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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이네 Oct 09. 2023

이동이 반이지만, 좋다.

캐나다 기행문 9

DAY8 - 밴프 to 캠룹스

로키에서의 마지막 DAY. 이제 밴프에서 출발하여 경유지인 캠룹스로 향하는 날이었다. 캠룹스까지는 약 494km… 중간에 잠깐씩 관광지에 들를 예정이라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8~9시쯤 나와 누나가 맛있다고 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Tooloulous’라는 곳이었는데, 줄이 좀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누나가 줄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전날에 봐뒀던 뱃지를 구매하기 위해 기념품샵으로 향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 보니

‘싸늘하다...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지갑..놓고왔다...’

‘괜찮다. 나에겐 애플페이가 있다.’

‘아.. 내 현대카드...국내전용이ㄷㅏ....’


터덜터덜 다시 식당으로 복귀.

식당 음식은 굳! 캠룹스에서 먹었던 ‘hello Toast’와 느낌이 비슷했다.

캠룹스로 출발하면서 우리는 ‘모레인 호수’와 ‘타카카우 폭포’, ‘에메랄드 호수’를 보기로 했다. 원래 3, 4월에 일정을 알아볼 때는 밴프에서 ‘타카카우 폭포’와 ‘에메랄드 호수’를 경유해서 캠룹스로 가는 길이 폐쇄되어 있었는지 구글 지도에서 우회하게 되어있어서 재스퍼에서 밴프로 가는 길에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4월 말쯤 다시 확인해 보니 갈 수 있게 나와 우리는 밴프에서 캠룹스 가는 길에 보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그런데 아뿔싸. ‘모레인 호수'에 들어가는 길이 폐쇄되어 있었다. 홀리씌잇. 이게 뭔가 하며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저 안쪽에서 정비차량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달려가서 ‘모레인 호수’ 지금 못 보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지금은 눈이 아직 녹지 않았는지 안전상의 이유로 길을 막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모레인 호수’는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영 이유도 모르고 들어가지 못한 것보다 이유라도 알게 되니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목적지인 ‘타카카우 폭포’로 향했다. 사실 그전부터 '타카카우 폭포’를 구글맵으로 찾아보면 경로가 나오지 않길래 ‘아 여기도 폐쇄되었구나’라는 것을 짐작하고는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도 폐쇄. 하지만 이곳의 초입은 엄청난 절벽과 갬성 죽이는 캠핑장이 있어서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곳에서 캠핑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꼭 와야지..!

폐쇄된 '모레인 호수' 입구 / '타카카우 폭포' 초입

그다음으로는 마지막 관광지는 ‘에메랄드 호수’로 향했다. 여기는 갑자기 또 비가 왔다. 분명 맑았는데...정말 알 수 없는 로키의 날씨. ‘에메랄드 호수’는 진짜 말 그대로 에메랄드 빛을 띠고 있었다. 카누/카약을 타고 싶었지만 아직 5월 초는 호수들이 부분적으로 얼어있었기 때문에 탈 수는 없었다. 카누/카약을 타고 싶다면 6월은 돼야 하는 것 같고, 무조건 타려면 7월에는 와야 하는 것 같다. (그땐 사람이 바글바글할 듯...)

'에메랄드 호수' 가는 길 / '에메랄드 호수' 1 / '에메랄드 호수' 2

마지막 관광지까지 둘러본 후 장시간의 드라이브를 마치고 드디어 캠룹스의 ‘Accent Inns Kamloops’ 숙소에 도착. 캠룹스 시내 쪽은 아니었고 시내에서 거리가 좀 있는 곳이었는데 오히려 좋았다. 조금 여유로운 분위기를 원하면 이 숙소를 뤠커맨드. 바로 앞에 ‘Save on Foods’ 마트가 있고 ‘KFC’와 ‘맥도날드’도 있다. 체크인을 하고 숙소를 확인하니 전자레인지와 오븐, 커피 포트가 있었다. 그래서 음식을 사 와서 해 먹기로 했다. 마트에서 소고기와 야채, 음료 등을 샀고 돌아오는 길에 ‘KFC’에서 치킨도 몇 조각 사가지고 들어왔다.

정면에서 본 'Accent Inns Kamloops' / 숙소에서 정면을 본 풍경
숙소 내부

숙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정전. 때엄? 데스크로 향했다. 정전이 났다고 얘기하자 직원이 확인하고 다시 불을 켜 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븐이나 커피 포트는 동시에 사용하면 정전이 날 수 있으니 동시에 사용하지 말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오케이 하고 숙소에 돌아와 보니 오븐하고 커피 포트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불이 들어왔고 포트는 나중에 사용하기로 하고 오븐 먼저 사용했다. 고기가 다 되고, 그다음에 현지에서 파는 육개장 사발면을 해봤다. 누나 말로는 한국 육개장 사발면과는 다르다고 했다. 일단 캐나다 현지 마트에서 파는 육개장 사발면은, 모양은 육개장인데 육개장이라는 말이 없다. 크게 다른가? 하고 먹어보니 음… 확실히 다르긴 했다. 맛이 없다기보다는 ‘한국인의 맛!’이 빠져있었다. 육개장 사발면 국물의 진함과 가슴의 응어리들을 쓸고 내려가는 깊은 맛이 부족했다.

