들이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치킨과 와플이 같이 나온 메뉴가 정말 맛있었고, 요즘 좀 질린 수제 햄버거도 이 집에서는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감자튀김도 엄청 두꺼워서 신기해하며 먹었다. ‘Northern Light Kitchen’를 먹어보지 못해 사실 둘 중 어디가 낫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굳이 경치 보며 먹을 필요 없고 뷔페에 큰 생각이 없다면 ‘Sky Bistro’를 적극 추천한다. 먹어본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음식들이 너무 맛있었고 내 기준으로 캐나다에서 먹은 식당 TOP3 안에 들었다.

치킨과 와플의 조합, 말이 필요없다 / 우리가 먹었던 메뉴!

식사 후 다시 경치를 보러 나왔는데, ‘와 타이밍 폼 미쳤다.’

우리가 먹을 동안에는 구름과 안개로 덮여있다가 우리가 다 먹고 나오니 안개가 싹 걷혀있었다. 이때다 싶어 사진 촵촵촵. 사진첩도 끼니 채워주고 건물 안에 구경도 좀 하고, 15분짜리 짧은 영화도 있어서 그것도 야무지게 봤다. 내려갈 때가 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과 안개로 덮여있었고 비도 왔다.

밥 먹고 나오니 안 보였던 경치가 똭

내려가는 곤돌라에 탑승하자마자 얄짤없이 사진을 찍어줬다. 그리고 아래에 도착하니 기념품샵에서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구매의사를 물어보았다. 

‘무슨 롤러코스터야 뭐야’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서 안 사려고 했으나, 누나가 집에 가서 보관해 두라고 액자까지 해서 구매해 줬다. 그렇게 곤돌라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하면서 무슨 강을 한 번 보려고 했는데 위치 잘못 잡아서 제대로 못 봤고 그냥 들어가는 길에 간식으로 비버테일하고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었다. 


숙소에서 휴식 후 ‘Banff Hot Springs’로 향했다. 이곳 주차장은 밴프 곤돌라 주차장 바로 옆에 있었다. 밴프 곤돌라하고 온천하고 거의 붙어있다고 보면 된다. 주차를 하고 걸어서 조금 올라가야 했다. 밴프 온천은 뭐 특별한 건 없었다. 야외에 노천탕 느낌으로 풀장 하나 있었고, 그곳에서 지지며 앞에 펼쳐진 산을 보는 것이었다.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또 막상 온천에서 피로한 몸을 풀어주니 좋았다. 특히 앞에 웅장한 산을 보며 온천을 하고 있으니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온천은 좋았지만 기타 부대시설은 열악했다. 다 즐기고 씻으려고 하는데 샤워기가 10개? 정도밖에 없었고 거기서 그나마 제대로 물이 나오는 것도 4개밖에 없었다. 락커도 보통은 열쇠로 계속 열었다 닫았다가 되는데 여기는 동전으로 이용료를 지불하는 곳이라 한 번 닫은 걸 열면 다시 닫을 수 없었다. 때엄. 제대로 된 온천을 기대한다면 추천하진 않을 것 같지만, 분위기를 본다면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Banff Hot Springs의 열악한 보관함...빼먹은 건 없는지 한참을 고민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

오후 6~7시쯤 마치고 나와 우리는 캔모어로 향했다. 밴프에서 약 20km 정도라 거기도 가보자고 했다. 그곳에 갔을 때는 이미 좀 어둑어둑해졌을 때라 어디 제대로 구경은 못했다. 간단하게 둘러본 뒤 장을 보고 숙소로 복귀하기로 했다. 

그런데 와. 

어두컴컴한 곳을 운전하려니 진짜 앞에 하나도 보이는 게 없었다. 우리나라처럼 친절하게 가로등이 있는 도로를 생각하면 안 된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넓은 땅덩어리에 가로등을 다 설치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쌍라이트를 켜도 앞이 거의 보이질 않았다. 앞차를 보고 따라가야 하는데 계속 쌍라이트를 켜고 있다가 지나가는 트럭한테 눈뽕을 맞았다. 일반적으로 쌍라이트를 켜고 있으면 맞은편에서 차가 오거나 뒤차가 지나가면 꺼주는 것이 매너인데, 앞이 너무 보이지 않고, 집중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쌍라이트를 끄지 못했었다. 이런 내 사정을 알아줄 리가 있나? 트럭 뒤에 달려있는 라이트로 내게 눈뽕을 선사했다. 20분 정도만 운전을 했는데도 숙소에 도착하니 너무 피곤했다. 진짜 로키에 자유여행으로 가면 밤 운전은 절대 조심! 그냥 밤에는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적당히 서울에서 운전해 본 실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캔모어 'Save On Foods' 매장 앞 주차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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