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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Jan 30. 2016

Mirage House

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032






Mirage House




끝까지 태운 담배를 그대로 입에 물고 있었다. 

담배연기가 사라지고 나니 그 신기루도 사라져 버렸다.

셔츠 주머니에는 꼬깃꼬깃한 담뱃갑이 십 수년째 들어 있었지만

내 영혼의 무게만큼 가벼웠던 담배가 요즘처럼 무겁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담배를 한 대 더 태워 봐야할 것 같다.     


퉷!

꽁초를 뱉으려 했다.

하지만 말라버린 입술에 필터가 달라붙어 버렸다.     


혀를 굴려 침을 조금 묻힌 뒤 조심스럽게 떼어 냈지만

필터에 달라붙은 입술이 조금 뜯어졌다.

찝찔한 피 맛이 느껴졌다.     


225원짜리 담배 한 개피를 다시 입에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후우.     


첫 담배보다 맛은 덜했다. 

그러나 맛으로 피우려는 것은 아니다.    

 

하얀 연기가 스스로 퍼져 나갔고,

그러자 내 눈앞에 신기루가 나타났다.      



Mirage Houseㅣ 2016, 미발표 ㅣ F4.5, S 1/60, ISO 100ㅣ 프린트 사이즈 미지정 ㅣ Original Print. 1/? ㅣ Estate Print ∞



살다보면 

신기루 같은 것들이 있다.     


내겐 요즘 들어 집이 좀 그런 것 같았다.

분명 나는 어딘가에 살고 있는데

그 집은 내 집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어딘가에 살고 있고

지금도 어딘가에 살고 있지만

왜 그 곳은, 내 집이 아닌 걸까?       


담배 연기 속

내 눈에 보이던 집은 어릴 적 내가 살던 곳이었다.

내 명의는 물론 나의 부모님의 명도 아니었던 곳이다.

하지만 나는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 집의 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붉히는 시답잖은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지금도 내 집은 없다.

그래도 나는 어딘가에 살고 있다.     


마치 신기루와 같이

그곳에 들어 앉아

이런 신기루 같은 글을 쓰고 있다.





※ Original Print 및 Estate print 출력품 소장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adbada@daum.net 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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