‘너는 이제 먹을 일이 없다'

잔치 준비 / 말이 필요 없던 소고기

애피타이저로 치킨을 먹은 후, 오늘의 하이라이트! 드디어 소고기. 근래 먹었던 고기 중에 제일 맛있었다. 뭐.. 이 상황에서 어느 하나 맛이 없진 않겠지만 고기는 못 참지. 너무 행복한 식사를 마치고 데스크에서 커피를 뽑아다가 건물 옆 밴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DAY9 - 캠룹스 to 휘슬러 to 밴쿠버

아침은 간단하게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날씨가 너무 좋아 문 앞에서 사진 몇 장 촵촵촵. 이 날 계획은, 원래 한국에서 처음 계획을 짤 때는 ‘휘슬러’를 가는 거였다가 운전을 너무 많이 해서 혹시 체력이 떨어졌을 경우를 대비해서 밴쿠버로 그냥 들어올 수도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런데 누나가 ‘휘슬러’는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결국 가기로 했다. 감상평을 먼저 말하자면 단순히 경치 구경을 하는 거라면 ‘로키 산맥’이 더 웅장하고 볼 게 많다고 생각한다. ‘휘슬러’는 '로키 산맥’의 소규모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로키산맥을 가는 것이 서울에서 강원도 가는 것 마냥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루에 서울과 강원도 왕복을 2번은 해야 되는 수준; 그렇기 때문에 ‘로키 산맥’을 가는 것이 어려운 여행객이라면 ‘휘슬러’도 적극 추천한다. 특히!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밴쿠버에서 약 130km 정도로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환상적인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겨울에 스키를 타러 휘슬러를 방문하고 싶을 정도다. 오히려 로키는 관광지가 군데군데 많이 있기 때문에 방문 예정이라면 트래킹이나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휘슬러를 가는 길에도 이쁜 구간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틈틈이 차를 세워 경치를 감상했다. 그림 같은 풍경들을 지나 드디어 휘슬러 도착! 우리는 먼저 ‘Peaked Pies’라는 곳에서 파이 4개로 점심을 해결했다.

휘슬러 가는 길에 만난 풍경들, 그냥 길이 그림이었다.
Peaked Pies, 간식으로 먹기 굳!

배를 적당히 채우고 우리는 아빠/나, 누나/엄마 이렇게 나눠져서 40분 정도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와 아빠는 Patagonia, 아크테릭스, 자전거용품점 이런 곳들을 돌며 구경을 했다. 아크테릭스가 캐나다 원산지라고 좀 더 저렴하다고 했는데, 나는 관광지에 있는 곳을 가서 그런지 가격이 뭐... 여전히 싸우자네? 때옴. 그렇게 가볍게 휘슬러 구경을 마치고 밴쿠버로 돌아가기로 했다.


밴쿠버를 가는 길에는 ‘브랜디와인 팔스 주립공원’에 들러 폭포도 보았다.

밴쿠버와 휘슬러 사이 구간은 ‘시 투 스카이’라고 이쁜 드라이브 구간이라고 했는데 로키에서 너무 이쁜 곳을 많이 봐서 이곳은 크게 감흥이 오지 않았다.

브랜디와인 팔스 주립공원 폭포

열심히 달려 숙소 도착. 밴쿠버 복귀 숙소는 한 번쯤은 가정집 같은 곳에 머무르고 싶어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다. 결과는 대만족. 혼자 살면 딱 좋겠다 싶은 크기였지만 잠깐 머물기에는 너무 좋았다. 두 명이 잘 수 있는 침대 두 개와 소파베드도 있어서 사실상 침대도 3개였다. 주방에도 필요한 것들이 다 있었고, 세탁기도 있어 밀린 세탁도 할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던 집

숙소 투어를 마치고 저녁은 누나가 맛있는 아시아 식당이 있다고 해서 갔다. ‘Happy Tree House BBQ Kingsway’라는 곳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약간 마라맛 국물에 생선이 들어간 요리였다. 개인적으로 마라탕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기는 내가 생각하는 마라탕처럼 맛이 세지 않았고, 무엇보다 생선요리라서 먹을 만했다. 마라탕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라면 맛집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배를 채우고 옆에 마트에 가서 또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숙소로 복귀하여 하루를 마무리했다.


[여행 Tip]

여행 루트를 알아볼 때는 무조건 확정을 짓기보다는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알아볼 당시의 구글지도에서는 길이 폐쇄되었는데 여행기간이 가까워지면서 계절이나 환경 등의 변화로 다시 가능해질 수도 있다. 반대로 가능했던 루트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으니 여행일정과 인접해서 다시 알아보길 바란다.

캐나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로키산맥과 휘슬러 중에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시간과 돈 그리고 함께 가는 사람이 충분하다면 로키산맥 방문을 추천,  앞 세 가지가 여유롭지 못하다면 휘슬러 방문을 추천한다. 로키산맥은 이동시간이 엄청 길기 때문에 거의 하루, 이틀은 이동하다가 끝이 난다. 또한 이제껏 안 해봤던 장거리 운전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이 가능한 사람들이 함께 가야 운전자를 교체해 가며 안전운전을 할 수 있다. 겨울에 가는 것을 계획한다면 자동차보다는 기차여행을 추천한다. 갑자기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막히는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차여행이 낫다고 생각한다. 휘슬러는 로키의 소규모 버전에 가깝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가기에 좋다. 밴쿠버에서 130km 거리로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위치와 그 안의 느낌들은 로키산맥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느낌을 내기에는 아주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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