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032
Mirage House
끝까지 태운 담배를 그대로 입에 물고 있었다.
담배연기가 사라지고 나니 그 신기루도 사라져 버렸다.
셔츠 주머니에는 꼬깃꼬깃한 담뱃갑이 십 수년째 들어 있었지만
내 영혼의 무게만큼 가벼웠던 담배가 요즘처럼 무겁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담배를 한 대 더 태워 봐야할 것 같다.
퉷!
꽁초를 뱉으려 했다.
하지만 말라버린 입술에 필터가 달라붙어 버렸다.
혀를 굴려 침을 조금 묻힌 뒤 조심스럽게 떼어 냈지만
필터에 달라붙은 입술이 조금 뜯어졌다.
찝찔한 피 맛이 느껴졌다.
225원짜리 담배 한 개피를 다시 입에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후우.
첫 담배보다 맛은 덜했다.
그러나 맛으로 피우려는 것은 아니다.
하얀 연기가 스스로 퍼져 나갔고,
그러자 내 눈앞에 신기루가 나타났다.
살다보면
신기루 같은 것들이 있다.
내겐 요즘 들어 집이 좀 그런 것 같았다.
분명 나는 어딘가에 살고 있는데
그 집은 내 집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어딘가에 살고 있고
지금도 어딘가에 살고 있지만
왜 그 곳은, 내 집이 아닌 걸까?
담배 연기 속
내 눈에 보이던 집은 어릴 적 내가 살던 곳이었다.
내 명의는 물론 나의 부모님의 명도 아니었던 곳이다.
하지만 나는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 집의 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붉히는 시답잖은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지금도 내 집은 없다.
그래도 나는 어딘가에 살고 있다.
마치 신기루와 같이
그곳에 들어 앉아
이런 신기루 같은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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